이타적(利他的) 건강법

운동편

대구일보 2008-07-30 에 게재한 글입니다.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으면서 가장 좋은 운동은  "계단 오르내리기"이다. 

필자는 하루 세 끼를 꼬박 먹으면서 점심에는 거의 밥 두 그릇을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는데, 그 이유가 합기도를 자주 연마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진짜 이유는 승강기와 자동계단을 이용하지 않고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다. 집에서 직장까지 가는 동안 아파트에서 내려가는 14층 계단, 동대구 지하철역의 계단, 반월당역의 계단, 직장으로 올라가는 11층 계단을 이용한다. 가끔 집에서 쓰레기를 버리러 계단을 오르내리기도 한다. 계단을 빨리 내려갈 때에는 평형기능이 발달하고, 계단을 빨리 올라갈 때에는 심폐기능이 강해진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시간과 비용이 전혀 들지 않으면서, 승강기나 자동계단에 소비되는 전기를 절약할 수 있으므로 가장 이상적인 운동이다. 

운동이 부족하다고 하여 밤늦게 운동장을 걷거나 러닝머신 위를 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이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수 있다. 평지를 걷는 것은 운동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러닝머신은 일상의 동작과 다르므로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녁에는 대기중의 오염물질이 지면에 가라앉아 있기 때문에 호흡기에 나쁘고, 밤 9시 이후에 하는 운동은 수면을 방해한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운동으로는 살이 잘 빠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예비체력을 기르는 것이다. 예비체력이란, 위험한 상황에서 급히 도망갈 때 사용되는 체력이다. 나이가 들거나 병이 들어 체력이 약해질 때에 사용할 수 있는 체력을 말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우리 몸에 있는 엔진을 튜닝하여 출력을 한 단계 높여 놓는 것과 같은데, 순간 가속을 좋게 하고, 엔진이 낡더라도 필요한 출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한편, 운동의 목적을 세분하면, 근육의 힘을 세게 하는 것, 근육의 부피를 크게 하는 것, 지구력을 높이는 것, 살을 빼는 것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 운동의 목적은 힘이 세지고 지구력을 높이는 것이었으나, 요즘은 살을 빼는 것이 운동의 가장 큰 목적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살을 빼기 위해서는 먹는 양을 줄이고 가공식품을 금하는 것 외에는 효과적인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운동의 목적은 살 빼기 보다는 예비체력을 기르는 데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몸이 힘들 정도로 움직여야 효과가 있는데, 이것을 "과부하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의 모든세포는 여기에 적응하여 산소의 이용능력과 운반력, 노폐물을 배설하는 능력이 향상된다. 이것이 생물이 무생물과 다른 특징이다. 한편, 기계는 과부하를 가하면 어느 시점에 분자의 연결이 끊어져서 파괴되는데, 이것을 "피로의 법칙"이라 한다. 철사를 손으로 자꾸 구부리면 끊어지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이다.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면 빨리 달려서 길을 들여야 한다는 오해가 생긴 이유는, 자동차를 생물처럼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한편, 계단을 내려갈 때 무릎에 무리가 간다는 잘못된 생각은, 무릎을 기계처럼 착각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무릎연골은 여러 각도로 자극을 주어야 골고루 강해지며, 건강할 때 무릎을 강하게 해 놓아야, 나이가 들어 무릎을 삐더라도 덜 다치게 된다. 계단 오르기는 걷는 동작의 연속이기 때문에 무릎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오히려, 등산을 할 때 무릎을 다치는 사람이 더 많다. 흔히, 등산을 해서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대로, 건강하기 때문에 등산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상당히 좋은 운동이다. 필자가 계단을 이용하게 된 근본적인 동기는 전기에너지를 덜 사용하여, 나 하나라도 지구온난화를 막는데 참여하고자 함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면, 빈 방에 에어콘이나 전등이 켜져 있으면 즉시 끄고, 수도물이 새는 것을 보면 즉시 달려가서 잠그게 되어, 결과적으로 육체적인 에너지를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평소에 가만히 앉아있지 않고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을 영어로 fidgeting-like activity라고 하는데, 이런 성향의 사람이 살이 찌지 않고 건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면서 건강을 챙기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건강에도 좋다. 필자는 이것을 "이타적 건강법"이라고 부른다. 한편, 몸에 남은 칼로리를 소모하기 위해 러닝머신, 에어콘, 조명 등으로 전기에너지까지 소비하는 것은 에너지를 이중으로 낭비할 뿐 아니라 지구환경에 해를 끼치는 "이기적 건강법"이라 할 수 있다. 계단 오르내리기는 운동의 과부하의 원칙을 충족시키고,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이타적인 운동이다. 

한병인
두 신경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