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3일 월요일


 공처장님과 11월에 있을 지리산 숲길 기행 때문에 남원 인월면으로 답사를 갔다.
 사무실에 들러 간단한 점검만 하고 아침 일찍 떠났다.

 오늘은 청소하는 날인데, 어째 불안하다. 청소부장인 내가 없어도 청소가 제대로 될지...

 아무 걱정 마시고 잘 다녀오라는 구국장님, 정간사님, 장간사님의 화사한 표정이 나를 더 불안하게 만든다.


 공처장님과 오가는 차에서 쉬지 않고 얘기를 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둘이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건 처음이다.
 집안 얘기서부터 자라온 이야기들, 활동하면서 겪었던 이런저런 일들, 함께 일하면서 느낀 것들, 서로에 대해서 느낀 것들 등등 정말 입이 아프도록 얘기했다. 그런데 얘기하면 얘기할수록 사람을 알아가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느낄 수 있다.


 공처장님은 늘 자신의 성격이 까칠하고 급해서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면서 ‘난 왜 이렇게 인간이 미성숙할까?’라며 자책했다. 이야기 내내 활동하면서 자기가 힘들게 했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과 자기의 섣부른 속단으로 상처 입힌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그이는 내가 만난 그 어떤 사람보다 솔직하고, 원칙적이며,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긍정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내가 그렇게 내 느낌을 말해주었더니 그이는 자신이 미안해하고 죄책감을 느끼는 그들이 지금의 그이를 만들어준 것이라며 고마워한다. 

 자기를 들여다보고 부족함을 인정하며, 타인에게 다가가려는 그이의 올 가을이 참 아름답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운전 때문에 좀 피곤하긴 했지만 오늘 일은 일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만큼 즐거웠다.

 하늘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지 눈이 시리다. 대구에서도 똑같이 보는 하늘이건만 막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하는 지리산 봉우리들과 어우러진 하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오늘은 차로 몇몇 장소만 답사하고 돌아왔지만 빨리 회원들과 함께 다시 오고 싶다. 저 좋은 산길을 좋은 사람들과 좋은 마음으로 걷고 싶다.   


벽송사에서 내려가는 숲길



지리산 숲길 안내 센터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