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수요일


 오늘도 날씨가 촉촉하기 그지없다. 일찍 집을 나섰다. 룰루랄라, 사무실에 도착해서 열쇠를 꽂으니, 어라, 문이 벌써 열려있다.

 이렇게 아침 일찍 누가 벌써 출근했나?

 들어가 보니 장간사님이 책상에 앉아 책을 읽고 있다.

 “아침 일찍 나왔네요?”

 “예, 책 좀 읽으려구요.”

 장간사님은 내가 아는 그 또래 다른 친구들 같지 않게 책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책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어보니, 통하는 구석이 많다. 책 좋아하는 동료가 있는 직장, 마음에 든다.


 회원 글쓰기 교육 두 번째 시간이다.

 지난 주 숙제를 냈는데, 아무도 해 오지 않았다.

 애들하고 똑같다. 오자마자 숙제 안 해왔다고 자수하는 이순희 회원, 과자 사왔으니 봐달라고 하는 정경선 회원, 숙제가 있었느냐고 오히려 반문하는 장철규 간사, 기억하고 있어서 하려고 했는데 잘 안 되더라는 정숙자 간사…….

 그 와중에 유일하게 공정옥 처장님만 숙제를 해왔다. 그 숙제라는 게 자기에게 편지를 쓰고 직접 자기에게 읽어준 소감을 발표하는 것인데, 공처장님은 자기 이름을 부르는 순간 생애 처음으로 만나는 ‘새로운 나’가 거기 있었다고 한다. 마치 신비 체험 같이. 

 반갑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자기를 만나는 체험, 그게 바로 내가 원하는 글쓰기 교육의 목적이었다. 멋진 학생이다.


 점심 시간에는 같이 밴드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잠깐 나갔다 왔다. 대구여성의 전화 대표인 윤숙이 언니, 조직부장으로 일하는 옥빈이, 그리고 우리 회원이기도 한 명숙이 언니가 지금 밴드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다.

 내가 여기 상근을 시작하게 되면서 도저히 연습을 할 시간을 만들어내기가 힘들 것 같아서 그만 두어야겠다는 말을 하러 나간 자리였다. 모두들 선선히 내 사정을 이해해준다. 따뜻한 사람들이다. 오랫동안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었던 친구들이다. 이들의 넓은 품을 만날 때마다 눈물나게 고맙다.


 

 소식지 원고 교정을 봤다. 원고 교정은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또, 제일 싫어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아무리 마음에 드는 남자라도 편지나 메일을 보내오는데 맞춤법이 틀리면 두 번 다시 안 만나겠다고 선언했겠는가. 그런 글을 읽고 있으면 머리가 지끈지끈거린다.

그래도 지금은 공적으로 하는 일이니까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교정 봤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구국장님이 사무실 근처 초등학교 앞에 새로 생긴 떡볶이 집에 가서 간식거리를 사 왔다. 사다리 타자고 꼬드길 때는 들은 척도 않다가 떡볶이를 사오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맛있다.

 사무실 근처에 마땅한 분식집이 없어서 늘 아쉬웠는데 반갑다.

 이 집이 오래오래 장사할 수 있도록 날마다 한 사람씩 돌아가며 방문하기로 했다.


 

  퇴근 후에 '책을 덮자' 주길석 회원이 소집한 번개모임이 있다. 사람들과 술 한 잔 하기로 한 날이다. 마음은 설레는데 몸이 좀 고되다. 마음을 따라 술 좀 먹어보자 하니 몸이 고되고, 몸을 따라 참으려고 하니 마음이 아쉽다.
 마음을 따를지, 몸을 따를지는 좀 있다 기분 따라서 결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