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회원 여러분, 차정옥입니다.

9월 1일부터 대구환경운동연합에 상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짧은 글로 여러분들에게 인사를 드립니다.



상근을 시작하면서


 9월이 시작되는 첫날, 7시 반에 맞춰놓은 알람시계가 울기 전에 눈을 떴다. 창밖으로 날씨가 촉촉하다. 토마토 주스 한 잔을 갈아 마시고, 평소와 달리 신문도 대충 훑고는 접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부엌에 서서 점심 도시락을 쌌다.


 이렇게 별 것 아닌 일상의 아침이 내게는 너무도 특별한 날이었다. 오늘은 내가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출근을 하는 첫날이다. 집을 나서는 순간, 조금 실감이 난다. 따뜻한 감동이 온 몸을 휘감아 밀려든다.


 대학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고, 졸업을 한 뒤에는 오랫동안 진보정당 활동을 해 왔다. 십 년 가까이 활동을 해오던 어느 날, 진보정당에 대한 애정은 식지 않았지만 그 활동이 내 감성에 버거운 일이란 걸 절감했다. 삶을 돌아볼 여유가 필요했다. 함께 운동해왔던 사람들이 눈에 밟혔지만 내가 행복해야 세상도 행복해진다는 원칙으로 활동을 접었다.


 활동을 접고, 상식적인 시민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도 나는 늘 행복했다. 활동을 하는 동안 책 읽을 시간이 잘 나지 않는 게 늘 아쉬웠는데 정말 원 없이 읽고, 또 읽을 수 있었던 시간들이었다.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 하면서도 자신이 없었는데, 온전한 시간들을 얻고 나니 쓰고 싶었던 작품도 쓸 수 있었다.


 그렇게 살아오다 지난 가을, 더 이상 책 읽는 일이 즐겁지 않았다. 왜 그럴까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읽고, 느낀 내 생각들을 나누지 못하는 데에 원인이 있었다. 이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내 철학을, 내 사유를 함께 나눌 사람들과, 함께 검증할 현장이 필요했다.

‘다시 활동해야겠구나.’ 그날의 결론이었다.


 다시 운동 현장으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어떤 장이 나에게 가장 잘 맞을까, 어떤 장이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할까 고민을 했다.

한 달여의 고민 끝에 대구환경운동연합에 회원 가입을 했다. 나는 환경운동이 하고 싶었다. 그리고 환경운동가가 되고 싶었다.


 나를 아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다시 활동을 한다면 정치, 문화, 여성과 관련된 일을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한다. 오랜 활동 경험, 평소의 철학 등을 잘 아는 사람들이기에 그들의 판단이 틀린 건 아니다. 그러나 내가 환경운동을 선택한 것은 오히려 내가 이 분야에 너무도 무지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새로운 자극에 깨닫고, 감동하는 일을 좋아한다. 살아가면서 가장 행복한 일을 꼽으라면 첫째가 바로 그것이다. 익숙한 것은 재미가 없다. 환경운동을 하게 되면, 내가 무지한 만큼 늘 새로운 사유를 맞닥뜨릴 수 있기에 더 설레었다. 


 또, 환경운동이 가진 매력이 나를 끌었다. 책을 통해서, 아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아왔던 환경운동은 한 마디로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 유혹’이었다. 돈이, 물질이, 소유가 가장 행복하다고 끊임없이 유혹하는 이 사회에서 환경운동은 또, 환경운동가들은 전혀 새로운 행복을 보여주었다. 저렇게 매혹적인 삶이 있구나, 저런 행복도 있구나. 그 삶에 대한 유혹이 어찌나 강렬한지 도저히 헤어날 수 없게끔 만들었다.


 내가 사랑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사랑이 나를 선택하는 것처럼, 나 역시 환경운동에 선택 당했다. 나처럼 효율성을 지향하는 인간에게 환경운동이 지향하는 불편하고, 더딘 삶이 처음엔 얼마나 거추장스러웠겠나. 그러나 사랑에 빠진 모든 연인들이 그러하듯이 나 역시 환경운동을 알아가면서 그 조차 너무도 갖고 싶은 가치가 되어버렸다. ‘면 생리대를 사용해야지.’, ‘차를 버려야지.’, ‘나는 왜 이렇게 많이 소유해서 불행하게 살아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일이 또 다른 행복이 되었다.


 이십 대, 삼십 대를 살아오면서 내게는 세상과 관계 맺는 일을 하는 데 한 가지 원칙이 있다. ‘내가 행복해야지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새로 환경운동가의 삶을 시작하면서 환경운동가로서의 원칙을 되새겨본다.

‘운동이란 불편하지만 옳은 것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옳아서 행복한, 전혀 다른 행복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사람들을 유혹하는 행위다.’


 나는 유혹당하고 싶다. 전혀 다른 가치를 깨닫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당신들에게, 환경운동으로 세상을 밝히는 당신들에게...


 그리고 내 삶으로 그대들을 유혹하고 싶다. 자본주의의 경쟁 속에서 지친 그대들을, 지구의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고 싶은 그대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