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3일 화요일


 

 아침에 좀 바쁘게 움직였더니 여느 때보다 일찍 사무실에 도착했다. 이적의 시디를 크게 틀어놓고 사무실 정리를 했다. 사무실 가득 깔리는 이적의 목소리가 참 좋다. 날씨가 촉촉한 이런 날은 김광석이나 안치환 등, 그윽한 남자가수들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진다. 내가 여자라서 그런가, 아니면 남자들도 그런가 궁금해진다.     


 사무처 회의가 있는 날이다. 회의록은 돌아가면서 기록하는데 오늘은 내가 처음으로 기록을 맡는 날이다. 이런 작은 일 하나도 긴장이 된다. 새로운 일이 주는 긴장감이 오히려 반갑다.


 홈페이지가 개편되고 나서 사무처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회원들과 시민들과 함께 하고 싶은 욕심에서 시작한 일이다. 회의록이 별 내용 없더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우리 활동과 노력이 부끄럽지는 않다. 정말 우리 활동에 내용이 부족하다면 노력해서 채워나가면 되고, 제대로 된 활동을 미처 알려내지 못했다면 알려내는 형식을 갖추어나가면 될 터이니... 앞으로 조직의 활동가들의 활동에 다양한 목소리를 듣기를 기대한다. 다른 의견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앞으로 더 발전하기 위한 시작이니까.


 사람들은 같음을 좋아한다. 같다는 것은 끼리끼리 모여서 지내는 것이고, 더없이 편안하다. 그러나 그 상태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 다름이 존재해야 조직은 출렁거리기 시작한다. 그 출렁거림에 어지러워서 멀미를 할 수도 있겠지만 멀미가 두려워서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름이 분명해질수록 다르지 않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다름의 존재들이 다르지 않음의 깨달음에 이를 때 비로소 진정한 연대가 이루어지리라.


  오후에는 소식지 원고를 쓰느라 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렸다.

  글쓰기를 업으로 하고 산 세월이 십여 년인데도 내게도 참 글이 안 되는 날이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이런 날은 어떻게 하냐고?

사람들은 내가 이런 날은 쉬면서 산책이라도 하는 줄 안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일이 잘 안된다고 공장을 멈추는 걸 봤는가. 글쓰기 노동은 대단히 특별한 노동이라는 착각 따위 애당초 없다. 되든 안 되든 내 일인 이상 써야 한다. 퇴근 시간 전까지 겨우 다 써냈다. 장간사님께 넘기고 나니 겨우 한숨 돌리겠다. 다섯 시간만에 글감옥에서 나오니 머리는 띵띵거리지만 마음은 가뿐하다. 

 오늘은 신입간사 일기만 쓰고, 내 일기는 쓰지 말아야지.
 집에 들어가서 공선옥의 <행복한 만찬> 읽으면서 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