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7일 수요일


 오전 10시, 재능나누기 사업으로 시작한 회원글쓰기 교육이 있었다.

 모두 네 번을 준비했는데, 오늘이 그 첫 시간이다. 활동가들과 회원 두 분이 참석하셔서 오붓하게 교육을 했다. 이선희 회원과 정경선 회원이 바쁜 아침에 시간을 내어서 사무실까지 오셨다. 두 분 다 주부이신데,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지 존경스럽다.

 언젠가 경향신문에 고미숙님의 칼럼에서 본 내용이 떠올랐다.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공부하는 사람은 아줌마들 밖에 없다고. 지금 우리 사회에서 넘쳐나는 공부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공부뿐이다. 그러나 그것은 진짜 배움이 아니다.  진짜 배움은 배우는 즐거움, 그 자체가 목적이다. 아무짝에도 쓸모없기에 즐거운 것, 그게 진짜 공부다. 우리의 이 배움이야말로 ‘쓸모 없음의 쓸모 있음’이 아닐까.


 오후에, 사무처장님이 회원 확대 사업을 위해 회원들에게 드릴 글을 써서 우리에게 읽어 봐달라고 돌렸다. 96년, 처음 이 조직에 발을 내디뎠을 때를 스케치한 첫 부분을 읽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나 뿐 아니라 정간사님도 눈이 발개졌다. 쓰는 사람도 울었단다.

 글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때는 그 속에 담겨있는 것이, 진실일 때뿐이란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글재주나 지식은 아무리 차고 넘쳐도 감동을 줄 수 없다. 이 글이 우리 마음을 움직였듯이 회원들의 마음도 움직여주길 바라본다.


 저녁엔 운영위원회가 열렸다. 처음 뵙는 운영위원들도 계신다. 나 역시 처음 참관하는 운영위원회라 살짝 긴장이 된다. 대학 다닐 때부터 회의라 하면 늘 길고, 지루하고, 요점 없이 시간만 잡아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의외로 진행이 매끄럽다. 운영위원장의 노련한 회의 진행이 돋보이는 회의였다. 게다가 운영위원들이 안건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음, 분위기 괜찮은데...


 회의를 마치고 회의실을 나서니 위층에서 천연화장품 연구모임을 마치고 모임원들이 내려온다. 연하와 옥빈이를 봤다.

 연하는 우리 회원으로 아름다운 가게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다. 몇 개월 전 우리 소식지 회원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이 친구가 자기 일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철학이 내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내가 여기 일을 하기까지 이 친구의 삶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옥빈이는 대구여성의전화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후배인데, 나와 띠 동갑인데도 어찌나 생각하는 게 참한지 늘 나를 깨우쳐주는 친구다. 두 사람 다 얼마나 멋진 여자들인지, 참한 남자 있으면 소개해 주고 싶은데...(이 멋진 여자들을 소개해 줄 만큼 내 눈에 차는 남자가 없으니...)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내 삶을 늘 자극해주는 덕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참 인복이 많은 사람이다.


 사무실 앞 술집에서 간단하게 한 잔 했다. 그러고 보니, 사무실에 출근하고 나서 사람들과 처음 갖는 술자리다. 다양한 나이, 다양한 직업, 다양한 생각들을 가진 사람들이 환경운동이라는 인연으로 만나서 기울이는 술... 좋은 분위기에 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