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 월요일


 날이 갑자기 추워졌다. 버스를 기다리는 잠시 동안, 뺨에 스치는 바람이 어제와 다르다.

 오늘은 아침 일찍 시내에서 만나 구국장님, 엄영랑 회원과 함께 지리산으로 떠난다. 11월에 있을 지리산 숲길 걷기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산길을 미리 걸어보기 위해서이다.

 매동마을에서 창원마을까지 코스는 나와 영랑씨가 걷고, 벽송사에서 창원마을로 넘어오는 길은 구국장님이 걸어보기로 했다.


 11시 반쯤에 매동마을에 내려 천천히 산길을 오르니 시야가 높아질수록 넓어지는 지리산의 정경이 마음을 빼앗는다. 처음엔 이번 걷기의 주제가 천천히 과정을 즐기는 데 있으니 의식적으로 걸음을 천천히 옮기려고 했다. 그러나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지 않아도, 가을걷이가 끝난 다랑논과 마을 어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들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지리산의 아름다운 가을 풍경이 우리의 눈길을 빼앗고, 탄성을 빼앗고, 마음을 빼앗는다. 아껴둔 감흥을 꼼짝없이 내어줄 수밖에 없다.


 아, 좋은 벗과 좋은 가을날을 골라 이렇게 좋은 마음으로 걸을 수 있다니……. 행복하다. 오늘 하루 도시에 갇혀서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고 날을 보내는 지인들과 회원들에게 이 지리산의 하늘과 바람을 선물하고 싶다.


 혼자서 걷고, 종일 운전 하느라 지쳤을 법도 하건만, 구국장님은 오가는 내내 좋은 입담으로 우리를 즐겁게 한다. 휴게소에 들러 핫바와 호떡으로 답례를 했다.

 대구에 도착하니 다리가 좀 팍팍하다. 긴장이 풀려서 그렇나보다.


 




걷는 길 곳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