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화요일


 사무처 회의가 길어진다. 점심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끝이 나지 않아, 중요한 사안은 내일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끝맺었다.

 진행 중인 회원확대 사업, 연말에 있을 회원의 밤 준비 등 일이 몰리기도 했지만, 어수선한 시국과 맞물린 활동가로서 근본적 고민들이 불쑥불쑥 올라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흔들림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없고.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없다고 한다. 흔들림을 두려워하는 활동가는,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는 조직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으니, 이 섬세한 떨림들이 더 나은 활동들로 나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내가 집에서 가져온 짜투리 천으로 정간사님이 에어컨 덮개를 만들었다. 틀로 드르륵 몇  번 박았더니 뚝딱, 에어컨 덮개가 만들어졌다. 올 여름, 고생 많았으니 내년까지 잘 쉬라고 에어컨을 덮어주었다.


 회원의 밤 행사에 멋진 제목을 달고 싶어서 모두 머리를 맞대보라고 했다. 온갖 현란한 미사여구들이 다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하나같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 마음에 들지  않아라.

 저녁에 시집 꺼내놓고 다시 한번 고민해봐야겠다. 그리고 오늘 얻은 교훈 중 하나.

 이런 감성적 문구 정할 때 구국장님은 빼라! 


 회원의 밤 행사를 내가 맡아서 준비하기로 했다. 처음 맡는 사업이라 잘 해보고 싶다.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 함께 사업을 준비할 자원봉사자들을 모아보기로 했는데, 단박에 떠오르는 사람이 잘 없다. 혹 시간 나고 마음 나는 분들이 있으면 연락해주면 좋겠는데…….


 원래 이런 일이 있으면 늘 열심히 하던 회원들이 찍히게 마련이다. 손펴세 총무님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계신 정경선 회원에게 정간사님이 부탁을 드렸다. 역시나 시원시원하게 같이 해보자고 하신다. 멋져, 멋져.


 나도 엄영랑 회원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냐고 물었더니 여성의전화 인권위원회에서 하는 활동을 도와주러 사무실에 가 있단다.

 준비 팀으로 같이 활동하지 않겠냐고 하니,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해보겠단다. 이 친구도 뭐든지 어찌나 열심인지.

 이거, 조만간 과로사하는 백수 하나 나오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