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 start) comme au premier jour-앙드레가뇽

 

덜꿩나무, 고광나무, 버드나무, 매화밭, 산벚나무...

동고비, 곤줄박이, 박새가 수선스럽게 나무 사이를 오가던 숲.

은사시나무의 수꽃. 생강나무의 노란꽃,

연가시, 산개구리알, 물오리나무와 생강나무의 낙엽.

이 평화로운 월곡지도 터널이 뚫리고 나면 물이나 고일런지...

이른 오후만 해도 이나마 남아있던 숲도

늦은 오후에는 삽시간에 초토화 돼 버렸다.

조상들이 오랫동안 가꿔 온 숲을 파괴하는 일은 아주 잠깐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자꾸만 눈물이 난다던 은주샘.

이피디도 쥐똥나무 얘기하다가 울고,

정수근꼭지는 생명평화 백배의 절을 올리면서 울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이 못내 안타까운 은주샘은 월곡지 못의 물만 훔쳤다.

자꾸만 벌목중인 숲에 들어가려는 것을 내가 끝내 말렸다.

잘했는지 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는 가족들이 눈에 밟혀 같이 나무에 올라가서 버티자고 말할 수 없었다.

미안해요.

(BG end)

숲 생태 해설사로, 오랫동안 앞산 달비골 생명들의 존재를 우리에게 알리고

아이들과 숲속에서 노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최명희 선생님이

지난주 3월 19일 공간앞산달빛 카페에 남긴 글입니다.

3월 19일은 앞산터널 반대 달비골 텐트농성이 501일째 되는 날이며

동시에 달비골 나무들이 모조리 베어진 날이기도 합니다.

2월 24일부터 무려 6차례에 걸쳐 앞산꼭지와 달비골 주민들은 힘을 모아

벌목저지싸움을 진행했습니다.

벌목톱에 베이고 용역경비들과 몸싸움끝에 실신하면서까지 숲을 지켰고

대구시는 이에 놀라 달비골로 주민들과 대화하기 위해 달려왔습니다.

주민들과 협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협상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태영건설은 지난 19일 달비골 숲에 다시 전기톱 10대를 앞세우고 벌목을 하러 들어왔습니다.

이번에는 전투경찰 1개중대가 넘는 병력과 사복경찰들과

여경 2개 소대와 함께 말입니다.

그날 하루 만에 달비골 나무들은 경찰의 통제하에

태영건설 직원들과 벌목꾼들에 의해서 모두 쓰러졌습니다.

대구시와의 협상에서 아파트 외벽 도색 말고는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데도

주민대표들은 벌목을 묵인했습니다.

장미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벌목이 있을 때마다

주민들에게 울먹이는 소리로 호소해왔던 방송을 주민들에게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언제 다시 협상을 계속 하겠다는 이야기도 없습니다.

몇 번의 주민총회를 거치면서 힘과 마음을 모아 함께 싸우자던 주민대표들은

주민총회 결정사항인 비상대책위원회도 구성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싸움을 접었습니다.

대구시와 어디까지 협상이 됐는지조차 아직까지 주민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나중에 벌목 소식을 듣고 삼삼오오 나온 주민들은 벌목현장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습니다. 대부분이 5,60대 아주머니들인 주민들은

숲 입구까지 와서 분노에 찬 표정으로 벌목을 지켜봤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달서경찰서의 거의 모든 병력이 출동한 듯

자신들을 둘러싼 경찰들에게 분노를 느껴야 했습니다.

벌목저지과정에서 그토록 주민안전보호를 요청했지만 경찰들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전경차 3대에 숱한 사복경찰과 여경들이 무엇때문에 이곳에 왔는가를

주민들은 따지며 성토했습니다.

공장 생활 십수년만에 한푼두푼 악착같이 모아서

‘근로자아파트’라고 십몇평 되는 집한채 이곳 장미아파트에 장만했는데,

시가로 6천7천만원 하는 아파트가, 터널이 뚫리고 고가도로가 생기면

천만원이상은 아파트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재산권 피해,

그게 너무 속상해서 벌목저지싸움에 나섰는데,

달비골 맑은 공기 하나 때문에 일부러 이곳 장미아파트로 노모를 모시고 이사를 왔는데,

터널이 뚫리면 이제 굴뚝에 코박고 살아갈 일이 복장이 터져서,

그게 너무 속상해서 벌목저지싸움에 나섰는데,

이제 벌목저지싸움을 통해서 내가 살고 있는 이 동네 앞산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이제 어렴풋이 깨닫고

앞산이 뚫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 하나 이제 씨앗 하나 심고 있는데,

손써볼 도리 없이 눈앞에서 퍽퍽 쓰러지는 나무들을 보면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것도 단 하루만에 그 거대한 숲이, 수만년 조상들이 가꿔온 달비골 숲이

속살을 허옇게 드러낸 처참한 광경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윙윙거리는 전기톱 소리는 하루종일 이어졌고

숲의 생명들도 주민들도 그 소리에 영혼을 빼앗긴 3월 19일이었습니다.

(BG start)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면 초록색 연두빛 나무들이 이제는 보이지 않습니다.

허연 속살을 드러낸 숲처럼 이미 마음에 구멍이 뻥하니 뚫려버려서

더 이상 베란다 창문을 열고 싶지 않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저밑에 있던 화가 목구멍까지 치밀어올라서

아주머니 몇분은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숲 입구 달비골 약수터에서 물을 받아가면서도

끝까지 지켜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쉽게 발길을 돌리지 못합니다.

3월 19일은, 달비골 나무들만 베어진 것이 아니라

숲을 아끼며 사랑했던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베어진 날입니다.

(BG end)

<노래> 윤선애-거리

<공간 : 앞산 달빛 http://cafe.daum.net/lovedalbigol / 글쓴이: 바람흔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