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뭘까요?”

어느날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천생리대를 들고 주위의 남성들에게 물어 보았다.

알록달록한 천에 똑딱단추까지 달린 천생리대를 요리조리 들고 살펴보던 남성들이 갸우뚱거리며 갖가지 대답을 했는데 그 중 압권이 “손잡이”, “마스크”였다.

엉뚱한 상상력에 배를 싸쥐고 웃었지만 어찌 이리 모를까 싶었다. 기혼 남성도 섞여 있었는데...

하긴, 여성의 월경 자체가 불결하고 부끄러운 것으로 터부시 되어왔으니 결혼한 남성들조차 생리대를 직접 볼 기회는 잘 없었을 것이다.

생리대를 보이는 일은 칠칠치 못한 여자로 치부되어서 허리조차 못펴는 극심한 생리통도, 생리 때문에 날카로워지는 신경도 모두 혼자서 감내해야만 한다. 진통제를 삼키면서.

많은 여성들이 휴가를 떠나기 전에 미리 약을 먹어 월경날짜를 조절한다거나 삽입형 생리대를 쓰는 것은 여성 스스로도 월경은 불편한 것, 짜증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천생리대를 처음 보았을 때 받은 충격은 즐거움 반, 걱정 반이었다.

울긋불긋 앙증맞은 꽃무늬 천생리대가 참 예뻤지만 막상 쓰는 일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새지는 않을까? 표나지 않을까? 매번 삶아야 하나?(귀찮게 시리...) 무엇보다 천생리대를 장만하는 일 자체가 어려워 보였다.

천과 똑딱단추를 사고, 도안대로 재단하고, 꼼꼼하게 손바느질을 해야 하고...

다행히 어떤 모임에서 같이 천생리대를 만들게 됐다. 함께 모여 생리대를 만드는 일은 정말 즐거웠다.

갖가지 생리 경험과 쓰는 요령을 듣고 이야기 하다보니 여성으로서 내 몸을 새롭게 보게 되었다.

천생리대 속에는 ‘월경 = 금기’ 라는 공식을 무너뜨리고 여성의 자의식을 찾는 과정이 있다.


일회용 생리대는 단지 ‘쓰레기’에 지나지 않지만 천생리대는 ‘손수건’처럼 소중하게 여겨졌다.

똑딱단추는 붙이는 일회용 생리대보다 훨씬 안정감이 있고 천의 흡수력이 좋아서 샐 염려가 없다.

무엇보다 짓무름, 가려움, 따끔거리는 불쾌감이나 역겨운 냄새도 전혀 없다. 생리 특유의 역한 냄새는 일회용 생리대에 쓰인 화학약품이 여성의 혈과 만나면서 생기는 것이다. 생리대를 굳이 삶지 않고 물에 담궈 두었다가 손으로 비벼 빨아도 문제가 없었다.

뿐인가? 천생리대는 정말 경제적이다. 양이 많을 때, 밤에 쓸 때, 끝나갈 때를 맞춰 따로 크기별로 사야하는 일회용 생리대에 비해 천생리대는 도안에 따라 크기와 두께도 다르게 만들 수 있어서 생리량이 많은 여성도 걱정없이 쓸 수 있다.


일회용 생리대를 새하얗게 염소표백하는 과정에서 다이옥신 찌꺼기가 남는다거나, 미국에서 1980년에 삽입형 생리대인 ‘탐폰’과 관련된 ‘독성쇼크증후군’으로 38명의 여성이 사망한 일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썩는데 백 년이 걸린다는 일회용 생리대를 버리면서 양심에 가책을 느끼기도 한다.

일회용 생리대 판매가 연간 29억 1천 800만개라니. 그것은 쓰레기처리과정에서 다시 유해물질을 내뿜어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햇볕에 와짝 마른 천생리대를 접어 넣으며 딸아이를 생각한다.

딸아이가 첫 생리를 하게 되면 내 손으로 만든 예쁜 천생리대를 선물하고 싶다. 장미꽃다발과 함께 든든한 동지가 생기는 기쁨을 자축하면서. 

 

* 대구환경연합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5-12 1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