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수도물의 가치</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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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일보 2008-07-16

 

유래 없이 일찍 시작된 폭염으로 지난 7월 8일 하루 동안 대구시에서 사용한 물의 양이 112만 톤으로 최고기록을 경신하였다. 인구 252만인 대구 시민 한사람당 하루에 444 리터를 사용한 셈이다. 최근 대우조선이 건조한 초대형 유조선의 용량이 31만8000톤이라고 하니, 유조선 4척 분량의 물이 하루만에 없어진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물 소비량은 2007년도 말 395ℓ로, 프랑스 281ℓ, 영국 323ℓ, 일본 357ℓ에 비해 훨씬 많다. 이 가운데 25% 가량이 쓸데 없이 낭비되고 있는 것으로 수자원공사는 추산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물의 가격은 지방자치단체들이 각자 공급하기 때문에 지역마다 가격이 다르지만, 물가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서 생산 원가보다 싸게 책정되어 있다. 환경부의 조사에서 지난 99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돗물 가격은 톤당 0.34 달러로 OECD 소속 22개국 가운데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민소득을 감안한 수돗물 소비량은 우리나라가 1천달러당 43.1ℓ로 세계 최고였으며 호주(23.1ℓ), 미국(24.6ℓ), 영국(22.2ℓ), 일본(11.4ℓ), 프랑스(8.3ℓ) 의 순이었다(*).

필자가 얼마전 대구의 어느 수영장 샤워실에서 두 남자가 다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젊은 남자가 샤워를 하다가 샤워꼭지를 잠그지 않고, 세면대 앞에서 면도를 하면서 세면대의 수도꼭지도 잠그지 않는다고 옆에 있던 중년 남자가 주먹질을 한 것이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이 1분에 10 리터 정도이므로 그 젊은 남자는 100리터 이상을 낭비한 셈이다. 100 리터의 수도물은 가격으로 따지면 200원 정도이지만, 한 사람이 10일간 생존할 수 있는 양이다. 아프리카의 어린이들은 한 모금의 물이 없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을 생각한다면, 물을 낭비하는 것은 큰 죄악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도물이 값싼 이유는, 다른 생물들에게서 빼앗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급속도로 멸종하고 있는 동물이 양서류와 담수어종이다. 반면에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는 동물은 인간과 소이다. 또한, 그 중에서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동물이 인간이다. 옛날에는 물을 이렇게 많이 소비하지 않았다. 물 소비량이 적으니 자연히 계곡과 개울에 물이 많아서, 물고기를 잡으면서 강에서 놀 수도 있었다. 그런데, 펌프의 성능이 발달하면서 누구나 지하수를 쉽게 뽑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산 위에는 댐을 세울 만 한 곳에는 거의 모두 댐이 들어서서 계곡물을 가두어 놓고, 산기슭에는 골프장과 리조트들이 지하수를 뽑아올리고, 들판에는 공장과 큰 건물들이 지하수를 뽑아올리니, 계곡과 강으로 흐르는 물이 줄어들고, 간혹 비가 오더라도 지하로 스며드는 속도가 빨라서 강물이 금방 말라버린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강은 대부분 실개천으로 변했다. 강으로 흘러야 할 물이 모두 수도파이프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전 전라북도 무주군의 적상면을 오랜만에 방문한 길에, 새로 지어진 적상댐을 돌아본 적이 있다. 과거에 시원하게 흐르던 폭포와 골짜기 물은 메말라 버려서 수서생물들이 자취를 감추었고, 적상산 꼭대기의 댐으로 가는 도로는 산허리를 여러조각으로 가르면서 산짐승들의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적상댐의 목적이 전력이 모자랄 때를 대비한 수력발전소라고 하니, 당장 얻는 이득도 없이 생태계만 파괴한 셈이다.  

우리가 수도물을 많이 쓰는 이유는 온수기와 비누 때문이다. 온수기의 스위치만 누르면 더운물이 나오니 샤워 시간이 길어진다. 여름에도 온수로 샤워하는 사람이 많은것은 일부 잘못된 상식 때문일 수도 있다. 흔히, 더운물로 샤워를 해야 체온이 잘 발산된다고 하여 여름에도 온수 샤워를 권하는 사람이 있는데, 원래 머리피부의 혈관은 수축하지 않기 때문에, 찬물로 머리를 감는 것이 여름에 가장 시원하다. 샤워습관은 100여년 전에 미국의 비누회사들이 만든 습관이라고 한다. 샴푸나 바디 크렌져와 같은 목욕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것들을 한 번씩 사용하고 씻어내야 하니 물 소비가 많아진다. 비누는 머리 감을 때만 사용하고 몸은 물로만 씻으면 된다. 때를 벗길 필요도 없다.  때를 미는 습관도 이태리 타올을 팔기 위한 마케팅이었다고 한다. 또한, 찬물로 샤워하는 것은 물과 시간을 절약할 뿐 아니라, 아유르베다 요가에서는 자율신경을 강하게 한다고 하여 가장 좋은 건강법으로 여기고 있다. 운동 후에도 찬물로 씻으면 근육의 탄력이 더 좋게 된다. 

변기에서 물을 한 번 내릴 때 10리터가 소비된다. 사람은 보통 하루에 5번 정도 대소변을 누게 되므로, 하루에 50리터를 화장실을 통해 소비하게 된다. 변기의 물통안에 있는 물높이 조절 막대를 낮게 해 놓거나, 벽돌을 2장 넣어 두거나, 샤워할 때 떨어지는 물을 세수대야에 담아 두었다가 변기에 이용하는 등으로 물소비를 줄일 수 있다. 두 사람이 차례로 볼 일을 본 후에 물을 내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절수형 변기가 보급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여행했던 일본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모두 절수형 변기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평소에 변기에 물이 고여 있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의 변기는 모두 물이 가득 고여있는 형태이다).

한편, 비싸게 정수하고 소독한 수도물을 외면하고 생수를 사서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생수를 만들기 위해 또 지하수를 퍼내고, 플라스틱병에 담아서 먼 길을 운반한다. 생수에는 다섯 가지 문제가 있다. 수도물 보다 안전하지 않고, 지하수를 고갈시키고, 운반하는데 석유가 소비되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고, 플라스틱 병에서 환경호르몬이 녹아 나올 수도 있다. 또한, 중금속이나 환경호르몬은 식수를 통해서 보다는 오염된 음식을 통해서 주로 섭취되기 때문에, 꼭 생수를 사서 먹을 필요는 없다. 

수도물은 실제로 아주 비싼 것인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싸게 책정되어 있어서 낭비가 많이 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가격의 왜곡현상이라고 한다. 최근에 수도사업이 적자라고 하여 수도 민영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수도 민영화를 고려하기 전에, 수도물 가격을 적정가격으로 인상하여, 수도파이프를 고치거나 수도꼭지 잠그는 일을 귀찮게 여길 수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소비자들은 물을 빼앗긴 생태계의 위기를 생각해야 한다. "지구가 가진 자원은 모든 사람의 필요를 위해서는 충분하지만, 소수의 탐욕을위해서는 부족하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을 되새겨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