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살고 있는 마을 근처에, 가령 1~2km 떨어진 곳에 폐기물매립장이 들어오게 될 거라는 소식을 듣는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일단 가능한 수단을 모두 동원하여 막아내려 할 것입니다. 불가항력적으로 매립장의 설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면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피해예상액을 산정하고 합당한 보상을 요구할 것이고, 그 비용은 국가 또는 그 매립장의 사업자 및 그 곳을 이용하는 개인 또는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예상할 수 있는 합리적인 절차이고 민주적인 갈등 해결의 방식 아닐까요? 실제 폐기물매립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 성주지정폐기물매립장의 사례를 통해서 되짚어 보았습니다.

 

전국 어디에나 붙어있는 “기업하기 좋은 △△”라는 표어가 나부끼고 읍내에 산업단지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도, 대부분의 성주 주민들은 인구 유입과 세수 증대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고만 생각했지, 산업단지 안에 폐기물매립장이 세트로 들어오게 된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민들 몰래 들어온 폐기물매립장이, 사업주와 지방행정청 간에 몇 통의 문서가 오가는 사이에 다시 지정폐기물매립장으로 변경된 사실도 주민들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성주 군민들이 무지해서 빚어진 일이 아닙니다. 성주지정폐기물매립장의 문제를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산업단지와 함께 일반폐기물처리시설이 설치되고, 2차 산업단지 조성시기에 때맞춰 그 시설이 지정폐기물처리시설로 둔갑하는 일정한 메커니즘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실제로 안동시 풍산면 괴정리의 경우와 경주시 건천읍 용명리의 경우, 성주와 거의 유사한 경로를 거쳤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만일 행정당국이 꼼수를 쓰지 않고 폐기물매립장을 설치하는 법률적 절차를 준수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①「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는 절차가 있고, ②「폐기물관리법」「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는 절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였습니다. 폐기물매립장의 설치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는 ‘합법적으로’ 배제되고,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는 주변지역에 대한 지원 또한 ‘합법적으로’ 봉쇄되어 있습니다. 법이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 요지는 주민의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유해시설과 유해물질이, 합법을 가장한 꼼수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공간 아주 가까운 곳에 주민의 의사를 배제하고 밀려들어오는 것이 시스템화 되어 있는데, 이 문제가 아직 공론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환경부는 매립이 끝나 폐쇄된 전국 85개 사용 종료 지정폐기물 매립장 가운데 10곳을 대상으로 2012년 7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주변 지역 토양·지하수 환경을 조사를 해보니 40%인 4곳의 주변 토양에서 아연, 카드뮴, 비소 등의 중금속이 검출되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최대 643배까지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한겨레신문 2014.11.25」

이처럼 폐기물매립장은 설치와 운영과정에서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폐쇄 후에도 주변 지역에 거의 영구적인 피해를 남깁니다. 더 늦기 전에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행정청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주민들과 더불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