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은 늘 그렇게 굽이돌면서 흘러내리고 있다. 강심이 그다지 깊지 않아 곳곳에 흙과 모래가 쌓여 섬을 이루고 그 안에 풀과 버드나무가 자라 제법 멋진 초지와 숲을 이루면서 여기저기 크고 작은 섬(하중도)이 만들어졌다. 그 섬 사이로 흐르는 강물은 변화를 즐기려는 듯 듣기 좋은 화음을 내며 귀를 적신다. 거침없이 흘러만 가는 단순함이 무료해서 잠시 모래톱에 올라가 쉬어보기도 한다. 그러다가 수초 사이를 지나며 풀뿌리를 간질이기도 하면서 살살 흘러가는 맛은 바로 강물의 향연일 것이다. 강물은 그렇게 흐르면서 습지를 만들고, 그것을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는 생물들 또한 그 얼마나 많으랴. 언젠가는 그곳이 수달의 서식지로 알려지면서 금호강과 신천은 대구 시민들에게 초미의 관심사가 된 적이 있지 않던가.

 

그런데 오늘 나는 그 습지의 나무들이 운명을 달리하고 있는 현장을 보고야 말았다. 강가에서 또는 하중도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나무들이 하나둘씩 잘려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벌목 전문 인부들이 전기톱을 동원, 인정사정없이 잘라내고 있었다. 당국의 지시를 받은 인부들의 기계작업은 먹잇감을 산채로 잡아먹는 야수처럼 거침없이 집어삼키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고 있으니 가슴이 벌렁벌렁, 얼굴이 화끈화끈 뒤틀린 내 감정을 다스리기 어려웠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없어졌을 때의 허망함, 절대적으로 존재해야 할 것들이 무참히 훼손되는 현장을 보고만 있을 때의 절망감, 치솟는 분노, 뼈아픔, 처절함, 뭐 이런 말로 설명이 될까? 하중도의 나무는 강의 생태계를 유지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것일진대 그것이 전부 금호강에서 사라져 버린다? 환경운동 단체에서는 이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전화(426-3357)를 걸었다. 휴일이라 그런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금호강 자전거길을 따라 방촌에서 하양까지 한 시간 가량 페달을 밟아오면서 본 숲의 훼손 현장은 대구시를 거슬러 올라 경산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초로의 한 어른이 옆에 있어 왜 이런 벌목을 하고 있는지 혹시 아느냐고 물었더니 나름대로 이야기를 해 준다. 강안의 버드나무들로 인해서 큰물 질 때, 배수가 빨리 되지 않아 금호강 상류 쪽에 있는 마을에 침수현상이 일어나서 그럴 것이라 한다. 뿐만 아니라 나무에 부유물들이 많이 걸려 미관상 좋지도 않아서 물빠짐을 원활히 하고, 강의 미관을 좋게하기 위해서 4대강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대구시 건설본부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분의 말씀이 정확하다는 사실은 관계당국에 전화를 통해서 확인했다. 대구시 시설안전관리사업소 하천관리과(589-5870)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말과 일치했다. 환경운동연합의 입장이 어떤지를 묻고 싶었다.

 

훼손 현상을 함께 목격한 동생의 탄식은 나보다 더하다. 습지로 우거진 금호강이 좋아서 틈만 나면 강둑을 걷거나 자전거로 바람쐬는 것을 즐기는 동생이다. 환경운동단체의 입장이 어떤지 다음날 연락을 해보니 다른 일에 바빠서 그간 미처 살피지 못했다는 변명섞인 대답이었다. 실망스러웠다.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좀더 자세히 알기 위해 실질적 담당부서인 대구시 건설본부(603-5351)에 확인해 본 즉, 숙천에서 화랑교까지의 국가하천 안의 버드나무 18,000그루를 4월초까지 제거하기로 되어 있다는 거다. 홍수 때가 되면 침수 피해를 보는 지역 사람들의 민원을 해결하려다 보니, 환경청과 부산국토관리청이 협의해서 그렇게 결정하고 며칠 전부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동식물 보전지구이자 철새도래지 주변의 나무 2,000여 그루 정도만 남겨두기로 추가 결정했다는 거다. 하천법상 하천 안에 있는 나무는 모두 제거 대상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나마 환경을 고려해서 최대한 적게 잘라내려 하고 있으니 잘 이해해 달라고 오히려 부탁을 하는 것이다. 나는 그대로 수긍할 수는 없다고 했다.

 

최대한 습지의 버드나무 숲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주민의 동의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그건 엉터리이고, 우리 동네 주변 사람들의 불평이 들끓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그저 몇 명의 학자와 몇 개의 환경단체(대구환경운동연합 불참, 녹색환경운동연합 등의 관변단체)를 불러놓고 생색내기로 설명회 정도만 하고 밀어붙이는 식의 개발은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 그럴듯한 말로 주민들의 항변에 대응하는 당국자의 설명도 환경파괴적인 그들의 논리를 교묘하게 숨기고 있을 뿐,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변명이 궁색하니 일단 밀어붙이고 보자는 식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았다. 강은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한다. 상류의 오염원을 최대한 줄이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하고, 침수지역이 생기지 않도록 제방을 튼튼히 쌓거나 배수펌푸시설을 충분히 갖추는 방식으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강의 자연정화작용을 훌륭하게 담당하고 있는 버드나무 숲을 없애버리는 것은 엄청난 자원의 낭비일 뿐만 아니라 자연 파괴라고 보지 않을 수 없으며 미봉책에 불과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를 제발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무참히 베어진 나무토막 위로 비둘기 떼들이 날아가 내려앉는다. 황량해진 풍경에 놀란 철새떼들은 갈피를 잡지 못한 듯, 자맥질을 잊은 채, 두리번거리면서 물위에서 헛발질만 하고 있었다. 그나마 쉴 수 있었던 공간마저 무지한 인간들에게 빼앗기고만 속상함을 그렇게 달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고 눈에 가려진 노여움과 안타까움을 한참 동안 씻어내지 못했다. 저급한 '4대강 살리기사업'의 망령이 평화스런 이 금호강까지 찾아왔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 은빛의 금호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