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연합 논평- 삼성크레인․현대유조선 충돌 기름유출 사고 한달>

절망을 만드는 권력, 희망을 일구는 국민
이제 사고 원인 규명과 사태 책임 추궁,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역량 모으자

삼성크레인과 현대 유조선 충돌 기름오염사고가 발생한 지 1달이 됐다. 거대한 기름호수는 치워졌고, 아픔은 줄어들어 모래 속으로, 바위 사이로 숨었다. 멀리 남해의 추자도에서 또 호남의 양식장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여전히 들려오지만, 이제 상황을 정확히 평가하고 이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가쁜 숨을 가다듬어야 할 때다.

환경연합이 이번 사태에서 확인한 놀라운 두 가지는 ‘50만이 넘는 국민들의 자원봉사 행렬’과 ‘금권과 행정권, 사법권의 무책임과 무기력’이었다. 한 달 사이에 50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매서운 바닷바람에 속에서 기름덩이와 맞서 싸운 역사는 일찍이 없었던 기적과 같은 일이었다. 또한 성금과 물품을 보태 서해의 아픔을 극복하는데 동참해준 국민들의 정성도 감동적이었다. 환경연합은 국민의 참여열기 속에서 ‘국토에 대한 애정과 재앙을 극복하려는 뜨거운 의지’를 보았다. 환경연합은 세계를 놀라게 한 국민들의 헌신적인 실천과 노력에 존경을 표하며, 감사의 뜻을 전한다.

반면, 사태를 일으킨 삼성중공업과 현대오일뱅크, 복구활동을 주관한 정부, 사고 원인을 조사하는 수사 당국의 태도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삼성과 현대는 자신들의 안전불감증이 사고의 원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책임을 떠넘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뻔뻔함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안일한 판단과 대응으로 피해를 키우거나 효율을 저하시켰고, 수사당국은 국민들이 복구에 전념하는 동안 재벌들 봐주기 수사를 통해 사태의 진실을 땅 속에 묻고 말았다.

사실 이번 사고의 책임은 대부분 삼성중공업에 있다. 삼성중공업의 크레인이 인천대교 공사장을 출발하는 12월 6일 오후 이미 서해 중부의 기상악화는 예보되어 있었고, 7일 새벽 3시 경엔 풍랑주의보가 내려졌다. 더구나 사고 두 시간 전(5시 20분)엔 대산 해양청이 무선을 통해 충돌위험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그런데도 삼성은 항해를 강행했고, 대산청의 경고에 답변조차 거부했다. 삼성이 바다에서의 일반적인 안전수칙만 따랐다면, 대산해양청의 경고에 귀 기울여 예인선단을 피항시켰다면,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12월 9일까지 거제에 도착해 새 작업을 시작하기 위해 위험한 운항을 멈추지 않았다. 사고 후에도 삼성은 ‘해양청의 무선을 받은 바 없다.’며 거짓 주장을 벌였고, 항해일지를 조작해 증거인멸을 시도했으며, 대산해양청의 경고 무선에 답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아직도 삼성 중공업의 홈페이지에는 이번 사고에 대한 사과는 커녕 관련 소식조차 찾아볼 수 없으며, 첫 화면에는 사고를 냈던 크레인이 삼성중공업의 상징으로 등장하고 있다. 온 국민이 사태를 걱정하고 복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작 사고 책임자인 삼성은 국민을 무시하고 조롱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또 다른 책임은 현대오일뱅크와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에 있다. 사고 유조선을 합법적인 기항지가 아닌 사고 해역에 정박하도록 한 것은 현대의 책임이다. 이곳은 어민들의 고기잡이 공간으로, 주민들이 진즉부터 무단 정박을 항의해 오던 곳이다. 또 사고 40분 전쯤 대산 해양청이 유조선에 “충돌위험이 있으니 안전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를 보냈음에도 이에 대해 조치하지 않았다. 더구나 12년 전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가 단일선체 때문이었는데도, 현대오일뱅크가 여전히 사용 유조선의 83%를 단일선체 유조선에 의존하고 있다. 이윤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해 온 것이다.  

이번 사고의 피해를 키우고, 복구활동의 비효율을 만든 것은 정부였다. 사고발생 3시간 35분이 지나 도착한 200-500톤 규모의 방제정은 높은 파도와 강풍 속에서 아무런 역할도 못했다. 정부는 유조선 주변에 오일펜스를 설치하지 못해 속절없이 기름오염을 확산시켰고, 유조선 파공을 막지 못해 48동안이나 기름이 흘러 넘쳤다. 정부는 유출된 기름띠가 육지까지 밀려오는 데 24-36시간이 걸릴 걸로 예측했지만, 기름파도는 13시간도 지나기 전에 해안에 도착해 초기 대응에 구멍을 냈다. 정부가 자랑하던 방제능력 16,600톤은 허구의 숫자였고, 바다 위에서 작동했어야 할 유흡착기, 오일펜스 등은 무용지물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아무데나 뿌려댄 유화제 또한 피해를 키운 원인이다.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다른 문제는 해양경찰청과 검찰의 수사다. 이들은 충돌사고를 낸 삼성중공업 크레인 예인선단 선원 3명(2명 구속),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호 선원 2명을 입건하고, 크레인과 유조선의 소유회사들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로 사태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악천후 속 항해를 지시한 삼성의 책임자에 대해, 대산해양청의 피항 경고에 불응한 이유에 대해, 현대의 불법적인 정박 지시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12년 전 여수  씨프린스호 사건 때 그랬던 것처럼, 사고의 원인을 자연재해 탓으로 몰고, 말단의 선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건을 얼버무리고 있다.

환경연합은 ‘사고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사고로부터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하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상황’을 우려한다. 여수 씨프린스호 사고의 실패학을 받아들여 실천했더라면 오늘의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텐데, 당시 사고에 대해 철저히 대응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크게 반성한다. 이에 환경연합은 사고 한 달을 맞으며, 향후 사고의 본질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적정한 배상을 지원하며,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마련을 촉구하는 활동에 집중하고자 한다.

우선 환경연합은 이번 사고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향후엔, ‘서해 기름오염 사고’ 혹은 ‘태안 기름유출 사고’ 등의 잘못된 명칭을 ‘삼성크레인 현대 유조선 충돌 기름오염사고’로 고쳐 부르고자 한다. 이번 사고는 명백히 삼성의 배금주의와 안전불감증 그리고 현대 오일뱅크의 무법적 발상과 둔감한 사회적 책임이 불러온 재앙이기 때문이다. 구체적 활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삼성의 책임을 묻기 위한 활동을 벌이고자 한다. “삼성은 책임지세요.” 캠페인을 통해 사고 유발에 관한 사과와 여러 종류의 피해에 대한 무한 책임을 약속받기 위해 활동할 것이다. 인터넷 등을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묻고, 그 의견에 따라 삼성에 대한 고발, 불매운동, 서명운동 등을 벌여 나갈 것이다. 거짓 주장, 항해일지 조작, 진술 거부, 사과 거부 등에 대해서도 합당한 책임을 묻고자 한다.    

둘째, 이중선체 유조선 의무화 캠페인을 추진할 것이다. 5,000톤급 이상 유조선 기름유출이 거의 대부분 단일선체에 의해 일어나고 있으므로, 단일선체 유조선만 추방하더라도 해양 오염사고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따라서 2008년까지 이중선체 사용을 법제화하고, 법이 정비되기 전이라도 정유사들이 이중선체 사용을 자발적으로 협약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셋째, 사법당국의 무기력한 조사를 규탄하고,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가 되도록 감시를 강화할 것이다. 태안해양경찰서의 졸속적, 밀실 수사를 지적하고, 이를 지휘해 왔던 검찰의 부실한 수사에 대해 항의할 것이다. 지금처럼 사고가 자연재해라거나 단순 실수로 결론지어져, 피해에 대해 책임질 대상이 없어지는 상황이 돼서는 곤란하다. 수조원에 이르는 피해를 국가가 물어주거나, 어민들의 손해로 떠넘기거나, 황폐화된 국립공원의 복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우리는 떡값 검찰의 불명예가 여기서도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넷째,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환경복구에 함께할 것이다. 외국의 피해 복구 사례는 과도한 인위적 간섭이 환경의 복원을 둔화시키거나 2차 오염을 유발하는 등의 문제를 잘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유화제 사용, 고온고압세척, 화학제품의 이용 등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해당 지역의 생태적 특성과 지역 사회의 기대를 반영하는 복구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할 것이다. 또한 환경훼손과 복구에 대한 비용을 산정해 가해자 측이 부담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다섯째, 주민들의 적정한 피해 배상 청구에 대해 지원할 것이다. 다른 법률단체들과 공동으로 지원단을 구성해 주민들을 상담하고, 합당한 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특별법의 제정과 소송의 진행 과정에 함께할 것이다.

여섯째, 제도의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복구활동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무용지물인 시설들의 개선을 촉구하고, 특히 전국적으로 분산된 복구 장비의 합리적 운용에 대해 의견을 낼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고를 통해 기름 오염 사태의 복구를 위한 민관 협력의 필요성을 확인했으므로, 이들이 개선되도록 의견을 제출할 것이다.

일곱째, 환경연합은 현장의 기름제거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시민구조단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시민들의 자원봉사를 요청하고, 가장 먼저 시민구조단 구성을 홍보함으로써 자원봉사의 열기를 불러왔던 단체로서, 기름오염 작업이 마무리될 때까지 책임감을 가지고 함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