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조카가 참 많이 있습니다.

본가쪽으로 11명, 처가쪽으로 3명, 도합 14명이나 됩니다.

이들 조카 중에 둘째 형님 둘째 딸이 오늘 환경운동단체 활동가가 되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15년동안 활동했던 대구환경운동연합의 활동가로 말입니다.

가족관계에서는 조카지만 사회관계에서는 어엿한 후배가 되었다는 것이지요.

대부분 사람들이 선택하는 생존과 출세의 길을 마다하고

가족조차도 잘 이해해주지 않는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 조카를 생각하며

하루 종일 가슴 저 밑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 올라오는 기분을 느꼈습니다.

 

올해 24살인 조카는 대구의 모 대학을 다니다가 작년에 돌연 캐나다로 떠났습니다.

1년 동안 그 곳에서 생활을 하던 중에 한국에서 온 여러 사람을 만났을 텐데

그들 중에 엔지오 단체 활동가와 친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관심을 가지면서, 자신이 엔지오 활동을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귀국을 했습니다. 

부지런하고 사회성이 좋은 조카는 귀국하자 마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바쁘게 생활하고 있다가 여름이 시작될 무렵에 대구에 있는 엔지오 단체에 대해

좀 알려달라고 저에게 연락이 왔길래 이런 저런 단체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갈 즈음 동갑내기인 딸에게서 조카가 제가 소개했던

대구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하여 몇몇 시민단체에 무작정 이력서를 제출하고,

활동할 수 있게 해달고 찾아다니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단체들 중에 대구환경운동연합 후배 활동가들이 조카의 열정을 예쁘게 보고 흔쾌히

함께 활동하기로 해서 오늘 첫 출근을 하게 된 것입니다.

 

딸에게서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한번쯤 조카가 찾아다녔던

단체에 전화를 넣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이

조카나 후배 활동가들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인연인지를 파악하는 데

더 좋은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력서를 넣을 때 삼촌에게 연락해서 부탁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고 혼자 부딪혀 보자 작정한 마음이 기특하고,

채용 공고도 없는 단체를 무작정 이력서를 들고 찾아가는 등

자신의 길을 적극적으로 찾아나선 조카의 열정은

저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지금도 가족 모임을 하면 활동가라는 저의 직업이

환영을 받지 못하여 간혹 어른들의 걱정이 되곤 하는 데,

이제 후배 활동가가 된 든든한 조카가 생겼으니,

이번 추석 명절부터는 제 어깨가 조금은 올라갈 것 같습니다.

 

"가치로운 삶을 선택한 너에게

활동가 선배로서 박수를 보내고 응원한다.

누구나 마음먹기에 따라서

행복의 크기를 결정할 수 있단다."

첫 출근한 오늘, 후배 활동가가 된 조카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