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우.jpg

 

구름 한 점 없는 화 창한 가을 하늘 아래 우리는 개실마을로 가는 버스에 탔다. 한껏 들뜬 마음을 안고 버스는 출발 했다. 가는 길 창밖을 보니 울긋불긋 빨갛게 노랗게 물드는 산을 보며 그제야 가을이 오는 것을 느꼈다. 여행을 가면서 자주 지나가는 길인데도 그 때 그 때 마다 달라 보이는 산을 보며 신기해했다.

버스가 도착하자 개실마을이 한 눈에 보였다. 농촌 마을의 가을 오전은 평화로웠고, 아름다웠다. 우리는 버스에서 내려 마을구경을 하러 골목으로 걸어 들어갔다. 나는 늘보 쌤이랑 같이 돌아 다녔다. 마을 골목 한 켠에 잘 익은 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나무가 있었고 골목 옆 공터에는 벼를 말리고 있었다. 가을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주는 것 같다.

마을 골목으로 더 깊이 들어가니 돌로 만든 담과 여러 집들 그리고 아름답게 펼쳐진 산이 있었다. 정겨운 농촌마을의 풍경이었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 때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더 올라가니 소들이 있었다. 우리는 ‘혼나면 죄송하다 하면 되겠지.’ 라는 생각으로 소들에게 지푸라기를 주었다. 소는 혀를 날름거리며 잘 먹었다. 우리는 소에게 지푸라기를 먹일 만큼 먹인 뒤에 옆쪽의 산길로 올라갔다. 여기저기 들꽃이 피어있고 맞은편에는 알록달록 오색 옷을 입은 산이 있었다. 길을 따라 올라가며 아름다운 산 속 풍경들을 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마다 감탄하고, 놀라워하면서 걸어갔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고 우리는 길에 자리를 잡고 앉아 각자 가지고 온 도시락을 꺼내어 먹었다. 조용했던 숲이 활기차졌다. 선생님들께서 밥 먹고 난 뒤에 산에서 뛰어 놀 수 있도록 해주셨다. 그러나 나는 밥 먹는 동안에 산 여기저기에 쓰레기가 보여 눈에 거슬려서 늘보 쌤과 같이 쓰레기들을 주우러 다녔다.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가 동물이 사는 굴도 발견하고 잠자리도 잡아 보았다. 한 개 한 개씩 줍던 쓰레기들은 한 봉지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산에는 캔, 종이 쓰레기, 물티슈 다 쓴 것, 병 같은 여러 종류의 쓰레기들이 나왔다. 산에 있는 쓰레기들을 조금이나마 치우고 나니 산도 깨끗해진 것 같고, 내 마음도 깨끗해진 것 같았다.

쓰레기를 다 줍고 산을 둘러보니 예쁜 나뭇잎과 열매들이 있었다. 작고 동그란 보라색 열매, 조금 더 큰 빨간색 열매, 노란색이랑 빨간색이 섞인 나뭇잎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있었다. 그리고 주운 열매들 중에 동그랗고 작은 보라색 열매는 포도를 닮은 것 같아서 포도 쌤께 보여드렸다. 다들 예쁘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 놀다가 우리는 산에서 내려 왔다. 내려오면서도 올라오면서 보지 못한 나무들도 보고, 산수유도 보았다. 산수유 열매는 빨갛고 길쭉하며 매끈했다. 언제나 보던 것이지만 오늘따라 예뻐 보였다.

우리는 곧장 마을 가에 있는 강으로 갔다. 거기엔 뗏목들이 있었다. 다들 너나 할 것 없이 뗏목 쪽으로 뛰어 갔다. 그리고 뗏목에 올라탔다. 물에 둥둥 뜨는 느낌이 재미있었다. 땅에 노를 꽂고 당기면 앞으로 기우뚱 기우뚱하며 나아갔다. 물속을 들여다보니 여러 생물들이 보였다. 우렁이 같이 생긴 것도 있었고,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는 매우 빠른 물고기들도 있었다. 또 흐느적거리는 수초도 있었다. 한 쪽에 사람이 몰리면 기우뚱 해서 물이 찼다. 그래서 협동을 하며 타야 했다. 뗏목을 붙여서 다른 뗏목에 사람을 보내기도 했다. 옮겨 갈 때마다 뗏목이 흔들흔들거려서 더 신났다. 그런데 도토리 쌤이 고구마를 캐야 한다고 다들 모이라고 하셨다. 아쉽지만 뗏목 타는 것을 멈추고, 고구마를 캐러 고구마 밭으로 이동했다.

마을 집들을 지나 넓은 고구마 밭에 도착했다. 각각 자기 영역을 정해 호미로 열심히 파댔다. 파다보면 고구마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열심히 호미질을 할 땐 꼭 해적들이 섬에서 보물 상자를 발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금은보화 같은 고구마가 나왔다. 고구마 한 개 한 개를 캘 때마다 수확의 기쁨을 맛봤다. 허리도 다리도 아팠지만 즐거웠다. 이 일을 매일 하신다는 그 마을 할머니가 매우 존경스러웠다.‘우리가 해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이걸 매일 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 캐고 할머니께서는 우리에게 고구마를 주셨다. 우리가 직접 캔 고구마를 먹을 생각에 나는 매우 신이 났다. 그렇게 수확의 기쁨을 알고 신나게 돌아왔다. 그러다 보니 배가 고파졌는데 마침 간식 시간이 돌아와서 우린 아까 뗏목을 타던 강가에 있던 정자로 가서 빵과 주스를 받고 앉아서 간식을 먹었다. 다 먹은 친구들은 질리지도 않는지 옆에 있는 뗏목을 타러 갔다. 물론 나도 갔다. 또 시간가는 줄 모르고 타다가 보니 집으로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그 짧은 시간에 이 마을에 정이 들어버렸다.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버스로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매우 즐거웠다. 산에도 올라가보고, 뗏목도 타보고, 수확의 기쁨을 느꼈으니까. 다음번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와보고 싶은 그런 마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