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아침 낙동강을 찾았습니다.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4대강 재자연화가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빌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수문을 열자 돌아온 낙동강 모래톱에서 새해 첫 일출을 보고 난 직후, 그곳에서 놀랍게도 수달을 만났습니다. 

4대강 재자연화의 희망을 발견한 것입니다. 


아래는 새해 첫날의 낙동강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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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개방하자 수달도 돌아왔다. 낙동강 되살아난다

[현장]수문 개방한 하류는 강의 모습 회복 ... 상류는 여전히 거대한 물그릇


새해 첫 아침 만난 천연기념물 수달, 놀랍다


동이 트기 전 모래톱이 하얀 서리에 뒤덮였다. 마치 흰눈이 소복이 쌓인듯했다. 아름다웠다. 더 아름다운 모습은 잠시 후에 펼쳐졌다. 저 산등성이 너머로 2018년 새해 첫 일출이 시작되자 태양빛은 하얀 서리가 내린 모래톱 위로 쏟아졌다. 모래톱 위의 흰색은 태양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났다. 장관이었다. 오른쪽에서는 유유히 흘러가는 황강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일출과 모래톱 그리고 물안개가 빚어내는 놀라운 아름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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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2018년 새해 첫 일출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자 나타난 모래톱 위로 새해 첫 날의 태양빛이 쏟아져 서리가 내린 모래톱 위를 비춘다. 장관이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새해 첫날 나가본 낙동강은 이렇게 황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낙동강 보의 수문이 열리자 강의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태양빛을 받은 모래톱 위에는 발자국이 선명하다. 발자국을 따라가자 배설물도 나온다. 이러저리 몸을 구르며 놀다간 흔적도 눈에 들어온다. 그랬다. 그것은 수중 생태계 최상의 포식자 바로 수달의 흔적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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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수달이 이리저리 뒹근 흔적과 수달의 발자국이 길게 이어지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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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선명한 수달 발자국과 배설물. 모래톱 곳곳에 수달의 흔적이 나타났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수달이 돌아온 것이다.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종인 수달이 황강과 낙동강을 오가며 살고 있는 것이 목격된 것이다. 수달의 흔적을 따라 갔다. 길은 끊겼고, 야트막한 언덕엔 온통 갈대와 마른 가시박 덩굴이다. 가시박 덩굴이 발목을 잡아끌었다.


넘어지기를 몇 번 하자 태양은 벌써 저만치 떠올랐다. 저 멀리 황강 쪽 모래톱엔 청둥오리 무리와 비오리 한 마리가 모래톱 위에 앉아 쉬고 있다. 아침 햇살을 받은 청둥오리의 선명한 녹색이 두 눈에 들어온다. 언덕 수풀을 헤치며 오른 직후라 한겨울이지만 몸에서 땀이 배어나왔다. 휴식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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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황강의 모래톱 위에 청둥오리들이 앉아 쉬고 있다. 그 위를 새해 첫 태양이 비추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큰 너럭바위에 걸터앉아 쉬면서 청둥오리 무리들의 밝은 초록빛을 감상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강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쉬이익 쉬이익" 숨소리가 같기도 하고 신음소리 같기도 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갑자기 강에서 강물이 일렁거렸다. 물고기인가 하는 순간 낯선 생명 하나가 불숙 고개를 쳐들었다.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는 다시 물속으로 자맥질을 한다. 그러다 이내 다시 고개를 쳐든다. 기자를 잠시지만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다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물결이 다시 일렁거린다. 그때서야 퍼득 정신이 들었다. 손에 들고 있는 휴대폰의 카메라를 컸다. 녀석의 모습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인간이 잘 접근하지 못하는 곳. 그곳에서 처음 만나는 낯선 생명. 수달은 호기심이 발동한 거 같았다. 그래서 요리조리 기자를 뜯어본 것이리라. 비록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수달과 기자는 서로를 살피며 교감했다. 친구가 된 듯했다.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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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천연기념물 수달이 낙동강에 나타나 고개를 내밀더니 빤히 쳐다본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아마도 그 부근에 녀석의 집이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의 집 앞에 처음 보는 낯선 생명이 앉아 있으니, "당신 뭐야?" 하는 듯 빤히 쳐다본 것이리라. 이것이 기자가 낙동강에서 처음으로 만난 수달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바로 3미터 코앞에서, 새해 첫 아침에 말이다.


2018 새해 첫 일출을 보며,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하다


새해 첫 일출을 낙동강에서 맞이하고 싶었다. 강으로 떠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간절히 기원하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4대강 복원과 낙동강 부활을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간절히 기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1300만 식수원 낙동강에 맹독성 물질을 내뿜는 남조류(녹조)가 창궐하고, 물고기 떼죽음하고, 새가 떠나가는 곳. 바로 죽어가는 낙동강의 모습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밤마다 꿈 속에서 들려오는 죽음의 절규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촛불 혁명 정부가 4대강 적폐를 청산하고, 4대강 재자연화를 강력히 시행하는 새해가 되기를 간절히 빌고 싶었다.


낙동강으로 떠오르는 새해 첫 일출을 보면서 간절히 기원한 직후 낙동강에 수달이 나타난 것이다. 저 찬란한 태양과 함께 수달이 고개를 내민 것이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열자 귀한 생명이 비로소 그 존재를 나타낸 것이다. "낙동강 부활의 신호탄이 함께 떠올랐구나" 독백처럼 튀어나온 말이다.


사실 4대강 사업 기간과 그 후 지금까지 거의 10여 년을 낙동강을 찾았다. 낙동강이 유린되는 현장을 기록해둬야 했고, 4대강사업으로 죽어가는 낙동강 모습을 담아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강을 도륙하고 뭇생명들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트린 이 사업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10여 년 동안 낙동강을 줄기차게 찾은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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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천연기념물 수달이 낙동강에 나타났다. 몇번을 물 속에서 고개를 내밀고 기자를 빤히 살핀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 10년 후 새해 첫날 기자는 그간 카메라로 담아오던 것과는 정반대의 것을 담았다. 바로 '생명'을 담았고, '희망'의 싹을 담았다. 낙동강의 보의 수문을 열자 새생명이 찾아온 것이고, 희망이 솟구친 것이다. 너무 기뻤다. 새해 아침 만난 이 귀한 생명이 '희망'이라는 선물 보따리를 푼 것이다.


강은 결코 인공수로가 아니다. 강은 흘러야 한다


그 희망의 싹을 더 찾아보아야 했다. 그곳을 빠져나와 차를 몰았다. 달성보로 향했다. 달성보 직하류까지가 합천창녕보의 영향을 받는 곳이다. 합천창녕보의 수위는 5미터까지 떨어졌다. 그로 인해 이곳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대구 달성군에 들어서서 차를 몰면서 바라본 낙동강에서 희끗히끗한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 작은 섬들이 펼쳐진 것이다. 바로 모래톱이다. 강의 수위가 내려가자 모래톱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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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 합천창녕보의 영향을 받는 달성보 직하류 곳곳에 허연 모래톱이 돌아왔다. 4대강 재자연화의 희망이 보인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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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 달성보 직하류에 아름다운 모래톱이 나타났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드론을 날려 그 모습을 하늘에서 담았다. 하늘에서 바라본 달성보 직하류는 지난해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수면 아래로 강바닥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상당한 면적에서 강바닥이 희뿌옇게 드러났다.


모래톱 위에는 새떼들이 내려앉아 쉬고 있었다. 강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거대한 물그릇이자 인공의 거대한 수로에서 비로소 강의 모습으로 부활하고 있는 것이었다. 눈물이 났다. 이곳에 돌아와 살아갈 뭇 생명들을 생각났기 때문이다. 저 새때들처럼 수많은 생명들이 다시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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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 - 합천창녕보 수문을 열자 드러난 모래톱 위로 새들도 내려와 놀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의 희망의 싹이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강이 강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강이 흘러야 하고, 습지와 모래톱이 있어야 하고, 그곳에 생명들이 깃들어야 한다. 그 모습을 완전히 빼앗긴 낙동강이 비로소 낙동강다워지고 있는 것이었다. 수문을 열자 나타난 놀라운 변화의 현장인 것이다. 촛불 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의 결단이 돋보이는 현장인 것이다.


낙동강이 낙동강다울 수 있도록, 중상류 6개 보의 수문도 모두 열어라!


그러나 정반대의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 낙동강의 현실이다. 달성보 바로 위는 거대한 물그릇이자 회색빛 인공수로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달성보 수문이 굳게 닫힌 때문이다. 달성보뿐만 아니라 위로 6개 보의 수문이 굳게 닫혔다. 대구경북 6개 보의 수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고, 그곳은 생명이 범접할 수 없는 죽음의 공간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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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 - 달성보 상류는 아직도 거대한 물그릇이다. 달성보를 비롯한 낙동강 6개 보가 열려야 한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지난 11월 13일 4대강 보의 수문 추가개방 당시 문재인 정부는 "낙동강 하류의 2개 보만 우선 개방하고, 나머지 6개 보들은 추후 재반 상황을 고려한 다음 열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수문을 열고난 후 나타나는 놀라운 생명의 현장을 말이다. 강이 강답게 부활하고 그곳에 새 생명들이 돌아오고 있는 기적 같은 모습을 말이다.


달성보를 사이에 두고 위아래 낙동강의 모습은 너무 다르다. 위는 여전히 거대한 물그릇이고 아래는 강의 모습으로 빠르게 돌아간다. 우리가 선택해야 할 낙동강의 모습이 어딜지는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달성보를 비롯한 중상류 6개 보의 수문도 즉각 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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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달성보 고정보 곳곳에 누수의 흔적이 보이고, 특히 중앙의 누수를 가리기 위해 철판을 덧댄 흔적도 보인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달성보에는 누수의 흔적도 보인다. 누수의 흔적을 막기 위해 철판을 덧씌운 모습도 목격된다. 이른바 '4대강 누더기 보'의 모습이다. 물이 새는 4대강 보. 안전하지 않은 거대한 댐의 모습을 한 낙동강 보. 하루빨리 철거가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달성보는 또 강물을 끌어가는 취수장도 없다. 맨 상류 상주보 위에는 낙동강 제1경 경천대가 있어서 수문을 열게 되면 재자연화된 낙동강의 놀라운 모습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을 지켜야 하는 까닭이다. 적어도 4월 모내기 전까지는 낙동강 중상류 6개 보의 수문도 열어야 한다. 그래야 낙동강이 살고, 생명이 되살아난다.


2018년 새해 첫날 나타난 수달이 그것을 증거한다. 낙동강이 낙동강다워 질 수 있도록 하자. 그 방법은 우선 수문을 여는 것이다. 생명이 약동한다. 낙동강 보의 수문을 모두 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