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다녀온 내성천 생태환경 조사를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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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황새도 울고갈 내성천의 묻지마 토건공사

[현장] 천편일률적인 하천공사, 이대로는 안된다 ...‘착한 토건’을 위한 제언


혈세탕진의 토건공사


국민의 혈세가 줄줄 세며 낭비되고 있는 현장을 목격한다면, 더구나 그렇게 낭비되는 혈세가 우리 아름다운 산과 강을 망치는 데 쓰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로 우리 하천의 원형질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강 내성천에서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이야기입니다. 산과 산 사이를 이리저리 휘돌아 흐르는 사행(蛇行)하천이자, 아름다운 금모래가 넓게 펼쳐진 모래의 강 내성천이 별 필요성도 없어 보이는 토목공사로 그 원형을 잃어가면서 천편일률적인 인공하천으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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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하천공사 전의 내성천. 우안으로 왕버들슾이 잘 발달해 있다. 2014년 4월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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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경상북도가 진행중인 하천재해예방사업으로 완전히 망가지고 있는 내성천. 

우리하천의 원형은 완전히 사라지고 없다. 2016년 3월 2일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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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자연제방 구실을 해주던 아름드리 왕버들숲은 베어져 폐기물로 남았다.



자연제방의 특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왕버들숲은 다 베어졌고, 그 자리를 콘크리트와 돌망태 등으로 구성된 인공제방으로 바꾸는 공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경상북도가 시행하는 ‘내성천(영주지구) 하천재해예방사업’ 때문입니다.


필자는 이미 지난 기사(내성천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사업)를 통해서 그 모습의 일단을 폭로한바 있습니다. 내성천의 생태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이 있는 대구지방환경청에 고발한 바도 있습니다.


급하게 현장을 찾은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개선하도록 경상북도 하천과에 이른바 ‘이행 조처’란 것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행 조처를 제대로 행하고 공사를 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현장을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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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강 가운데 포클레인이 들어가서 마구잡이 준설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4대강사업 식의 준설공사.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지난 3월 2일 둘러본 현장은 별반 달라진 것 없는 공사판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위태로운 모습들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불필요한 제방공사는 하지 말아야


우선 근본적인 문제가 눈에 띕니다. 통상적으로 제방의 안전을 위해 공사를 벌인다면 그 주변에 보호할 무엇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보호할 민가 많이 있어 인명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제방 보강공사를 한다면 모를까 그 주변은 상당부분 산지이고, 나머지는 산지의 일부를 개간한 논과 밭들이 일부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일부 논밭을 보호하기 위해서 130억이나 들여서 그런 제방공사를 벌인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천변 농경지는 원래 하천의 영역으로써 하천의 주기적 범람을 통해 농토가 비옥해져 자연스러운 범람은 인위적으로 막아야 할 대상은 아닌 것입니다.


선진적인 하천 정책은 하천의 범람원을 넓혀주기 위해서 하천변의 농경지 등을 사들여 범람원을 만들어 하류의 더 큰 홍수를 방어하기도 하지요. 가령 130억을 들여 불필요한 제방공사를 벌이는 것보다 주변 농경지를 사들여 하천의 영역(범람원)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더 근본적인 재해예방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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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 이처럼 제방 너머에는 민가는 없고 일부 농경지만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별 필요성도 없어 보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경상북도의 공사 이유는 영주댐이 완공돼 수문을 열게 되면 급류가 발생할 것을 대비한다는 것이었지만, 지형학자 오경섭 교수는 그런 우려는 댐 바로 직하류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지금 공사하고 있는 구간까지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 밝힌바 있습니다.


그것은 이곳 주민들도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영주에서 살면서 제방 바로 옆(제내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도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수도리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곳이 고향인 우병걸 농민(60세)은 말했습니다.


“한 30년 전에 홍수피해가 있었다. 그러나 그 후 제방공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현재까지 수해는 없었다. 지금 하는 제방공사는 별 필요도 없는 공사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내성천으로 들어가는 길마저 막아서 강으로 들어갈 수도 없을 것 같다. 건너편 제방은 자전거도로를 만든다 하더라. 제방길로 도로 포장을 해주는 것 말고는 별 필요가 없는 사업이다”


즉 기존의 제방도 홍수피해 후 새로 축조한 제방이라 그동안 홍수피해도 없는 곳에 무슨 수해방지사업이냐는 것입니다.


하천공사로 망가지는 멸종위기종들의 서식처


필요성이 없는 토건공사로 망가지는 것은 우리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내성천이자 그곳을 삶터로 살아가는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수많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처입니다.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흰수마자는 여울과 고운 모래가 있어야 살아가는 희귀 물고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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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이런 공사장에서는 흰수마자는 절대로 살 수 없다. 

흰수마자는 여울과 고운 모래가 있어야 살 수 있다. 멸종위기종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다


우리 고유종이자 국내에서는 이제 내성천에서만 서식이 확인되는 흰수마자가 생존해 있는 내성천에서 벌어지는 하천공사를 보면 도대체 환경영향평가란 것을 왜 있는지, 사후에 환경청에서는 ‘이행 조처’란 것을 내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천 안에 포크레인이 들어가 마구잡이로 준설을 하고 있습니다. 하천의 한쪽으로 인위적으로 물길을 만들고 그곳에서 판 모래는 제방을 보강하는 데 쓰고 있습니다.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에 대한 배려는 그 어디에서 없습니다. 그런 공사장에서 살 수 있는 흰수마자는 없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법정보호종 보호 의무 위반입니다


금모래강 내성천의 가치를 일러주는 그 모래도 마구 준설을 하고 있습니다. 영주댐 때문에 상류에서 더 이상 모래가 공급되지 않아 내성천의 모래톱이 식생(풀)로 뒤덥히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도대체 작금의 내성천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묻지마, 토건공사”의 현장을 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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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바위 위에 여러 마리의 수달의 배설 흔적이 보인다. 

이곳에서 수달이 살고 있다는 말이다. 이곳 외에도 이날 수십 곳의 수달 흔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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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또다른 야생동물의 배설물. 주변 곳곳에 다양한 배설물들이 많았다


공사 현장 구간구간 마주치는 것은 멸종위기종 1급인 수달의 배설물입니다. 다른 야생동물의 배설물도 많이 눈에 띕니다. 이곳은 여전히 수달을 비롯한 여러 야생동물의 서식처란 말입니다. 그래서 대구지방환경청에서도 수달, 담비, 하늘다람쥐, 붉은새매, 황조롱이, 흰목물떼새, 흰수마자의 보호대책 수립하라고 명한 바있습니다. 그들이 이곳에 자주 출몰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보호대책이란 전혀 보이질 않습니다. 오히려 그들의 흔적을 없애기 위한 공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갈 정도로 포크레인이 강을 휘젖고 다니는 마구잡이 토건공사는 진행되고 있습니다.


역시 멸종위기종인 먹황새가 공사장에 날아와 있어도 아랑곳없이 공사는 강행되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한 개체만이 몇해 전부터 내성천을 찾고 있어 환경부에서도 각별히 보호하고 있다는 먹황새는 공사장에서는 그저 보이는 한 마리 새일 뿐입니다.


3월이면 이 귀한 새는 이곳을 떠나 시베리아 등지로 날아가게 됩니다. 지금이 아마도 마지막 이별의 시간 것인데, 그 시간에 녀석이 이곳을 찾은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어쩌면 해마다 날아와 겨울을 나고 가는 자신의 은신처가 이렇게 망가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의 토로로 공사현장을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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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 흰 동그라미 안의 먹황새. 공사장을 찾은 의미는 무엇일까? 

3월이면 시베리아 등지로 떠난다.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러, 너무나 안타까운 현장을 찾은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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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 공사장을 찾은 먹황새. 마치 "내성천을 그대로 놔두라"면서 시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또 문제는 이런 식의 하천공사는 하천 주변의 습지와 완충지대를 없애버리기 때문에 공사 이후엔 유속이 더 빨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모래는 더 쓸려내려갈 것이고, 빠른 유속에 의해 아래 무섬마을에 더 큰 부하를 주게 됩니다. 그렇다면 무섬마을의 홍수를 유발할 수도 있고, 무섬마을의 그 귀한 모래를 더 쓸어내려가게 할 수도 있습니다. 전통마을 무섬마을의 안전마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묻지마 토건’을 넘어 ‘착한 토건’으로


그래서 내성천 같이 잘 보존된 하천에서 하천공사를 벌일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인제대 토목공학과 박재현 교수는 말합니다.


“하천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내성천 같은 곳은, 하나의 표준단면을 만들고 그대로 하천을 개조하는 천편일률적인 하천공사 방법이 아니라, 자연 하도를 유지하면서 최소한의 공법으로 수해를 방어하도록 설계단계에서부터 고려를 해야 한다. 설계를 심의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환경영향평가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 자체의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성천 같은 특별한 하천은 나름의 가이드라인을 갖춘 새로운 하천공사 기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른바 ‘착한 토건’을 하자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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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 왕버들숲을 다 베어내고 인공제방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습니다. 지금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하천공사는 각 나름의 하천의 특징이 있지만 그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즉 콘크리트와 돌망태 같은 것으로 덮어씌우는 인공하천으로 개조하는 식입니다. 묻지마 토건, 공사를 위한 공사란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지점입니다.


물론 제방이 터지기 직전과 같이 하천공사가 필요한 곳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성천 같은 하천도 천편일률적으로 공사를 해버린다면 그런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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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2- 2013년도에 모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수자원공사에서 돌보를 놓았다. 

이런 정도는 하천이 수용할 만하다. 그러나 하천을 완전히 개조하는 것은 아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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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3- 하천 바닥을 완전히 긁어내버렸다. 생명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다.


내성천(영주지구)하천재해예방사업이 절반 정도의 공정이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머지 절반의 공사는 지금이라도 중단하고, 내성천의 원형을 살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부터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묻지마 토건’은 제발 그만되어야 합니다. 공사를 위한 공사를 지양하고 꼭 필요한 공사만 최소한으로 진행하는 ‘착한 토건’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그래야 앞으로 토건도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그러지 않으면 공멸일 뿐입니다. <끝>



사진/정리 - 정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