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인 28일 대구환경연합 노진철 의장님과 함께 안동 구제역 현장답사를 다녀왔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건대학원이 공동주최하고 환경재단에서 후원하는,

"대한민국 구제역 사태 진실 찾기 현장답사"의 일정으로 이날 안동을 찾은 것입니다. 


안동시 와룡면의 서현축산단지. 이곳은 지난 겨울 구제역 첫 발생지로 지목을 받은 돼지농장입니다.

지난 11월 28일 이곳의 돼지 한마리가 구제역 양성 판정을 받자, 안동시가 발칵 뒤집혔고,

다음날인 29일 안동시는 서현축산단지 반경 3킬로의 소와 돼지를 모두 살처분 매몰했습니다.

그 수가 무려 2만3천마리였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도착한 서현단지는 을시년스러웠습니다.

군데군데 차양이 떨어져나가 바람에 날리고 있었고,

그곳의 강아지 한마리만 낯선 방문객들을 향해 울부짖을 뿐, 생명의 흔적이라곤 없었습니다.


사람도 가축도 없는 덩그런 축사만 홀로 비를 맞고 있었고,

종일 내린 비를 맞은 가축 분뇨의 일부가 녹아든 물이 인근 논으로 흘러들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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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의 남동쪽 방향엔 이곳의 돼지들이 살처분 당해 묻힌 매몰지가 있습니다.

축사와는 100여미터가 떨어지고, 도로와도 그만큼 떨어진 야산 쪽에 돼지들의 대형 무덤이 들어선 것입니다.


구제역의 첫 발생지란 오명을 쓴 안동시의 공무원들은 이날도 우리 일행이 도착한다는 소식을 전해듣고는

현장에 달려와 현장설명하는 동시에 그들의 '애로'를 전했습니다.


그동안 안동에서는 방역의 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많은 수의 공무원들이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게다가 '구제역 첫발생지 안동'으로 인한 오명 때문에 더 철저한 사후관리 의무까지 더해져

그 고충이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입니다. 현장에는 늘 공무원들이 상시 대기해야 하는 분위기인 것이지요.


이런 안동시와 안동시민과 공무원들에게 그들의 억울한 누명을 벗겨주는 것이

이날 현장답사의 주된 목적 중의 하나였습니다.


현장답사를 이끈 서울대보건대학원의 김선경 연구원은 주장합니다.

"안동이 구제역 최초 발생지가 아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베트남에서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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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된 '대한민국 구제역 사태 진실 찾기' 현장답사 프로그램의

첫날 일정은 구제역 첫 발생지로 알려진 서현단지를 둘러보고,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범으로 지목되어 그동안 말할 수 없는 고충을 겪었던

서현단지 농장주 권00씨를 만나 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위로해주는 것,

그리고 안동시에 그 진실을 전해 안동시가 억울한 오명을 떨쳐버리게 하는 데 있는 것입니다.

(실지로 둘째날은 안동시청에서의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농장주 권00씨는 서현단지 외 다른 두 농장을 더 소유하고 있고,

그 중 한 농장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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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면에 있는 그의 농장의 돼지들 1,1000두 또한 살처분 매몰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농장의 돼지들은 발병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그'의 농장이었다는 사실로 살처분 매몰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서현농장이 있는 와룡면과 일직면의 그 농장은 수십킬로가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가 바이러스 유포범이란 낙인 때문에 12월 3일경에 감염되지도 않은

돼지 11,000두가 살처분 매몰처리한 것입니다.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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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동안의 전국의 구제역 방역 대책이란 것이 이런 식이었다는 것입니다.

21세기 대한민국판 마녀사냥이 벌어진 것입니다.

그로 인해 죽어간 가축들만 350만입니다.

대구시 인구가 250만인데, 그 수보다 100만이 더 살처분 당했습니다.

 

그래서 농장에서 만난 권00씨는 "그냥 죽고 싶었다. 지금도 그렇다. 오직 구제역 소식만 보고 듣는다"며

그간의 마음 고생이 극심했던 심경을 토로했고, "제발 진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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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진실찾기 현장답사 프로그램은 진행한 서울대보건대학원 김선경 연구원에 따르면

지금 "대한민국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애초에 구제역 대책의 첫단추가 잘못 키워진 것"이라 개탄했습니다.

베트남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권00씨를 통해 유입되었다고 단정하고는

이전의 방식 그대로 '안동'을 '살처분 매몰'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확신했습니다.

"2월 17일 수의과학검역원에서 발표하고 첨부한 공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 구제역 바이러스는 베트남 바이러스가 아닌 것이 확실하고, 오히려 대만, 일본, 러시아,

파주 쪽 바이러스와 더 유사하다"는 것입니다..

 

그가 계속해서 말하길 "이미 소에게서는 지난 12월 초 안동에서, 여주에서, 횡성에서, 파주에서,

지난 6월 청양 등에서 항체가 생성됐고, 그것은 다른 말로 이미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에 따르면 안동의 권00씨와 안동시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쓴 것이란 사실입니다.

권00씨는 정부의 공식 범인으로 낙인 찍혀서 인간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났다고 했습니다.

 

축산명장으로 칭송받던 그가 그동안 자식처럼 기르던 가축들을 자신의 부주의로 살처분 매몰시킨 것도

힘들 것인데, 이웃과 가족들의 원망어린 시선을 당해야 하니, 그것이 더욱 감당할 수가 없었을 터입니다.

정부 정책의 잘못으로 한 축산농민이 생의 나락으로 떨어졌고, 한 도시는 오명을 뒤집어써야 했습니다.

 

그러나 더 기가 막힌 것은 아무 효과도 없는 살처분 매몰로 죽어간 350만 생명들입니다.

김선경 연구원에 의하면 구제역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도 감염율이 20% 정도이고,

그 중에서 5%가 죽는다는 것인데, 그것도 소와 어미 돼지는 구제역으로 거의 죽지 않고,

죽는 것은 어린 새끼돼지들이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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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구제역의 감염률은 20%고, 치사율은 5%, 그 치사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어린 새끼 돼지들이란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말합니다. "제발 살처분 하지 말고, 그냥 두라"고 말입니다.

 

"그냥 놔두면 바이러스를 극복하게 되어, 10일 지나면 호전되고, 한달이 지나면 항체가 생겨 거의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미친 학살의 시대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구제역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이가 일어나기 때문에 가축이 그것을 극복하도로 도와주는 방식으로

방역대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가축들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좁고, 더러운 비위생적인 환경에서는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살처분에 투입된 한 공무원이 가축들 끔찍한 사육환경을 보고 한 증언이 가슴을 칩니다.

"적정 수의 가축을 사육해야 하는데, 좁은 우리에 마구 쑤셔 넣어뒀다.

가축을 가축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니까 이런 일이 생기는 것 같다.

어떤 모돈(어미돼지)은 워낙 움직이질 않아 끌어내는 데, 잘 걷지를 못하고, 발톱이 너무 자라 걸려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는 가축을 돈으로만 생각하는, 기업형 축산농민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했습니다.

"출하 3개월 전에는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고 똥도 안 치운다고 하더라 ..... 축주들은 (살처분의) 안타까움보다는

(보상)돈으로 생각하고, 희희낙낙하는 농민들도 많더라 .... 같이 묻어버리고 싶은 이들도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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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처분 900만 학살의 시대에 많은 고민거리와 생각거리를 남기게 하는 안동 구제역 현장답사였습니다.

이번 현장 답사로 확인한 진실을 다시 한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안동이 구제역이 최초발생지가 아니다

2. 구제역 바이러스는 베트남에서 오지 않았다.

3. 구제역의 감염율은 20%고, 치사율은 5% 그것도 어린 새끼돼지들의 경우다.

4. 살처분은 어리석은 짓이고, 오히려 그냥 두는 것이더 낫다.

5. 가축들이 바이러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건겅한 사육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근본대책이다.

 

구제역, 우리시대가 극복해야 할 화두가 아닌가 합니다.

그러니 다시 한번 '공장식 축산'의 공범으로서의 우리들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볼 수 있으면 합니다.

그것이 그들의 죽음에 조금이라도 애도하는 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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