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한차례 내린 지난 주,

오랜 가뭄으로 너무나 반가운, 장맛비로 낙동강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

지난 주말 낙동강 달성보에서 창녕합천보까지 다녀보았습니다.


낙동강 달성보와 합천보 모두에서 장마 피해가 일어났으며,

특히 합천보에선 심각한 결함이 목격되었습니다.


아래에 그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 정수근 생태보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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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말로 사실상 준공을 맞은 4대강사업, 그러나 7월 초인 현재까지 여전히 공사중인 공구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러니까 아직 준공을 못한 곳이 많다는 소리인데요. 주말 나가본 낙동강에서 왜 준공을 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창녕합천보는 그 양상이 심각해보입니다. 지난 5일, 6일 이틀에 걸쳐 내린 40㎜ 장맛비에 합천보의 댐의 옆구리가 펑펑 터졌습니다.


준공 못한 4대강 보, 아니 어쩌면 준공할 수 없는 4대강사업의 현장으로 다시 가봅니다.


보 아닌 댐의 엄청난 수압


겁 나게 세찬 물줄기가 흘러가는 이곳은 과연 어디 일까요? 거대한 폭포수가 흘러가는 듯한 이러한 풍경은 흔히 다목적댐에서 많이 본 풍경입니다. 그러나 이곳은 그 유명한 소양강댐도, 안동댐도 아닌 낙동강에 생긴 초대형보가 빚는 새로운 풍광입니다.


엄청난 수압으로 흘러내리는 물은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습니다. 그 거대한 에너지는 강바닥과 제방과 둔치를 마구 할퀴면서 무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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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무서운 힘을 가진 강물이기에 그동안 4대강 보가 놓인 강의 바닥이 깊이 파이고, 보에 균열이 생기고 그로 인해 누수가 되고, 콘크리트 블럭으로 된 하상보호공들이 휴지조각처럼 날라가는 것이겠지요.


강한 수압으로 침식된 낙동강 제방


아 니나 다를까 그 무시무시한 에너지는 바로 아래 낙동강의 우안 제방을 심각히 침식시키고 있었습니다. 누런 속살을 드러낸 제방의 침식은 계속 진행이 될 것인데, 40㎜의 장맛비에도 이같은 현상을 보여주는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리면 이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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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도루묵'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겠지요. 22조의 천문학적인 혈세를 투입해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속도전으로 해치운 4대강사업이 말짱 도루묵이 될 날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듯합니다.


그 런데 이상한 점은 창녕합천댐의 수문 3개 중 세번째 수문만 열려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강물이 세번째 수문이 열린 우안 쪽으로 쏠려 흐른다는 것인데요. 이렇게 되면 우안쪽에 더욱 엄청난 수압의 강물이 흘러내려서 그쪽의 침식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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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천보 건설단이 바보들도 아닐 것인데,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요? 혹 반대쪽에서 무슨 큰 문제라도 발생한 것일까요?


함몰된 둔치로 줄줄 새는 강물


그렇습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 이유가 명확해집니다. 합천보의 좌안 가장자리 즉 콘크리트 옹벽 위로 강물이 줄줄 새고 있습니다. 새는 정도가 아니라, 폭포수처럼 콸콸 흘러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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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레인이 긴급 투입되어서 응급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는 앞뒤로 강물이 줄줄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참 위험해 보입니다.


그동안 4대강 현장에서 보았던 그 어떤 장면보다 심각한 누수 현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마치 이곳이 물길이라도 되는 양 강물이 흘러들고 있습니다. 절대로 단순한 누수가 아닌 것입니다.


그런데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강물 수위가 갑자기 높아져 둔치 옹벽 넘어로 월류한 강물이 다시 흘러내리는 것"이라 궁색한 해명했는데요. 저 모습이 강물을 머금은 둔치에서 흘러내리는 강물이라고 볼 수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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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바로 윗부분을 사석으로 채운 둔치에서 강한 함몰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단 순히 강물이 월류해서 둔치가 머금은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면 왜 덤프트럭이 와서 다시 사석을 붓고, 포크레인이 땅을 다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 현장을 가까이서 내려다보면 함몰 자국이 뚜렸이 보입니다. 그런데도 엉터리 해명을 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의 안이한 상황인식을 대체 어떻게 봐야 할까요?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려 더큰 재앙이 닥쳐야 정신을 차릴 것인가요? 지금이라도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 밝히고 이 사업이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정직하게 시인하고 더 큰 재난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보와 제방의 연결 부위가 가장 취약하다


제방과 같은 역활을 하는 둔치 쪽에 함몰이 일어났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장면이 보의 상류 둔치 쪽에서도 관찰됩니다. 강물이 둔치 쪽으로 쏠려 흘러가는 것이 육안으로 관찰되고, 실지로 둔치로 강물이 쓰며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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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것이 더욱 위험한 것은 보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토목학자 박창근 교수가 몇차례 반복된 현장조사에서 자주 강조한 것이 바로 "보와 둔치가 만나는 경계 부분이 보 구조물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박창근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댐과 같은 창녕합천보에서 가장 취약한 연결고리가 지금 강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고, 이것은 보의 붕괴로도 이어질 수 있는 굉징히 위험한 상황인 것입니다.  


재시공되는 하상유지공과 섬유매트리스


공도교에서 본 풍경도 합천보 상하로 심각한 세굴과 누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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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강바닥에 놓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물이끼 낀 돌망대 하상유지공이 공도교에 올라와 있고, 새로 투입할 모래푸대들이 또 상당량 놓여 있습니다. 그리고 세굴을 방지할 목적으로 바닥에 까는 섬유매트리스에 콘크리트를 주입할 준비를 하고 있는 모습들도 목격됩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우선이다


그 러니 이런 명백한 증거에도 '아니다'라고 앵무새소리만 반복하는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우선 생각해야 하는 공기업의 자세는 분명 아닐 것입니다. 지금이라고 수자원공사 합천보 건설단은 이 모든 사실을 공개하고 근본적인 안전망을 다시 짜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안이하게 대처하다 붕괴 도미노로 이어져 더 큰 재앙이 닥치기 전에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안전과 생명입니다. 그러니 수공의 결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