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0일~22일 3일간 있었던 2015 낙동강 현장조사,

그 현장조사 결과를 기록했습니다.  


기사 형식으로 작성해서 1,2,3편으로 나눠 <오마이뉴스>에  기고를 해 기사화 되기도 했습니다.

그 현장조사 결과를 함께 공유해봅니다.  


-------------------------------------------------------------------------------------   





 2015 낙동강 현장조사를 가다



낙동강 잠수부, 강물 속 너무 무서웠어요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를 가다1


4대강사업 준공(2012년) 4년차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낙동강은 뻘과 녹조라떼로 뒤덮여 썩어가고 있고, 큰빗이끼벌레라는 낯선 생명체의 대량 증식은 토종 물고기의 산란과 서식마저 방해하고 있습니다. 낙동강의 생태계가 급변하고 있는 것입니다. 급기야 낙동강 어민들은 지난 6월 21일 선상시위를 통해, 죽어가는 낙동강의 실상을 폭로하며 낙동강을 살리기 위해 낙동강 하굿둑과 4대강 보의 수문을 열 것을 강력히 요구했습니다.


또한 보 주변의 침수피해는 여전하고 농지침수 피해에 이어 성서공단의 침수 문제까지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역행침식에 의해 지천에서는 낙동강으로 모래가 계속해서 밀려와 헛준설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또 지자체들은 이른바 생태공원으로 만들어진 강변 둔치를 개발하기 위한 방안들을 찾기에 여념이 없고, 칠곡군처럼 현재 둔치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4대강공사인 영주댐 공사는 오늘도 현재 진행중에 있습니다. 그로 인해 국보급 하천 내성천의 원형이 하루하루 망가져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4대강사업은 실패한 사업이고, 대국민 사기극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그로 인해 아직도 여전히 심각한 문제들이 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필자는 지난 7월 20일~22일 사흘 동안 대한하천학회와 4대강범대위의 전문가와 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하면서 4대강사업의 핵심 구간인 낙동강의 변화상을 통해 이 사업의 문제점을 다시 한번 지적하고, 4대강 재자연화의 필연적 이유를 밝혀보려 합니다. - 필자 주


1.JPG

▲  2015 낙동강 국민조사단과 낙동강 어민들이 간담회를 열어, 어민들로부터 4대강사업 이후의 낙동강 생태환경의 극심한 변화상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강이 죽어가고 있어요”


김해 대동 선착장에서 시작된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는 어민들과의 대화로 시작됐다. 낙동강의 생태환경의 변화를 누구보다 피부로 느끼는 어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4대강사업 이후의 낙동강의 변화상을 알아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낙동강의 심각한 생태환경의 변화를 증언했다. “4대강사업으로 강은 넓어지고 깊어졌지만 물고기의 수와 종류는 턱없이 줄어들어 조업을 해도 먹고살 수가 없다” 했다. 예년에 비해 1/10 수준도 고기가 잡히지 않고, 잡히는 고기도 죽어서 올라오기가 일수란 것이다. 한마디로 강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바닥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강이 살아있었던 자리가 올해 가보면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그런 자리가 굉장히 많이 발생되고 있습니다. 그건 우리 어구를 보면 알아요. 어구가 그냥 썩어서 올라와요. 새카만 물이 들어 올라옵니다. 냄새 맡아보면 완전 악취가 날 정도로 썩은 내가 나고 있거든요. 지금 제가 한 군데만 알려드릴게요. 하구둑 수문 바로 앞에서부터 농수산물센터 즈음까지 2km 정도 가장자리 조금만 빼고 복판은 전부 새카맣게 썩어있습니다”


어민 장덕천 씨의 말이다. 이처럼 낙동강 바닥이 새카만 뻘로 뒤덮여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2.JPG

▲  어민들 설명의 요지는 낙동강은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고, 하루속히 하굿둑과 보의 수문을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것은 필요없다 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또 다양한 물고기가 잡히던 예년에 비해 잡히는 종도 급격히 줄었고, 특히 치어들이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근본적으로 산란환경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심지어 산란하지 않은 채 알을 배에 가득 안고 가을에 잡히는 물고기도 있다고 한다. 여울이나 수초, 웅덩이 등 물고기가 안전하게 산란할 공간마저 사라진 탓이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어민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보상을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예년처럼 고기를 잡아 먹고 살 수 있도록 하굿둑과 4대강 보를 개방해 낙동강을 예년의 강으로 돌려달라는 것입니다” 물이 흐르는 강, 바다와 잇닿아 바다로 흘러갈 수 있는 낙동강, 그래서 물도 살고 강도 살고 어민들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3.JPG

▲  "우리 어민들이 예년처럼 물고기 잡아 좀 먹고 살도록 낙동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라! 낙동강을 살려내라!!" 어민들이 외치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강은 썩어가고 있다


조사단은 다음 일정으로 창원 본포취수장으로 향했다. 창원 시민들에게 마실 물을 공급하고 있는 본포취수장 앞은 녹조에 대비해 고압의 물줄기가 강물을 쏘아대고 있었다. 조류 알갱이가 엉겨 붙어, 이른바 녹조라떼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고자 임시방편의 녹조제거 장치가 가동중인 셈인데, 참으로 눈물겨운 노력이 아닐 수 없었다.


비가 내린 뒤고 날도 흐려 다행히 이날 녹조는 피지 않았지만, 육안으로도 강물의 상태는 좋아 보이지 않았다. 위에서 보면 얕은 곳도 바닥 전혀 보이지 않았다. 강물이 너무 흐려 시계가 거의 안 나왔기 때문이다.


4.JPG

▲  박창근 교수가 본포취수장 취수구 앞에서 그랩으로 퍼올린 저질토를 살펴보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5.JPG

▲  시커먼 저질토를 현장조사의 한 참여자가 냄새를 맡아보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조사단을 취수구 앞으로 길게 이어진 자전거도로 위에서 ‘그랩’을 이용해 강바닥의 저질토를 채취했다. 퍼올려진 저질토는 예상대로 검은 진흙으로 거의 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모래강 낙동강이었던 예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역한 냄새마저 풍겨왔다. 어민들의 말대로 강바닥 또한 썩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지금 이 저질토로 볼 때 강바닥은 뻘로 뒤덮여 완전히 썩고 있습니다. 시궁창 냄새도 납니다. 산소도 많이 없을 겁니다. 이것이 지금 취수원이 바로 앞인 낙동강 바닥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현장에서 저질토 조사를 진행한 박창근 교수의 외침이다.


“강물 속, 너무 무서웠어요”


6.JPG

▲  조사단 일행이 배를 타고 들어가 수중촬영과 수심을 측량하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조사단은 낙동강 4대강 보의 맨 마지막 보인 함안보를 시작으로 낙동강 상류로 이동하면서 보 하나하나를 살펴보기로 했다. 함안보는 2013년 무려 20여 미터 깊이의 심각한 세굴현상이 일어난 곳으로, 계속해서 보강공사를 이어왔고 그에 비례해 안정성에 의문을 강하게 품게 되는 대표적인 4대강 보가 아닐 수 없다.


함안보의 하류 강바닥을 조사하러 강물 속으로 들어간 수중촬영 전문 다큐감독인 윤순태 감독은 한참을 강바닥을 흝으며 조사하고 나온 첫 일성이 “너무 무서웠다” 였다. 물받이공과 하상유지공의 사이 지점을 지나는데 갑자기 10여 미터를 쑥 내려가는 이른바 허공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모래가 차 있어야 할 공간에 모래가 없다는 것이 아닌가.


7.jpg

▲  수중촬영에서 어디서 떨어져나온 콘크리트 덩이가 카메라에 포착됐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8.JPG

▲  박창근 교수가 강바닥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가면서 설명을 해주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이에 대해 박창근 교수는 “완전히 세굴된 지점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와류 현상이 일어나 세굴이 점점더 가속화되고, 따라서 우선 물받이공과 하상유지공이 붕괴/유실될 가능성이 높고 좀더 심화되면 보의 붕괴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진단했다.


강물의 힘은 이처럼 무서운 것이었다. 그런데 애초에 4대강 보는 댐 그것도 큰 댐의 규모로서 댐 설계로 지어졌어야 한다. 그런데 만 2년 만에 조속히 완공을 하려고 보니 댐 대신 보 설계로 만들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졸속 공사가 될 수밖에 없었고 이처럼 계속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태로 계속 유지된다면 더 큰 화를 부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보가 붕괴되어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보를 만든 이도, 이것을 만들라고 지시한 이도 아닌 강 옆에 사는 가난한 서민들일뿐이다.


9.JPG

▲  '낙동강 모래가 다시 돌아왔다. 낙동강 헛준설 누가 책임지나? 낙동강 살려내라!! 현장조사단의 현장 퍼포먼스가 벌어지고 있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다시 돌아온 모래톱


조사단은 다음 일정으로 황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곳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아래쪽에서 보아온 낙동강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의 낙동강을 보여주고 있었다. 모래톱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거대한 모래톱이 황강 합수부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곳은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따라서 이곳은 수심 6미터 깊이의 강물이 흘러가야 할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지금 거대한 모래톱이 생겨난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낙동강의 심각한 준설로 말미암은 역행침식 현상으로 황강이 급격한 침식을 당해 황강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쏠려 들어간 것이다. 그로 인해 황강의 강바닥은 더욱 깊이 파이게 되고 제방은 깎겨나가고 있는 것이다.


황강의 아픔으로 낙동강이 서서히 옛 모습을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재자연화가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진 등을 보면 거의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0.JPG

▲  낙동강 살려내라!!. 현장조사 참여자들의 현장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자리는 4대강사업 당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그런데 지금은 사람이 서 있을 정도로 모래가 돌아왔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이렇듯 자연은 스스로 알아서 복원해 간다. 황강이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처럼 낙동강도 자유롭게 흐르기만 한다면 옛 모습으로 복원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것이다” 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한 마창진환경경운동연합 임희자 실장의 말이다.


조사단 일행은 합수부에 새롭게 만들어진 거대한 모래톱으로 걸어들어가 준비한 현수막을 펼쳤다. “낙동강 모래가 다시 돌아왔다. 헛준설 누가 책임지나? 낙동강을 살려내라!” 준비한 퍼포먼스를 벌이며 낙동강의 재자연화를 함께 희망했다.




대구 성서공단이 침수피해를 조심해야 하는 이유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를 가다2


4대강 보는 ‘붕괴의 악순환’


11.jpg

▲  보 아랫쪽 낙동강 바닥은 사진에서 보는 것과 같이 보 구조물의 바닥보호공이나 하상보호공의 많은 부분들이 붕괴되거나 유실됐다고 한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낙동강 국민조사단’은 다시 합천보로 향했다. 수중촬영을 위해 합천보 하류 선착장에 준비된 모터보트를 타고 윤순태 감독은 다시 한번 낙동강 강물 속으로 들어갔다. 윤 감독은 이번에는 특별히 밧줄을 준비해야만 했다. 함안보에서의 깊이를 알 수 없는 함몰 지점으로 빠져 죽을 뻔한 경험으로, 또다시 보 구조물 밑으로 빨려 들어갔을 때를 대비해 밧줄로 몸을 묶고서 되돌아나올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윤 감독에 따르면 지금 강물 속은 탁도가 엄청 높기 때문에 시계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바로 30센티 앞 정도를 제외하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낙동강 수질이 더 개선됐다는 소리는 윤 감독의 실제 조사에 의하면 전혀 사실이 아닌 것이다.


한동안의 수중촬영을 마친 윤 감독은 합천보 하류의 강바닥 상황이 함안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함안보보다 강바닥이 더 많이 손상됐다는 것이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보수하면 붕괴되고 또 보수하면 유실되는 ‘붕괴의 악순환’을 맞고 있는 것이다.


12.jpg

▲  합천보 하류 보 구조물 바로 아래 깔려있는 세굴방지용 섬유메트리스가 뜯겨나가 너덜너절해졌다. 이런 곳이 많다고 한다.

ⓒ 낙동강 국민조사단



합천보 상류의 상황은 또 어떨까? 합천보 상류에서는 저질토 채취, 수질 분석을 위한 강물 채수, 수심별 용존산소량 측정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저질토는 본포취수장의 그것과 마찬가지로 뻘이었고, 용존산소량은 수심이 깊어질수록 줄어들었다. 조사대로라면 강바닥은 물고기들이 거의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물고기들이 떼죽음하고 산란을 할 수 없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사단은 달성보에서도 마찬가지로 저질토 채취하고서 곧바로 달성습지로 향했다. 달성습지는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 빚어놓은 천혜의 자연습지로 내륙습지 중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는 습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데 4대강사업은 이런 천혜의 자연습지의 생태환경마저 바뀌어놓았다.


달성습지 물억새의 집단고사와 맹꽁이 생태 교란


13.JPG

▲  물에 잠겨 집단 고사해버린 물억새. 뒤쪽에 누렇게 말라버린 것들이 물억새. 앞쪽에 파릇파릇 올라오는 것이 갈대.
ⓒ 정수근


달성보의 영향을 받는 달성습지는 달성보의 담수로 수위가 올라가자 달성보 상류 20여 킬로미터 지점에 있는 달성습지의 수위도 동반상승해 물가에 자생하던 버드나무군락이 물속에 잠겨 고사해버린 것이다. 수십 그루가 넘는 버드나무들이 물속에 잠겨 죽어가는 특이한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비단 달성습지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달성습지 제방 너머에 있는 성서공단의 수해를 막기 위해 조성해둔 ‘대명유수지’의 지하수위까지 동반 상승해버린 것이다. 이것은 대명유수지의 물억새 군락이 역시 물에 잠겨 집단 고사하는 사건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대명유수지에 자생하던 물억새 군락은 강물이 들어왔다가 빠진 마른 땅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것으로 지금의 대명유수지처럼 물이 항상 들어차 있으면 뿌리가 썩어 고사할 수밖에 없다. 물억새는 고사하고 갈대가 점점 넓게 펴져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명유수지의 현실이다”


물억새와 갈대의 미묘한 생존방식의 차이에 따른, 계명대 생물학과 김종원 교수의 논리적인 설명이다.


14.JPG

▲  달성습지의 맹꽁이. 이들의 집단 산란처인 대명유수지의 지하수위 상승으로 이들의 산란에 큰 영향을 받게 됐다.
ⓒ 정수근


지하수위 상승으로 항상 물이 들어차 있는 대명유수지는 이제 물억새 군락의 서식처로서 기능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물억새뿐만 아니다. 달성습지 깃대종의 하나인 맹꽁이의 산란처로 유명한 곳이 대명유수지다. 그런데 맹꽁이 또한 물억새와 마찬가지로 항상 물이 들어차 있는 곳에서는 산란을 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명유수지 지하수위 상승은 멸종위기종 맹꽁이의 산란마저 교란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성서공단의 침수피해, 누가 책임질 것인가?


15.jpg

▲  계명대 배상근 교수가 대명유수지 지하수위 상승과 성서공단 침수와의 관계에 대해서 설명을 하고 있다.
ⓒ 이다솜


여기서 끝이 아니다. 달성습지의 수위 상승은 제내지인 대명유수지뿐만 아니라 바로 옆 성서공단의 지하수위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일찍이 달성보로 말미암아 성서공단의 침수피해를 예견한 계명대 토목과 배상근 교수는 현장 설명회에 직접 나와 “달성보 수위의 영향으로 인근의 지하수 체계에 영향을 끼치게 되고, 그로 인해 성서공단 또한 침수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배상근 교수는 “달성보의 관리수위보다 성서공단의 표고가 조금 높다. 따라서 침수피해는 어불성설이다”는 수공측의 주장에 대해서 “지하수 체계의 영향으로 달성보 관리수위보다 더 높이 제내지의 지하수가 올라올 수 있다. 이것은 2010년 당시 시물레이션으로 확인한 바이기도 하다”며 수공의 주장을 일축했다.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집중호우가 내리면 성서공단은 침수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것이 도심홍수가 일어나는 이유이고, 따라서 성서공단 입주업체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농지 침수피해를 넘어 도심 공단의 침수피해까지 제기된 것이다.


이후 조사단은 강정보 상하류 조사를 마치고 조금 더 상류인 하빈배수장으로 향했다. 이곳은 두 가지 큰 특징이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집단 고사한 버드나무군락이다. 수천그루의 버드나무들이 강정보 관리수위의 영향으로 수위가 올라가자 버드나무들이 집단학살당한 것이다. 생태환경을 개선한다면서 벌인 4대강사업이란 말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16.JPG

▲  강 가운데 버드나무가 집단 고사해버렸다. 강정보가 없을 땐 물 가장자리에 자리잡아 자생하며 군락을 이루며 장관을 연출하던 버드나무들이 강정보 담수로 집단 고사해 버렸다. 버드나무들이 강물 속에서 익사당한 것이다.
ⓒ 정수근


또 다른 하나는 이곳이 측방침식이 극심했던 곳이란 사실이다.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이 거의 직강화되었고 장마철 보의 수문을 열게 되면 강물의 유속이 2배 이상으로 빨라지면서 강물의 힘이 동반 상승해 그 힘에 의해 강변에 조성해둔 자전거도로가 함몰되는 사고가 빈벌하게 벌어진 것이다.


급기야 국토부는 호안공사를 벌임으로써 측방침식의 위험성을 인정했다. 그로 인해 적지 않은 예산은 또 강물 속으로 흘러들어간 것이다. 4대강사업은 준공이 불가능한 사업이란 비판은 이래서 나오는 것이리라.


칠곡보 옆 ‘덕산들’의 침수피해 위해 저류조를 조성하다


17.JPG

▲  칠곡보 때문에 침수피해를 입고 있는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덕산들. 수공은 덕산들의 침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류조를 만들어 대형 펌프로 수시로 물을 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민들은 그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 정수근


이후 조사단은 칠곡보로 향했다. 칠곡보 주변 또한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칠곡보 담수로 인해 제방 옆 농경지의 침수피해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칠곡군 약목면 덕산리 덕산들 50여 헥타르 땅이 침수피해 지역이다. 지하 수위 상승으로 농사 피해를 입고 있는 것으로, 이는 수자원공사도 인정을 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수공이 대안으로 조성한 것이 저류조다. 3천평의 땅에 60여 억원을 들여서 저류조를 조성해 이곳으로 지하수를 모아서 배수펌프를 통해 수시로 낙동강으로 지하수를 빼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주민 전수보 씨는 말한다. “저류조를 만들어놓았지만 근본적인 처방은 안된다고 본다. 집중호우가 내릴 때 과연 아무 침수피해가 없을지 의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칠곡보 아래로 배수터널을 뚫어주던가, 그도 아니라면 칠곡보 관리수위를 2미터만 낮추면 해결된다”


전수보 씨 말대로 칠곡보 관리수위를 2미터만 낮추면 되는데, 이 손쉬운 일을 왜 시험해보지 않는지 참 의문일 따름이다.


칠곡군은 불법적인 강변둔치 개발을 멈춰라


덕산들을 떠나 칠곡보 제방으로 나오니 참으로 황당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강 바로 옆에 유아용 풀장과 수영장 등을 만드는 칠곡군레저단지 조성사업 현장이다. 4대강사업 이전 자유롭게 수영도 하고 물고기도 잡던 낙동강이 이제 최소 수심 6미터 이상으로 깊어지니 낙동강으로는 들어갈 수가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그 옆에 새롭게 풀장을 짓는다는 것이다.


18.JPG

▲  칠곡군이 벌이고 있는 강변레저타운 조성 공사 현장.
ⓒ 정수근


강을 옆에 두고 강을 향유하지 못하고, 강을 향유할 대체물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이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데 그 대체물을 만드는 곳은 강변 둔치다. 강변 둔치는 강과 인간의 삶터의 사이의 완충지대로 야생의 공간으로 남아 있어야 할 그런 곳이다. 그런데 그곳에 콘크르트까지 타설해 풀장을 조성하려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국장은 “강변 둔치에 콘크리트 시설물을 타설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일 것인데, 칠곡군이 어떻게 이런 사업을 벌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고발을 해야 할 사안”이라며 분노했다.


이것은 비단 칠곡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토부가 이른바 낙동강에만 95개의 생태공원을 만들어놓았지만 유명유실한 생태공원이 대부분이고, 이들 무늬만 생태공원을 각 지자체들이 개발의 검은 야욕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대구시, 구미시, 상주시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옅보고 있다.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 ... 영주댐 담수 안된다

4대강 재자연화를 향한, 2015 낙동강 현장조사를 가다3


대구 취수원 이전의 위험성


조사 마지막 날은 해평취수장에서 시작됐다. 해평취수장이 있는 이 일대 낙동강은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해평습지가 있던 곳이다. 거대한 모래톱이 아름답고 그 위를 다양한 철새들이 찾아오던 해평습지의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모래톱은 사라지고 완전히 호수가 된 강이 우리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이다.


또 이곳은 대구가 취수원을 옮기려 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낙동강 중류에 있는 대구 취수원을 상류지역인 이곳 해평으로 옮겨오게 되면 대구시민은 보다 안전한 수돗물을 먹을 수 있어 얼핏 보면 바람직해보이기도 하지만, 그러나 거기엔 여러 가지 위험요소들이 상존해 있다.


19.jpg

▲  4대강사업 전 해평습지의 모습. 모래톱이 넓게 펼쳐져 있고, 각종 철새들이 날아와 철새들의 천국 해평습지의 모습을 보여준다

ⓒ 정수근

20.JPG

▲  4대강사업 이후의 해평습지. 모래톱은 완전히 사라지고 호수로 변한 낙동강만 남아 있을 뿐이다. 해평호수로 변한 해평습지의 모습.
ⓒ 정수근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으로 낙동강 전역을 식수원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식수원 낙동강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지킬 것인가를 낙동강 전 수계에서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중류에 있는 대구가 보다 안전한 수돗물을 위해서 상류로 취수원을 옮겨가버리면 중하류에 오염부하량이 더욱 늘어나게 되고 그 결과 경남과 부산 또한 취수원을 옮겨갈 것이 불을 보듯 뻔해진다. 이렇게 되면 취수원으로서의 낙동강이 사라질 공산이 크다. 그러니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는 대구와 구미만의 문제가 아닌 낙동강 전수계의 문제로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부산 녹색당 구자상 위원장의 말이다. 그는 또 “이러한 논의는 지난 20년 간의 물 관련 정책을 뒤집어엎는 것으로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고, 이것은 토건세력의 작품이라 생각한다. 결국 댐을 더 지으려는 목적으로 갈 것이 뻔하다”고 강조했다.


보다 안전한 수돗물을 시민들에게 공급한다는 표면적인 목적의 배후에는 다양한 잇속이 깔려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식수원 낙동강’을 더욱 사수해야 하는 이유가 명백해지는 것 같다.


모래가 돌아오자 새들도 돌아왔다


해평취수장 앞에서의 채수를 마치고 조사단은 감천 합수부로 향했다. 감천 합수부는 4대강사업으로 6미터 깊이로 낙동강을 준설한 곳이다. 그런데 이곳에 현재 거대한 모래톱이 다시 형성돼 있다. 이전의 낙동강 모습으로 되돌아온 것인가.


21.JPG

▲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친구들은 꼬마물떼새다. 꼬마물떼새가 새로 만들어진 모래톱에 알을 낳아두었다. 뒤로 구미보의 모습이 보인다. 지난 5월 촬영한 모습이다.

ⓒ 정수근


22.JPG

▲  강 저 가운데까지 모래톱이 돌아왔다. 강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민물 갈매기마저 돌아왔다. 갈매기들이 모래톱 위에 서 있다.
ⓒ 정수근


낙동강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오니 다시 늘어나는 것은 새들이다. 흰목물떼새, 백로, 왜가리, 민물 갈매기, 흑두루미, 재두루미 등이 다시 찾아오면서 아래쪽 해평습지의 모습이 이곳 감천 합수부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다. 새가 다시 찾아온다는 것은 강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되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것은 또 재자연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 설명할 수 있다. 강은 이렇게 스스로 재자연화를 이루어내고 있다. 자연스레 흐를 수만 있다면 강이 스스로 되살아난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실지로 조사단 일행은 강 가운데까지 걸어들어갔다. 6미터 깊이로 준설한 곳인 이 일대를 맨발로 걷게 될 만큼 거대한 모래톱이 돌아온 것이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조사단은 현수막을 내걸고 “낙동강은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 낙동강을 살려내라”란 구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재자연화된 낙동강을 온몸으로 느껴본다.


23.JPG

▲  모래톱 위에서의 퍼포먼스. 조사단이 서 있는 저곳은 구미보 바로 직하류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모래톱이 새로 만들어진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 정수근

24.JPG

▲  모래톱 위에서의 퍼포먼스. 조사단이 서 있는 저곳은 구미보 바로 직하류로 6미터 깊이로 준설을 한 곳이다. 모래톱이 새로 만들어진 것을 단적으로 증명해준다.
ⓒ 정수근



감천 합수부의 모습을 보면서 낙동강 재자연화가 전혀 어려운 문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보의 수문만 연다면, 보만 철거가 된다면 생각보다 이른 시간 안에 강은 스스로 제 모습을 찾아갈 것이란 확신을 얻게 된다.


큰빗이끼벌레에 잠식된 상주보와 상주호가 된 낙동강


조사단은 역행침식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낙동강과의 합수부에 거대한 호안블록 공사를 해둔 신곡천이란 지천을 돌아보고 곧바로 상주보로 향했다.


상주보에서도 강바닥의 퇴적토 조사, 수심별 용존산소량 조사 등을 벌였다. 그런데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이곳에서도 최근에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것이 큰빗이끼벌레다. 상주보에는 이미 광범위하게 녀석들이 퍼져 있는 것이 확인됐다. 상주보 상류에서는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


25.JPG

▲  낙동강 상류인 상주보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 상주보 상류에도 큰빗이끼벌레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 정수근


환경운동연합 상주지회 추진위원회 유희순 운영위원장은 말한다.


“4대강사업 전에는 큰빗이끼벌레 같은 것은 전혀 볼 수 없었다. 물도 깨끗했다. 4대강 공사 전에는 조사다니면서 그냥 강물을 먹기도 했을 정도로 깨끗했다. 그런데 지금은 전혀 그럴 수 없다. 1급수이던 강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

 

26.JPG

▲  환경운동연합 상주지회 추진위원회 유희순 운영위원장이 큰빗이끼벌레와 상주의 낙동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정수근


상주보 조사를 마친 조사단은 낙동강의 더 상류로 향했다. 상주보에서부터 10여 킬로 상류인 영풍교에 도착한다. 그곳에 서보면 흐르는 강과 흐르지 않는 강의 모습을 동시에 볼 수가 있다. 영풍교 500여 미터 상류 하상보호공이 설치된 곳은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면서 마치 그것이 여울의 기능을 한다. 반면 영풍교 하류는 상주보의 영향으로 강물의 거의 정체돼 있다. 이곳부터 강이 아니라 호수가 된 낙동강의 모습을 보게 된다. 여기서부터 강이 강이 아닌 것이다. 낙동호수가 펼쳐지게 된다.


낙동강 제1경 ‘삼강 전망대’를 위협하는 것


거대한 낙동호수를 뒤로 하고 조사단이 찾은 곳은 낙동강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삼강 전망대’로 명명된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의 모습은 ‘모래강 낙동강’의 그것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낙동강과 내성천 그리고 금천이 만나는 삼강, 그 삼강 1킬로 하류에 있는 이곳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은 생태경관도 1등급지에 해당하는 아름다운 낙동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27.JPG

▲  '삼강 전망대'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모래톱이 아름다운 전형적인 낙동강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낙동강 원형의 모습이다.

ⓒ 정수근

28.JPG

▲  '삼강 전망대'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모래톱이 아름다운 전형적인 낙동강의 모습을 보여준다. 마지막 남은 낙동강 원형의 모습이다.

ⓒ 정수근



이곳이 낙동강 제1경으로 새롭게 뽑혀야 할 곳이다. 낙동강 제1경 경천대는 제 모습을 잃고 경천호수로 바뀌어 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낙동강 재자연화가 이루어지기까지 낙동강 제1경은 삼강 전망대로.


그러나 이곳의 아름다운 풍광을 어지럽히는 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어 문제다. 강 건너 문경쪽으로는 야구장과 오토캠핑장이 들어섰고, 삼강주막 주변으로 예천삼강관광지조성사업이 진행중에 있기 때문이다. 삼강이란 보물덩이를 가공해서 이름없는 돌맹이를 만드는 격인 국토부와 예천군의 무지한 행정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29.JPG

▲  예천상강관광단지 조성공사를 알리는 입간판. 개발의 편자이자, 삼강이라는 보물을 이름없는 돌맹이로 만드는 격이다.
ⓒ 정수근


모래가 사라지고 있는 ‘모래강 내성천’


그래도 원래의 낙동강 모습을 가슴에 담고 조사단은 마지막 종착지인 내성천으로 향했다. 내성천 우리 모래하천의 원형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하천이자, 국보급 하천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누대로 보존해야 할 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내성천이 급격히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내성천의 맨 하류에 있은 국가명승지 회룡포, 그 회룡포에 들기 위해서 제일 먼저 들르게 되는 곳은 회룡교다. 회룡교에 서서 유유히 흘러가는 내성천을 완상해보고 조사단은 회룡포 뽕뽕다리로 가 이곳의 모래가 얼마나 사라져버렸는지를 확인했다. 2010년도 이곳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해보자. 


30.JPG

▲  풀이 완전히 장악한 내성천의 모래톱. 회룡교 상류 내성천의 모습. 지금도 이럴진대 영주댐이 완공되고, 물을 가두어버리면 내성천의 모습은 완전히 교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정수근

31.JPG

▲  풀이 완전히 장악한 내성천의 모래톱. 회룡교 하류 내성천의 모습.지금도 이럴진대 영주댐이 완공되고, 물을 가두어버리면 내성천의 모습은 완전히 교란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 정수근



뽕뽕다리만을 놓고 봐도 모래가 1미터 가까이 사라져버렸다. 영주댐 건설로 위에선 더 이상 모래가 공급되지 않고, 아래쪽으로는 역행침식 현상으로 낙동강으로 모래가 쓸려내려가버리니 모래층이 점점 낮아진 것이다.


거기에 풀이 많이 자라있다. 깨끗한 모래톱은 사라지고 그 위를 풀들이 점령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도 강 상류에서 모래가 많이 흘러내려와 뒤덮어버리면 풀이 더 이상 자라질 못하는데, 모래가 공급되지 않으니 풀이 점점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32.jpg 32.jpg

▲  2010년도 뿅뿅다리. 모래톱과 다리의 높이가 별반 차이가 없이 놓여 있다

ⓒ 정수근

33.JPG

▲  2015년도의 뿅뿅다리. 모래가 1미터 가량 빠졌다.

ⓒ 정수근



“사실 풀은 큰 걱정이 아닙니다. 비가 많이 와서 한 번 쓸고가버리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걱정인 것은 버드나무가 들어오고 있는 것입니다. 그때부터는 육상화가 걷잡을 수 없습니다. 지금 벌써 버드나무가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국민조사단에 함께하고 있는 초록사진가 박용훈 작가의 말이다.


지난 6년간 내성천 곳곳을 돌아다닌 그이기에 내성천의 변화에 대해서 누구보다 더 민감한 감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가 걱정하는 것도 내성천의 육화 현상인 것이다.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


조사단은 회룡포를 지나 영주댐 건설 현장으로 이동했다. 내성천 강변을 따라 올라가면서 풀이 완전히 점령한 내성천을 보는 것은 가슴이 아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영주댐 현장에 서면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더 이상 내성천이 아니다. 댐은 거의 다 지어졌고, 주변 산등성이는 새로운 도로를 위해 산허리가 잘려나갔다.


34.JPG

▲  영주댐 담수 절대 안된다!!! 국민조사단이 영주댐이 내려다보이는 길에서 '영주댐 담수 안돼!'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정수근



조사단 일행은 영주댐을 뒤로하고 현수막을 펼쳤다. “영주댐 담수 절대 안된다”,“영주댐 공사 즉각 중단하라” “담수를 중단하면서 강을 계속해서 흐르게 하면 모래강 내성천은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담수를 중단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입니다” 녹색연합 황인철 국장의 말이다.


400년 전통마을 금강마을은 마을 전체가 수몰되고, 평은면과 이산면의 511세대가 수몰로 쫓겨나게 되는 것이 영주댐 건설의 한 결과다. 그러나 마지막 4대강 공사인 영주댐은 4대강사업만 아니면 전혀 필요없는 공사다. 이 댐의 목적은 낙동강으로 흘려보낼 하천유지용수 공급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환경운동 진영의 희망은 4대강 재자연화가 시급히 이루어지면 영주댐 또한 필요가 없는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내성천은 지켜질 수가 있을 것이란 것이다.


35.jpg

▲  2011년 7월의 내성천의 맑고 아름다운 모습. 모래톱 위로 맑은 물이 흘러간다. 금광교 위에서 찍은 모습.

ⓒ 박용훈

36.JPG 

▲  2015년 7월 같은 곳에서 찍은 내성천의 모습. 완전히 풀밭으로 바뀌었다. 산봉우리는 잘려나가 출렁다리라는 이상한 구조물을 만들어놨다
ⓒ 정수근


 


조사단은 그런 희망을 안고 마지막 행선지인 금강마을로 향했다. 회룡포마을, 무섬마을과 같은 물돌이마을이면서 인동 장씨 집성촌이자 400년 전통마을인 금강마을. 뒤늦게 시작된 문화재 발굴 조사에서 최근 이곳에서 금강사란 절터가 발굴되고, 그곳 우물터에서 고려시대 보물급 유구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이 마을의 유래에 새롭게 밝혀지게 되는 사건까지 일어난 곳이다.


그런 금강사 절터와 금강마을은 곧 수몰을 앞두고 있다. 마을 주변으로는 새로운 이주 단지가 조성중에 있고 그 옆으로 흉물스런 다리구조물이 생겨났다. 마을을 수장시킨 그 거대한 댐을 바라다보면서 새롭게 살게 될 마을이 그리 반갑지 않아 보이는 이유다.


영주댐 담수를 중단하고,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국민조사단은 금강마을 초입의 금강교 위에 서서 내성천을 바라본다. 영주댐 공사로 말미암아 급변화한 내성천의 모습이 그곳에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모래톱이 시원하게 펼쳐졌던 강변엔 풀들이 뒤덮였다. 이전과 같은 모습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내성천의 모습이 그곳에 남아있다.


37.JPG

▲  금강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의 퍼포먼스. 영주댐 담수 절대 안 된다!!!. 멀리 하얀색의 영주댐이 보인다.

ⓒ 이다솜

38.JPG

▲  금강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의 퍼포먼스. 영주댐 담수 절대 안 된다!!!. 멀리 하얀색의 영주댐이 보인다.
ⓒ 이다솜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가져야 합니다. 낙동강 재자연화가 결정될 때까지만이라도 담수를 막을 수 있다면 내성천은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이미 수몰지로 결정된 마을들을 강의 영역으로 다시 돌려주면서 이 일대를 국립공원으로 만들어 관리한다면 이곳은 세계적인 공원이자 관광지가 될 것입니다. 그러니 희망을 버려서는 안됩니다”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사무국장의 말이다. 그 효용 가치가 전혀 없는 댐보다 수몰지로 예정된 평은면, 이산면 이 일대만이라도 국립공원으로 지정해서 그 공간을 강의 영역이자 야생의 영역으로 돌려준다면 그보다 더 멋진 국립공원은 없을 것이고,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사파리(요즘 지자체마다 야생동물원을 지으려는 조짐들을 보이고 있다)는 없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조경제'가 아닌가.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는 너무나 자명해 보인다.


그런 희망을 안고 조사단은 금강마을과 영주댐 현장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현수막 퍼포먼스를 마지막으로 이번 조사의 대미를 장식했다.


"영주댐 담수 안 된다", "내성천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라"




정리 : 글 - 정수근 / 사진 - 정수근, 이다솜, 박용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