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0일 마지막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 그 승리와 부활의 현장에서

부활의 상징, 930일 두물머리 나무십자가 이사 가는 날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91123일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빚은 땅

두물머리의 맨 끝 가장자리 땅에는 버드나무로 만든 나무십자가가 세워졌습니다.

그곳 두물머리에서 자생한 버드나무를 잘라 빚은 십자가이지요.

 

까닭은 ‘4대강 삽질을 피해 이 비옥한 두물머리 농토에서 계속해서 농사를 짓게 해달라는

그곳 농민들의 소박한 바람을 담아 세운 것이었습니다.

 

나무십자가 세워진 그곳에서 이듬해 217일부터 그곳은 제단이 되었고,

생명평화미사의 봉헌 기도터가 되었습니다.

 

농민들의 그 간절한 소망에 화답이라도 하려는 것일까요?

그해 봄 그 나무십자가에서는 놀랍게도 싹이 올라왔습니다.

 

마치 3년 간 죽은 나무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같은 시간에 물을 주어 그 나무를 살리게 했다는

영화 <희생>의 한 수도승의 이야기처럼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입니다.

죽은 버드나무가 부활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930일 후 그곳 두물머리 나무십자가는 그곳 농민들에 의해 뿌리 뽑혀졌습니다.

왜 농민들은 부활의 상징이자 그 기적의 나무십자가를 뽑아냈을까요?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합니다.

 

그래서 두물머리를 찾았습니다. 그곳에서 그들의 소식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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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옥토에서 쫓겨나는 농민들

 

경기도 양평군 두물머리 유기농단지(약칭 두물머리’)를 다녀온 후 영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정말 농사를, 그것도 농약, 비료 등을 절대 쓰지 않으니, 그 얼마나 힘이 드는 유기농사를 짓고 싶어 어렵게 어렵게 그곳에 들어온 농부들이 농지를 뺏기고 뿔뿔이 흩어져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아프기 때문입니다.

 

그들을 내쫓고 그곳에 짓겠다는 소위 생태학습장의 모습이 그동안 숱하게 보아온 낙동강의 이른바 '생태공원'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더욱 슬픔과 안타까움이 이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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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의 그것은 망초로 뒤덮인 망초공원이자, 그로 인해 옛 고사처럼 망조가 든 망조공원에 나지 않은 모습입니다. 그 황망한 모습을 위해 낙동강에서도 수천 명의 농민이 두물머리와 같은 하천부지 농지에서 쫓겨났습니다.

 

어떤 이들에게는 생존의 모든 것인지도 모르는 그 비옥한 농토를 빼앗고, 국토부가 그곳에 만들어놓은 망초공원을 당신들이 보면 과연 무슨 생각을 할까요?

 

국가가 하는 일인데, 어련히 알아서 할까하며 스스로 농토를 떠난 당신들이 그 망조공원을 보면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요? 그래서 농지점령운동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분명한 까닭이겠지요.

 

생명의 가치가 숨쉬는 두물머리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다시 고려되어야 함이 마땅합니다. 밀과 보리 같은 곡식을 기르고, 배추와 무 같은 채소의 무궁무진한 공급처이자, 다양한 야생동식물의 보금자리인, 강과 뭇 생명들을 이어주는 생태이동통로가 바로 하천부지 농지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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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곳에 자생하는 다양한 야생식물은 인간문명으로 더러워진 강의 수질을 정화하고, 농민들은 한삼덩굴과 가시박과 같은 외래종 터미네이터 식물을 제거해주면서, 인간과 자연은 그렇게 적절히 공생해온 것입니다. 그렇게 하천부지 땅은 무궁무진한 생명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중요한 공간인 것입니다.

 

그러니 그곳은 레포츠족의 한가한 여가 공간이 아닌, 삶의 공간이자 생존의 공간이어야 합니다. 생태공원은 곧 닥칠 전세계 식량위기의 시대에도 전혀 맞지 않은 공간의 낭비이자 혈세탕진의 코드에 지나지 않습니다.

 

930일 기도의 힘 그리고 부활

 

그러나 930일을 이어온 두물머리 생명평화미사가 보여준, 그 기도의 힘과 부활의 진실을 믿습니다. 2010217일 시작된,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빚어놓은, 이 자연예술품 두물머리에서의 생명평화미사는 거룩한 기도의 행위이자, 가열찬 투쟁의 다른 이름이었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명절까지 하루도 거르지 않고 2년 하고도 200일을 이어온 이 생명평화미사가 있었기에,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이 이곳 두물머리 현장으로 몰려올 수 있었고, 두물머리 농민들이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이 땅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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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곳 농민들의 바람처럼 이 땅은 다시 태어날 준비에 들어갑니다. 4대강에서 보아온, 이미 망초공원이 되었고 설상가상 군데군데 침식으로 너무나 위험한 공간이 돼버린, 그 죽음의 생태공원이 아니라, 농사와 교육이 어우러진, 생명과 평화가 넘치는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날 준비에 들어간 것입니다. 마치 버드나무 십자가에서 기적과 같이 다시 생명의 싹이 피어난 부활의 기적처럼.

 

이것이 930일을 이어온 생명평화미사 기도의 힘이자, 유기농사로 단련된 이곳 농민들의 단단한 힘이 아닐까 합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했습니다. 그러므로 마지막 남은 네 분의 유기농부의 앞날도 저 부활의 상징과도 같은 버드나무 십자가처럼 다시 풍성한 싹을 띄울 것임을 믿습니다.

두물머리 농부, 생명과 평화의 메신저

 

"투쟁이 일상이 돼버린 삶을 살아온 네 농민에게 존경과 사랑을 보냅니다. 저희는 잘난 것이 없는 보통사람이지만, 빈 몸으로 4년간 버텨왔습니다. 팔당 유기농지 보존투쟁은 가치관의 싸움이었습니다. 땅 몇평 지키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리는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유기농업을 지을 것입니다. 우리가 4년 동안 팔당에서 느꼈던 삶과 사랑의 메시지가 삶의 양식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신부님들, 여기 계신 모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농지보존 친환경농업 사수를 위한 팔당공동대책위원회유영훈 위원장의 말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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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훈 위원장의 말씀처럼 두물머리 농민들은 이 땅에 생명과 평화의 메시지를 더욱 널리 전할 것입니다. 저 부활의 상징과도 같은 버드나무 십자가처럼 다시 농사를 지으면서 말입니다. 그래서 저 두물머리에 다시 농사라는 축복과 축제의 장이 열리기를 희망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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