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말 전국의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경주에 모였습니다.

 

그곳은 경주시 양남면 동해안 해변가의 한적한 시골 마을입니다. 한여름의 따가운 햇살이 여전한 8월 말 전국의 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이곳에 모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일대에 들어선 핵발전소 때문입니다. 그것도 올 11월이면 30년 설계수명을 다하는 월성원전1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설계수명 30년이 다한 월성1호기를 수명연장해 재사용하려 합니다. 위험천만한 월성1호기의 수명연장에 항의하기 위해서 인근 주민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모인 것입니다. 그 현장에 전국의 환경운동연합 임원과 활동가들이 함께했습니다.


월성원전이 들어선 해안가. 저 원전이 없었다면 빼어난 해수욕장이 들어섰을 곳에 철조망이 쳐져있다. 위험한 시설이 들어선 것이다. 사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후쿠시마 핵참사의 원인은 설계수명 연장 때문

 

2011년 후쿠시마 핵참사가 일어난 지도 1년이 지났습니다. 2011년 3월 11일 터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참사는 아직까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방사능을 뿜으면서 인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핵참사는 핵폭발 당시 공기중으로 유출된 방사능의 양이 얼마인지, 또한 바다 속으로 유입된 방사능의 양이 얼마인지 제대로 가늠이 안될 정도의 심각한 핵참사이고, 아직까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대재앙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86년 구 소련에서 발발한 체르노빌 핵참사를 능가하는 규모의 대재앙이 바로 우리 이웃 일본에서 일어난 것입니다. 그 심각한 사고가 발생한 것은 물론 일차적으로 지진해일에 따른 것이지만, 그토록 안전을 장담한 일본정부와 도쿄전력 측의 너무나 안이한 대응 또한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임은 분명합니다.


넘어갈 수 없는 곳.... 사진 - 정수근

 

그 안이한 대응이 바로 후쿠시마 원전의 수명연장이었습니다. 설계수명 40년을 넘겨 운영한 후쿠시마 원전이 차례로 폭발한 것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치명적인 방사능 유출로 인해 절대적 안전을 요하는 핵발전소의 속성상 조금의 부주의나 결함이 없어야 함이 마땅한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언 제나 "안전하다. 우리 원전은 다르다. 그러니 믿어라. 절대 안전하다"를 되풀이하는 원자력산업계의 헛구호와는 다르게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치명적인 사고인 핵폭발까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핵발전 강국이라 자처하는 미국에서, 소련에서, 일본에서 또 한번 터진 것입니다. 

 

설계수명 30년을 넘겨 35년째 가동중인 위험천만한 고리1호기

 

그 러니 핵발전소는 절대로 안전하다는 것은 '그들만의 헛구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구체적 정황은 이렇습니다. 전세계 핵발전소가 현재 440기 정도 돌아가고  있고, 그 중 세 나라에서 발생한 핵참사의 경우로 따졌을 때, 동국대 의대 김익중 교수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핵참사가 일어날 확율은 무려 35%가 넘는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핵발전소 23기 중에서 6기 이상에서서 핵폭발과 같은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안전하다는 것은 너무나 허무맹랑한 무책임한 소리인 것이지요

 

올 3월말 부산 고리1호기 앞에서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고리1히고 폐쇄 촉구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자료 사진 - 부산환경운동연합


그 런데 이렇게 위험한 핵발전소를 그것도 설계수명이 다한 핵발전소를 수명연장해서 재사용하고 있는 것이 부산의 고리1호기입니다. 고리1호기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들어선 핵발전소로 1978년 첫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설계수명 30년을 넘겨 2008년 10년 수명연장해서 지금까지 35년째 핵발전을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그 런 까닭에 고리1호기에선 크고 작은 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월 비상발전기 고장사고는 차칫하면 후쿠시마와 같은 대재앙이 발생할 뻔한 치명적 사고였습니다. 그런데 한수원 측은 그 치명적인 사고를 은폐하기에 급급했으니, 실지로 얼마나 많은 사고들이 이와 같이 은폐되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고리1호기에서 발생한 사고는 밝혀진 것만 129회로 전체 사고의 19.6%나 됩니다. 이렇게 위험천만한 짓을 한수원이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리1호기 반경 30㎞엔 부산 울산 경남의 340만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고리1호기에서 만약 후쿠시마 같은 핵참사가 발생한다면 이 340만 주민들은 어떻게 될까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설계수명 30년을 다한 월성원전1호기, 즉시 폐로해야 한다

 

저 고리1호기와 비슷한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이 경주 월성원전1호기입니다. 경주 월성1호기는 1983년 상업운전을 시작해 올 11월 20일이면 설계수명 30년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 위험한 시설을 사용중단해야 할 것인데, 한수원 측에선 수명연장해서 재사용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전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과 경주 양남면 주민들이 월성원전 앞에 모여서 월성1호기 수명연장 반대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자동차도 그 수명이란 것이 다하면 폐차하는 것이 운전자와 그 가족의 안전을 위해서 기본이거늘 수백만명의 목숨이 달려있는 핵발전소는 당연히 폐로조치를 하는 것이 상식일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와 원자력산업계는 너무나 용감하게도 수명연장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상식과는 완전 거리가 먼 짓을 자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러니 월성 원전 인근의 주민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월성원전 반경 30㎞ 안에 사는 경주와 울산 시민들은 얼마나 걱정이겠습니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기본으로 생각해야 할 정부가 국민을 위험천만한 사지로 내모는 것과 이것이 무엇이 다릅니까?


집회 참가자들이 월성1호기 폐쇄 촉구 염원을 담은 노란 반핵 풍선을 발전소 정문 앞에 매달고 있다. 사진 - 정수근


특 히 월성1호기는 캔두형으로 이것을 개발한 캐나다에서조차 수명연장해서 사용한 적이 없는 원전입니다. 이 캔두형 원전은 전세계에 10기 정도가 가동되는데, 그 절반이 경주 월성에서 가동중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캔두형 원전의 수명연장 기도는 전세계적인 위험에 스스로를 노출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임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환경운동 활동가들과 이곳 양남면 주민들이 이날 모인 것입니다. 200여명의 활동가와 주민들은 이날 월성 핵발전소 정문 앞에 모여 외친 것입니다.


"수명연장은 범죄행위다, 월성1호기 즉각 폐로하라!", "월성원전1호기 이제 그만 OUT 하라"


인근 양남면 하서리 주민들이 많이 참석해 함께 외치고 있다. "수명연장 반대한다" 사진 - 정수근


연약지반에 지어지고 있는 방폐장도 문제고, 수명연장을 기도하는 월성1호기도 문제 .... 사진 - 정수근

 

"월성1호기 이제 그만 OUT"

 

경 주 양남면 일대 나아리와 나선리 일대는 동해안의 절경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특히 양남면사무소 인근 읍천리 바닷가의 부채꼴 주상절리층은 그 자체 모양도 아름답지만, 학술적으로도 대단히 가치가 높은 곳이어서 지난 8월 21일 문화재청에 의해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되었습니다. 

 

그 러니까 핵발전소 인근에 천연기념물이 자리잡고 있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 일대 해안은 천혜의 환경을 자랑하고 있는 곳으로, 경주시에서도 이 일대를 '파도소리길'이라 명명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널리 홍보하고 있습니다. 


해안가를 따라 조성된 경주의 올레길인 파도소리길 ... 해안가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사진 - 정수근


올 8월 문화재청은 경주 양남 주상절리층을 천연기념물 지정 예고했다. 문화재로도 학술적으로도 대단히 가치가 있는 곳이란 소리다. 사진 - 정수근

 

그 러므로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해안가에 핵발전소란 것도 어불성설이지만, 그 위험한 시설의 수명연장까지 감행한다는 것은 주민들의 주장처럼 범죄행위에 다름 아닌 것입니다. 그러니 올 11월 20일 설계수명을 다한 월성1호기는 폐로되어야 마땅합니다.

 

수명이 다한 핵발전소의 아름다운 임종을 지켜보는 것도 문명화된 나라의 국민의 당연한 권리이자 책무입니다. 그것은 미래세대의 안전을 위해서도 꼭 지켜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월성1호기 이제 그만 OUT 할 때입니다.


전국의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모여서 월성원전1호기 수명연장 기도 반대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월성1호기의 아름다운 임종을 열망하는 풍선을 매달고 있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이지언


후 쿠시마 1년이 지난 이웃 일본에선 전체 원전 53기 모두가 가동 중단됐고, 그 중 4기는 폐로조치에 들어갔고, 오직 1기만 재가동하고 있을 정도로 원전에 대한 공포는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피해액이 331조에 달하고, 100만 이상이 사망할 것이라 예측이 전해지고 있고, 그 피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한국 정부는 이웃 일본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노후 원전만이라도 아름다운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반드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