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있었던,

'낙동강 되살리기 기원제' 현장의 모습을

<평화뉴스>의 청탁을 받고 기사형식으로 정리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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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삽질의 적나라한 현장

정수근 / "물고기가 죽고, 강이 썩어간다. 낙동강 막지 마라!"


   
▲ 낙동강 죽곡취수장 옹벽 페인트 작업 현장 / 사진. 정수근
충격 현장 하나, 지난 10월 18일 대구시의 식수원인 낙동강 죽곡취수장 옹벽의 페인트작업 현장. 길이 20여 미터, 높이 10여 미터의 옹벽에 밧줄에 매달린 페인트공이 아무런 조처도 하지 않은 채 분무형 페인트를 벽면을 향해 마구 뿌려대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렇게 분무된 페인트의 상당량은 낙동강 강물 위에 그대로 뿌려졌다. 하연 띠를 이룬 페인트가 강물 위에 둥둥 떠있고, 그 옆에는 부유물 또 잔뜩 떠있다. 충격적인 모습의 낙동강이다.

상수원 보호구역이자 대구시의 취수원인 이곳에서 이런 짓이 자행되고 있었던 것은 바로 22일 있을 ‘4대강 그랜드 오픈’ 행사 때문이다. 이 거대한 보의 준공은 12월 말경으로 잡혀있지만 더 추워지기 전에 보 개방행사를 열어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이 행사에 참석시키려다 보니 응급 마무리 작업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서 식수원 속으로 페인트가 줄줄 흘러드는 일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충격 현장 둘, 22일 강정고령보 개방 행사가 끝이 난 23일 아침 한 골재노동자로부터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강정고령보 계단식 고정보 아래 수천마리의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들러낸 채 떼죽음 당했다는 것. 

   
▲ 낙동강 강정고령보 담수 현장(2011.10.18). 갇힌 물이 썩어가고 죽은 물고기가 나뒹굴고 있었다 / 사진. 정수근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어도’ 즉 물고기들이 다니는 인공의 길이라 것을 만들어놓았지만, 인간이 시키는 대로 그 어도로 다닐 물고기들은 전혀 없었다. 22일 그랜드 오픈 행사가 끝이 나고 그날 밤, 가두어뒀던 강물을 흘러 보내기 위해서 수문을 열자 고정보로 흘러넘쳤던 물이 끊겼고, 보를 넘어갔던 수천마리의 물고기들이 물이 빠진 계단식 고정보 사이에 고립되어 그대로 질식사한 것이다.

   
▲ < KBS대구 > 2011년 10월 24일 뉴스 화면 캡처

22일 그랜드 오픈 전의 모습과 23일 오픈식 후의 낙동강의 충격적인 모습이 이 사업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댐과 같은 거대한 보에 갇힌 강물은 썩어갈 것이고, 물고기와 같이 그 안에 살던 수많은 생명들은 길을 잃거나 죽어갈 것이란 진실이 현장에서 바로 증명이 된 것이다.

4대강과 그 안의 수많은 생명들을 죽이고 있는 이와 같은 사업을 벌여놓고도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를 벌이며 그들만의 잔치판을 벌이고 있는 이명박 정부. 유유히 흐르던 자연의 강을 인공의 거대한 댐으로 만들어놓고 생명을 이야기하고 생태를 이야기하는 이명박 정부는 도대체 언제까지 국민을 바보로 여길 것인가? 

"강물이 썩어간다 낙동강 막지 마"

연예인을 부르고, 축포를 터트리는 등 수십억의 예산을 들여 화려한 쇼를 벌이며 진행된 4대강 그랜드 오픈. 그러나 그들만의 잔치판이 벌어진 강정고령댐에서 조금 떨어진 낙동강 둑방에서는 전혀 다른 성격의 행사가 이날 열렸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이곳 달성습지 둑방에서는 ‘22조 혈세탕진 낙동강 죽이기 이명박 정부 규탄 기자회견’과 ‘낙동강 되살리기 기원제’가 열린 것이다.

   
▲ 달성습지 둑방에서 열린 '낙동강 죽이기 이명박 정부 규탄 기자회견'과 '낙동강 되살리기 기원제'(2011.10.22) / 사진. 정수근

4대강사업 저지 대구연석회의 회원들과 학생, 교사, 천주교 수사님들까지 다양한 7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서 “22조 혈세탕진, 낙동강 죽이는 이명박 정부 규탄한다”, “강이 썩어간다. 낙동강 막지 마라” 등을 외치면서, 낙동강을 비롯한 4대강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향해 더 이상 국민을 기만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이어 열린 ‘낙동강 되살리기 기원제’에서는 “비록 이명박 정부가 낙동강을 죽여 놓았지만, 그러나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부터 우리 시민들의 힘으로 낙동강을 되살리기 위해 마음을 모으자”는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새물결 맞이’ 행사를 ‘조롱’하는, “謹弔 새물결, 흘러라 낙동강아” 깃발을 단 대형 연이 올라가고, 그들의 축포에 맞서 왜관수도원 수사님들이 부부젤라를 불고, 그들의 축가에 맞서 오카리나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들의 축사에 맞서 기도문 낭독과 시낭송이 이어졌다.

   
▲ 성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수사들이 '그랜드 오픈' 행사를 비판하며 강정고령보를 향해 부부젤라를 불고 있다 / 사진. 평화뉴스 김현주 객원기자

녹색인간과 희망의 종이배


그리고 유유히 나타난 녹색인간. 4대강 삽질로 만신창이가 되어가는 바로 그 낙동강으로 변한 ‘녹색인간’이 바람개비를 들고 나타나 기원제 참여자들을 아파 신음하는 낙동강으로 데려간다. 둑방길을 따라 길게 이어진 행렬은 달성습지의 갈대밭으로 들어서고 갈대밭 사이를 뚫고 녹색인간은 강물이 흘러가는 강가에 가 섰다.

   
▲ 마임이스트 이상옥(36)씨가 몸에 녹색 칠을 하고 '녹색인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녹색인간을 따라 달성습지를 지나 강가로 가고 있다 / 사진. 정수근

녹색인간을 따라 강의 땅으로 들어간 이들도 마침내 강가에 다가선다. 저 너머에서 관제 축제의 경박한 소리가 들여오는 강가에서 이들은 ‘낙동강 되살리기’의 염원을 담은 등불을 밝히고, 그 등을 품은 종이배를 강물 속으로 진수시킨다.

하나둘 불을 밝힌 종이배. 그 희망의 종이배가 낙동강으로 둥둥 떠간다. 녹색인간은 바람개비를 돌리고 희망의 종이배는 줄을 지어 서서히 강물 속으로 흘러간다.

   
▲ '녹색인간'이 희망을 상징하는 바람개비를 돌리고 있고 참여자들은 희망의 종이배를 띄우고 있다  / 사진. 정수근

그렇다. 강은 이렇게 흘러야 한다. 강이 막히지 않고 이렇게 흐르기만 하면 아직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4대강에 16개 대형댐이 들어섰지만, 수문을 닫아걸고 물길을 끊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아직 희망은 있는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비록 시간이 걸리겠지만 강은 스스로의 복원력으로 원래 모습을 되찾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수문을 막지 않고 강을 흐르게 할 것인가? 그 길은 의외로 쉽게 풀릴지도 모른다. 22일 그랜드 오픈 행사 전에 본 낙동강의 모습이 이를 증명한다. 막힌 물은 잿빛을 넘어 초록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녹조류가 발생하고 부영양화가 일어나고 결국 식수원이 오염이 되면 물길을 막을 수 없을 것이고, 결국에는 이 거대한 댐은 걷어낼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싸움은 이제부터다. 준공을 했지만, 결코 담수를 못하게 하는 것. 아니 담수를 할 수 없는 상황을 지켜보는 것 말이다. 그리고 댐의 해체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것 그것이 앞으로 우리가 할 일인 것이다.

그렇다. 강은 흘러야 한다.

   





[기고]
정수근 /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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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daum view(블로그뉴스)에도 실린 글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