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 후의 변화상을 기록할 목적으로, 낙동강 홍수피해 현장조사를 다녀왔습니다.

그러나 홍수피해 없었다는 정부측의 일방적 그리고 그들의 희망적 주장과는 달리 낙동강을 따라가면서 본 모습은 상당한 홍수피해가 일어난 현장들이었습니다.

실태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한 듯한 그들의 장밋빛 주장을 듣고 있을 수 없어, 그 현장을 직접 찻았습니다. 지난 고령쪽 홍수피해 조사보고( 경북 고령의 물폭탄, 4대강 초대형보 탓이다...대재앙 막는 길은 보 해체하는 것)에 이어, 그 소식들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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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피해 없다고요?

4대강사업으로 홍수피해가 줄었다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토부에 따르면 하천준설효과로 평균 홍수위가 과거보다 평균 3m가량 낮아졌기 때문에 지난달 말부터 한반도를 연이어 세 번의 태풍이 강타했음에도 4대강 유역의 홍수 피해는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태풍 산바 후 '생명의강연구단' 일행과 함께 돌아본 낙동강은 온통 홍수피해로 그 상처가 심각했습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깔아둔 돌망태 사석에도 불구하고, 강변 둔치가 수천평 규모로 침식되는가 하면 떠내려온 쓰레기는 보와 둔치에 그득히 쌓여 있었습니다.

 

태풍 산바가 지난 후 낙동강과 감천의 합수부쪽에서부터 일어난 역행침식현상으로 감천의 우안 제방의 일부가 처참히 무너졌다.

구미시 고아읍 옛 '고아습지'를 걷어내고 급조해 조성한 생태공원 '강정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용으로 급조한 작은 교량이 역시 역행침식현상으로 붕괴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교량으로 자전거나 강태공들의 자동자로 지나다니는데도 아무런 통제도 없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구미시 지산동에서 낙동강과 만나는 지천인 봉곡천에 놓인 교량인 '덕산교'가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역시 역행침식현상으로 땅에 묻혔던 교각의 상판의 일부가 드러나고, 교량과 만나는 도로의 제방과 도로 상판의 일부가 맥없이 무너졌다. 이곳은 또한 하루에도 수천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곳으로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불구하고 구미시에서는 차량 통행을 막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었다.

구미보 우안의 둔치가 엄청난 규모로 침식됐다. 높이는 10미터 이상이고, 그 규모는 수천평에 이를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이같은 침식현상이 위험한 것은 강변둔치엔 그 유명한 생태공원이 조성돼 있기에 이곳에서도 자칫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또한 지난 여름 장마 후 낙동강과 지천이 만나는 합수부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역행침식 현상은 더 크고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설상가상 그 심각한 침식현상은 지천의 교량으로까지 이어져 하루에도 수천대의 차량이 지나다니는 그 교량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저전거도로와 그를 위해 새로 축조한 교량은 휘어지고 균열이 일어나 아찔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심각한 홍수피해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홍수피해가 줄었다고 거짓홍보하며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국토부는 도대체 양심이란 것이 있는 집단인지 묻고 싶습니다.

 

 

그래서 국토부가 왜면하고 외곡하는 현실을 여기에 하나 하나 공개해봅니다. 우선 그 심각한 홍수피해의 현장으로 안내해봅니다.

 

 

구미보 우안 둔치의 무서운 침식

 

 

우선 낙동강 구미보 우안의 수천평 규모의 강변둔치가 침식으로 사라졌습니다. 그만큼의 모래는 낙동강으로 또 흘러들어가 헛준설 논란을 일으킬 것이고, 그 침식은 둔치에 급조해 만들어둔 생태공원의 안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습니다.

 

 

그 침식이 생태공원으로 이어지고 있었고, 좀더 많은 비가 내렸다면 침식은 공원을 덮쳐 그곳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놓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자칫하면 공원으로 산책나온 시민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둔치에 생태공원 운운하면서 혈세를 탕진하는 것을 생태학자들은 '생태세탁'이란 말로 이 정부의 심각한 생태적 몽매함을 넘어 범죄로까지 보더군요. 그러니까 이런 둔치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것이지요.

 

구미보 양측면 옹벽 아래 둔치에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사석을 채운 돌망태를 깔아뒀지만, 철망은 뜯겨나갔고, 사석들은 나둥굴고 있다. 심지어 물받이공으로 보이는 콘크리트덩이까지 나뒹굴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 옹벽 바로 아래는 침식을 방지하기 위해서 돌망태 사석으로 깔아뒀지만, 그것 또한 하단부터 뜯겨나가 사석들은 곳곳에 나뒹굴고, 철망을 종잇조각처럼 휘어져 있었습니다.

 

강물의 위력이란 것은 이처럼 4대강 추진본부의 '석학(石學)'들의 상상력을 초월해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설상가상 콘크리트 물받이공의 일부도 이미 뜯겨나왔는지 가장자리로 밀려나와 함께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구미보 아래에선 김천에서 흘러나오는 낙동강의 지천인 감천이 흘러나와 낙동강과 합류하게 됩니다. 이 감천은 원래 표고가 낙동강보다 많이 높은데다, 설상가상 4대강사업으로 낙동강의 대규모 강모래 준설로 그 수위차가 더욱 높아졌습니다.

 

감천의 역행침식으로 제방 일부 붕괴

 

그래서 그 수위차로 인해서 큰물이 질 경우엔 감천의 강물이 낙동강으로 마치 급류가 휘몰아치듯 흘러가면서 강바닥과 양측 제방을 사정없이 침식해버리는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그 침식은 합수부의 양 끝단부터 감천의 상류로 거슬러 진행된다 해 역행침식이라 부릅니다. 이 심각한 침식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국토부에선 수천억의 예산을 투입해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대부분의 지천에 하상유지공(다른 말로 강바닥보호공으로, 철망으로둘러친 돌망태를 시공하는 것) 설치공사를 벌였습니다.

 

 

감천의 하상유지공 공사를 완료한 모습. 지난 4월 25일자의 모습이다.

 

 

그런데 지난 태풍 산바 후 그 모든 작업들이 헛수고로, 그만큼의 예산을 탕진한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까 국토부의 석학(다시 말하지만, 石學)들은 자연의 힘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단군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를 벌였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하상유지공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석학들의 생태적 배려로 콘크리트 어로까지 만들어뒀지만, 그 거대한 콘크리트덩이까지 두동강 나면서 나뒹굴어 재퇴적된 모래더미 위에 처박혀 있는 믿기 힘든 장면마저 강은 보여줍니다.

 

이렇게 육중했던 어도가 아래와 같이 두동강 나 나뒹굴고 있다. 성난 강물의 위력은 참으로 대댄하다....

무서운 강물의 힘은 저 육중한 콘트리트 덩이도 두동강내버린다. 어도가 두동강 나 뒹굴고 있고, 그 앞에 죽은 물고기 한마리가 이 콘크리트덩이의 용도를 짐작하게 해주고 있다.

 

"하천 수력학(Fluvial Hydraulics)에는 브람스 법칙이라는 것이 있어, 강물의 속도가 두 배 빨라지면 물이 운반할 수 있는 물체의 질량은 2의 6승만큼, 즉 예순네 배 늘어난다"(<모래강의 신비>(2011, 민음사) 참조)고 합니다.

 

 

유속이 두배 빨라지면, 그 육십네 배의 폭탄이 터지는 4대강

 

 

즉, 강물의 유속이 두배 빨라지면 강물의 힘은 두배가 아니라, 예순네 배가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엄청난 힘으로 강바닥과 제방을 침식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결과를 감천에서 확인한 것입니다.

 

 

그 날짜별 변화상을 살펴보면 그 위력을 더욱 실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 4월 25일 하상유지공 공사가 완료된 모습

7월 30일의 모습

태풍 산바가 물러간 후인 9월 21일의 모습

▲ 다시 나타난 MB야가라폭포. 지난해 여름 역행침식현상으로 이곳에 나타난 MB야가라폭포가 태풍 산바 후 다시 나타났다. 이곳은 제방 아래 침식된 사면의 모습이다.

 

강은 이제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강의 형태에서부터 그 성질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다른 강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하나 하나 확인해나가는 과정은 실로 두렵습니다.

 

감천과 낙동강이 만나 이루어놓은 삼각주의 그 오른쪽은 너무나 넓은 백사장으로, 가장자리 일부에서 농민들이 채소를 경작하던, 평화와 공존의 상징과도 같은 땅이었습니다. 그런 고아습지가 지금은 '강정생태공원'이란 이름으로 바뀌어 그곳에 콘크리트 길과 다리가 놓이고, 수백그루의 조경수들이 심겨졌습니다.

 

 

이처럼 생태공원에 심겨진 대다수의 나무들이 죽었거나, 고사중인 상태다.

 

그런데 태풍 산바 후 이곳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작은 수로는 역행침식으로 소하천으로 바뀌었고, 자전거길을 잇기 위해 그 수로에 놓인 작은 교량은 뿌리가 뽑혀 붕괴직전의 상태에 놓여있었습니다.

 

 

자전거도로와 교량의 붕괴 그리고 사막공원

 

 

수로의 바닥이 페이고, 둔치는 침식이 돼 한쪽은 들리고 한쪽은 주저앉으면서 교량의 기능을 전혀 하지 못했고, 그로 인해 자전거길마저 균열을 일으켜 쩍 갈라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상황인데도 이곳을 제대로 통제조차 하지 않으니, 가을을 맞아 강으로 낚시나온 강태공들이 자전거로 혹은 심지어 차로 이 위험한 교량을 지나다니고 있었습니다.

 

 

 

▲ 붕괴직전의 교량 강정생태공원의 자전거도로 위에 놓인 미니 교량이 곧 붕괴직전이다.

 

인명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무책임하게도 이렇게 허술한 도로와 교량을 이 변화무쌍한 강변 둔치에 조성한다는 것은, 인명사고를 조장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강변 생태공원의 관리주체는 해당 지자체에 넘어간 상황이니, 구미시는 이런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나무와 식물 생태학의 권위자이신 김종원 교수 같은 생태학자들이 말하는 이른바 생태세탁의 흔적들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강정생태공원인 이미 망초공원이 되었고, 그 잡초공원에 드문 드문 심겨진 조경수들은 하나 같이 말라죽어있습니다. 수백에서 수천만원은 호가한다는 물푸레나무나 메타세퀘이아 같은 나무들이 강변에 심겨진 채 고사해가고 있는 것입니다.

 

▲ 사막공원에서 죽어가는 나무. 생태는 고사하고 식물조차 살 수 없는 사막공원에서 나무 한그루가 고사한 채 쓰러져 있다

 

 

그곳에 '생태'는 없었습니다. 오로지 세금 썩는 냄새만 진동할 뿐인 것이고, 생태는 고사하고, 고사한 나무와 설상가상 잡초도 살 수 없는 사막과 같이 변한 땅만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그 평화롭고 공존의 공간이던 고아습지가 완전히 망초공원에 사막공원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은 너무 아픕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이 이곳만의 특별한 것이라면 또 다른 문제인데, 낙동강을 따라 가면서 만나는 풍경은 하나 같이 이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고아습지 아래 해평습지를 지나면서 낙동강은 구미시를 관통하게 됩니다.

 

 

역행침식으로 인한 '덕산교'의 붕괴

 

구미 정수장을 지나 낙동강 둑방으로 올라서면 너른 강변 둔치가 나옵니다. 구미시 지산동의 그 둔치에는 지금 축구장과 야구장, 운동장 같은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습니다. 농사를 짓던 푸른 초지와 금빛 백사장의 둔치는 사라지고 그곳에 인공의 시설물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공존의 공간이던 이 광할한 대지 역시 인간만을 위한 인공의 공간으로 급속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공의 거세 물결 아래는 역시 강의 무서운 힘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속속 나타납니다.

 

 

▲ 위태로운 교량. 붕괴된 제방을 보수하는 공사현장을 한 학생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지산동 옆구리를 흘러나와 낙동강으로 합류하는 봉곡천의 작은 교량인 덕산교도 붕괴직전의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역시 역행침식현상으로 땅에 묻혔던 교각의 상판의 일부가 드러나고, 교량과 만나는 도로의 제방과 도로 상판의 일부가 강물의무서운 힘으로 맥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이곳은 특히 하루에도 수천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는 곳으로 자칫하면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너무 위험한 상황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대도 불구하고 구미시에서는 차량 통행을 막지 않고, 이곳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모습이 더 놀라울 뿐. 차량들은 쉴새없이 이 위험한 다리를 교행하고 있습니다.

 

 

▲ 이 위험한 다리로 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습니다. 아찔한 모습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량과 이어지는 자전거도로의 상판은 완전히 붕괴돼 널부러졌고, 콘크리트 블럭으로 마감해놓은 제방 또한 맥없이 무너져내렸습니다. 낙동강의 변화된 모습은 이렇게 무서운 힘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래도 홍수피해가 없었는가요? 이렇게 낙동강을 위험한 강으로 만들고, 이렇게 심각한 홍수피해를 조장하고도 어떻게 홍수피해가 없었다 할 수 있는지요? 그들은 도대체 양심이란 것이 있는 집단인지 의심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