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잘 익은 사과를 골라내기가 힘들었습니다.
키 자라는만큼만 손을 뻗어 사과를 용케 따기는 했지만,
못마땅해 하는 어른들의 성화에 그마저도 그만두고
그저 사과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았습니다.
툭!툭! 떨어지는 사과를 주워 쓱쓱 닦아서 먹다가
웅덩이에서 개구리도 잡고
어른들 틈에 끼어 나무불에 구운 돼지고기도 얻어 먹으면서.
불구덩이에 고구마를 구워먹기도 하고요.
들국화를 따거나 날개달린 들풀의 씨앗을 줍기도 했습니다.
가을들판은 아이들 놀이터 천국.

아직 사과를 따기엔 며칠 이른 시기였습니다.
갈수록 기온변화가 심해져서 사과따는 시기도 점점 더 늦어지고 있습니다.
의성은 정말 사과밭 천진데 사과재배지도 이제 점점 더 위쪽으로 올라가고 있다합니다.
저농약 재배방식에도 몇 가지가 있지만, 부수형님네 밭은 '한살림방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사과 껍질에 부옇게 붙어 있는 석회질이 그것인데,
농사 짓기 참 어려운 방식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올해는 사과가 참 잘되어서, 일반 농가보다 더 낫다고 마을청년들이 부러워합니다.
헌데, 주인은 사과 딸 생각보다는 대구에서 온 손님들하고 막걸리 마시는게 더 좋은가 봅니다.
점심도 거르고 갓 양조한 싱겁한 막걸리 두 박스를 금새 비워냈으니까요.
아버지들은 주인장과 동네 청년들과 농촌 이야기에 지칠줄을 모릅니다.
어머니들이 열심히 사과를 따는 동안에도 연신 막걸리 잔을 돌리기 바빴답니다.

이번주가 사과 따기에는 절정이라고 하네요.
'전투적으로' 사과를 따야 제 때 다 딸텐데,
그 넓은 사과밭의 사과는 누가 다 딸런지?
새조차 손 못대는 드넓은 사과밭에서
노총각 부수형님과 노부모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네요.
농사 짓기도 빠듯한 세상에
우리 농업을 지키려고 너무나 열심히 살고 있는 멋진 부수형님이
장가 갈 처녀 하나 없다니!
어디 참한 색시 하나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