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에 나타난 흑고니가 무척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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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낙동강에 나타난 흑고니, 어디서 왔을까?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낙동강에 흑고니가 나타났습니다. 낙동강 해평습지와 예전 낙동강 물길이었던 곳이 끊겨 우각호가 된 습지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입니다. 흑고니(black swan)는 말 그대로 검은색 고니를 말합니다. 고니는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법정보호종입니다. 그만큼 개체수가 많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런 고니도 귀한데 검은색 고니라니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새가 아닌가 합니다. 그런 귀한 새가 낙동강에 나타난 것입니다. 23일 낙동강 철새 탐조에서 만난 것인데요. 녀석은 왜 낙동강을 찾았을까요? 그 존재가 무척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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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흰색인 고니와는 완전 구별되는 흑고니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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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고니와 뚜렷이 구분 되는 '검은색 고니' 흑고니ⓒ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그래서 알아보니 "흑고니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새이며,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주의 상징 새이다. 아종인 뉴질랜드고니는 마오리족에 의해 멸종했다. 몸무게는 9kg가량이다. 다른 고니류 새와는 달리 텃새로, 태어난 곳에서 평생 산다. 호숫가에 큰 둔덕을 만들고 그 위에 둥지를 튼다. 매년 고쳐가면서 같은 둥지를 계속 쓴다. 수컷과 암컷이 알을 교대로 품는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974년부터 흑고니를 법적으로 보호하고 있다"(위키백과)라 합니다.


호주에 사는 텃새라 하는데, 그런 흑고니가 어떻게 낙동강을 찾았을까요? 정말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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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낙동강을 찾은 흑고니가 깃을 털고 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예전에 한번 우리나라에서 관찰된 적이 있습니다. 보통 호주에서 서식하는 종이지요. 매우 귀한 새를 보셨습니다. 딱 한 번만 관찰된 국내 미조입니다. 동물원에서 나왔을 확률이 있으나 깃의 상태로 봐서는 야생인 듯 합니다. 길을 잃어버리고 우리나라를 찾은 거 같습니다."


보내준 사진을 본 조류 전문가인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국장의 설명입니다. 그래서 더욱 그 존재가 궁금해집니다.


그런데 녀석이 어디서 왔든, 그 존재만으로 무척 놀랍고도 반가운 것은 분명합니다. 녀석이 찾은 낙동강은 지금 새로운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4대강 보의 수문이 열리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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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낙동강 감천 합수부(해평습지)를 찾은 재두루미. 4대강사업 후 해평습지를 찾는 흑두루미와 재두루미 수가 극감했다. 

ⓒ 대구환경연합 정수근


비록 흑고니가 온 구미 인근의 낙동강은 칠곡보로 아직 막혀 있기는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개방 방침에 따라 곧 열리게 될 것이고, 그리 되면 인근의 해평습지에도 큰 변화가 찾아오리라 생각됩니다.

해평습지는 유명한 철새도래지로 흑두루미의 도래지로 특히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4대강사업으로 습지가 사라져 도래하는 흑두루미 개체수가 극감하고 있습니다. 예년 수천 마리의 흑두루미가 해평습지를 찾았지만, 올해 해평습지를 찾은 흑두루미 수는 불과 87마리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흑고니야, 낙동강 해평습지를 부탁해


이런 상황에서 흑고니가 낙동강 인근을 찾은 것입니다. 흑고니는 왜 낙동강을 찾을 것일까요? 망가진 철새낙원 해평습지를 되살려 내라는 하늘의 계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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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낙동강을 찾은 흑고니가 쉬고 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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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낙동강을 찾은 흑고니가 고고한 자태를 뽑내고 있다ⓒ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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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낙동강을 찾은 흑고니가 백조 무리들 속에서 쉬고 있다ⓒ 정수근


낙동강 하류의 2개 보는 수문이 열렸습니다. 수문이 열리자 낙동강은 거대한 모래톱이 돌아오고, 지천이 되살아나면서 사라진 새와 동물들이 다시 찾고 있는 '기분 좋은'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강은 흐르기만 하면 스스로 알아서 복원해가는 것 같습니다. 4대강 보가 하루빨리 철거돼야 하는 까닭입니다. 낙동강에 나타난 흑고니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그런 희망을 가져봅니다.


"흑고니야 무지 반갑다. 낙동강을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