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챙기겠다'4년 전 대통령 약속, 기억합니다

[인터뷰] 전국 순회하며 가습기살균제 피해 실태 알리는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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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7일 이마트 대구 만촌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지역 피해보고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펼쳐지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지난 7일 오전 11시 이마트 대구 만촌점 앞에서, 오후 2시 이마트 포항점 앞에서 각각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지역·경북지역 피해보고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있었습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는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전국 15개 지역을 순회하며 각 지역의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지역별 피해실태조사를 발표하는 기자회견 및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2011년 이 문제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이래로 1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을 맞이했지만,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는 왜 여전히 진상규명, 피해 대책, 재발 방지를 외치고 있는 걸까요?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기업들의 무죄 선고... 이대로 있을 수 없어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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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7일 이마트 포항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경북지역 피해보고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펼쳐지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어떤 곳인가요?

"저는 1986년 공해추방운동청년협의회(공청협) 때부터 활동했고, 1988년 공해추방운동연합(공추련) 창립 때와 1994년 환경운동연합 창립 때 상근 활동가이기도 했어요.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010년에 만들어진 단체로, 2004년경부터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내의 환경보건위원회 활동을 배경으로 만들어졌고요.

 

그 이전에는 1980년대 도시진폐증 박길래 사건과 온산병 사건, 산업폐기물 소각장 인근 주민의 건강피해 등에 대한 활동 배경이 있고요. 그동안 석면, 가습기살균제 두 가지 환경 사안에 집중해왔고 전국석면추방네트워크를 주도해 2009년부터 석면 사용금지, 2011년부터 시행된 석면피해구제법, 2013년부터 시행된 석면안전관리법 등의 성과가 있었고요."

 

- 가습기살균제 대응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2011831일 정부의 역학조사 결과 발표로 (가습기살균제 문제를) 알게 되었는데 그날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첫 성명서를 냈고 이후 이 문제에 빠져들어 10년이 흘렀네요. 가습기살균제 관련 발표한 조사보고서만 100개가 넘더라고요.

 

2015년에 1차로 전국 순회 캠페인을 한 바 있고, 2015년 말에 부산에서 서울까지 피해 유족과 자전거로 상경하면서 환경운동연합 지역조직과 함께 캠페인을 한 바 있습니다. 서울에 올라와서는 여의도 옥시 본사 옆에서 텐트 치고 농성을 한참 하기도 했었고요."

 

- 가습기살균제 대응 활동을 통해 바뀐 건 없나요?

"20164~5월에 이 문제가 큰 사회 의제화되고, 옥시불매운동이 전개되었습니다.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경실련, 여성소비자단체 등 시민사회가 대거 합류했고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가습기넷)이 만들어져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고요.

 

2016년 국회 국정조사가 이뤄지기도 했고요. 이 문제와 관련하여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를위한특별법, 화학물질의등록및평가등에관한법률, 생활화학제품및생물제의안전관리에관한법률, 사회적참사의진상규명및안전사회건설등을위한특별법 등이 만들어지는데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영향을 미치기도 했고요."

 

- 그런데 왜 다시 피해자분들과 함께 전국을 돌며 캠페인을 진행하는 건가요?

"2018년 초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만들어지면서, 피해자들의 요구와 추천으로 제가 특조위에 들어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소위원회를 맡아 2년 반가량 활동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0년 말 사회적참사특별법이 개정될 때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기능이 빠져서 이에 항의하며 특조위를 나왔습니다. 올해 1월 법원이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 일부(SK, 애경, 이마트 등)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다시 가습기살균제 문제가 사회 이슈화되었죠.

 

환경부는 특조위의 가습기살균제 조사권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했었고 (지난 5) 환경부 장관은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은 끝났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서 피해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번 못을 박았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잖아요. 다시 엉킨 곳부터 매듭을 풀기 위해 전국 순회를 시작했습니다."

 

"대통령의 약속, 반드시 지켜야"

 

- 어디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까요?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95만 명으로 추산됩니다. 그에 반해 지난 10년간 5차에 걸쳐 정부에 신고한 피해자는 (611일 기준) 7476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22%1663명이나 됩니다. 피해신고자 중 불인정 혹은 미인정자가 45%로 절반이나 됩니다. 지금까지 4117명만이 구제인정되었고, 이중 사망자는 25%1009명으로 인정자 4명에 1명꼴로 사망자가 많습니다.

 

피해 가습기살균제 제품이 얼마만큼 팔렸고 누가 사용했고 어떤 피해자가 있는가, 건강 질환 인정기준 완화 및 확대 등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고 규모를 파악해야죠. 그걸 바탕으로 제대로 진상 규명해야죠. (가습기살균제 제품) 만든 기업과 이를 방관한 정부 기관의 책임을 물어야죠. 그런데 특조위 조사권을 없앤다니요. 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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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7일 이마트 대구 만촌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대구지역 피해보고 및 책임촉구 기자회견이 펼쳐지고 있다. ⓒ 환경운동연합

 

대구지역의 경우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423344, 건강피해 경험자 45094명으로 추산되는데 피해신고는 342, 피해구제 인정자는 189명에 불과합니다. 건강피해자 중 신고율이 0.8%, 200명에 1~2명꼴로 피해신고가 매우 낮습니다. 경북지역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 461946, 건강피해 경험자 49206명으로 추산되는데 피해신고는 278, 피해구제 인정자는 146명으로 0.6%에 불과합니다.

 

201788, 문재인 대통령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사과하고 위로했습니다.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는 사고이지만, 그간 정부가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음은 물론 피해 발생 후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앞으로도 피해자그리고 피해자 단체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소통해 다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 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 추진에 만전을 기할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대통령이 직접 끝까지 챙겨나가겠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은 빙산의 일각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문장을 부여잡고 피해자들과 활동가들은 오늘도 거리로 나설 채비를 합니다.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피해신고 및 문의 

☞ 환경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1833-9085

☞ 환경보건시민센터 02-741-2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