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 3모둠 박은아 선생님

정말. 오랜만에 꾸러기 활동이 시작되었지요.
캠프 때 본 아이들도 있었지만 못 본 아이들도 있었으니깐.
거의 3달이 지나서 본 거네요.ㅡ;; 암튼.
9월. 이번 활동은 안심습지에서 이루어졌어요.

원래는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하였으나;; 30분가량을 걷는 것은 아이들에게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교대로 버스가 오기로 했죠.
늘 문제가 되는 것은 시간약속.
한 명이 시간을 안 맞춰오면 그 한 명 때문에 전체적인 활동에 차질이 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우리 모둠 동영이가 가장 늦게 오는 바람에;; 차가 조금 지체되었어요.
차에서 역시나 교사들의 자리는 주어지지 않았지만ㅋ;; 캠프 때 익숙해져서 괜찮았죠.
서서 가다가 여러 아이들에게 말을 걸 수 있었고요. 캠프 때 만난 아이들과도 반갑게 인사하고 또 우리 모둠 아이들에게 오늘 할 활동들에 대해서 말도 해주고요.
다행히 차가 밀리지 않아서 예상된 시간에 도착을 했고 차근차근 활동이 진행되었어요.

차에서 내려서 연잎이 쭉 펼쳐져있는 밭 사이로 난 길을 천천히 걸었어요. 조급해하지 않고 그냥 천천히 아이들과 걸어갔지요. 활동 전에 연잎을 따도 되는 거냐고 누군가에게 여쭤보았는데 연잎은 어차피 따서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따도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래서 마음 놓고 아이들에게 연잎을 따 주었어요.
앞서 간 모둠에서 연잎을 하나씩 손에 든 모습을 보고는 아이들이 연잎을 그냥 지나치지 않기도 했고요. 나중에 활동 평가 할 때 연잎을 따는 것이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많으시길래 뜨끔ㅡ;; 했지만.
그 당시에 저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연잎을 따주었습니다.ㅠ;;

어찌되었든.
연잎으로 인해 흥미가 유발된 아이들은 처음에 차 안에서는 이번 활동에 대해 이야기 해 주었을 때 재미없을 거라더니 너무 신나했어요.
애들아, 저기 물에 떠 있는 건 뭐지? 책에서 한 번 찾아보자. 이런 식으로 아이들에게 식물 이름들을 알려주고 또, 며느리배꼽이야기도 해주고 개망초가 계란후라이처럼 생겼다는 이야기 등등.
답사 때 배운 것들을 많이 알려줬어요. 그리고선 이탤리포플러 밑에 가서 오늘 본 것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하나씩 그려보고 이야기해보고 다시 돌아왔답니다.

이번 활동에서 안타까웠던 점은.
제가 거미줄을 좋아해서요.;; 아이들에게 거미줄을 자세히 그려보게 할 생각으로 검은 종이까지 준비해갔었거든요. 거미줄이 보이면 거미줄 뒤에 검은 종이를 대서 보여주면 더 잘 보일 것 같은 생각에 가져갔었는데... 태풍의 영향인지.;; 멋드러지게 지어진 거미줄들이 없는거예요.ㅠㅜ 그냥 돌아왔지요.ㅠ

그렇지만 이번 활동에서 정말 뿌듯했던 점이 있어요.ㅋㅋ
정말 말이 없던 해리가 오늘 활동에서 말을 가장 많이 한 거예요.
뭘 물어봐도 계속 웃기만 하고 멍하니 있기만 했는데... 아! 그리고 더 걱정이 되었던것은 차 타기 전에 해리어머님께서 .. 해리가 활동이 재미가 없는지.. 자꾸 안 오려고 해서... 이렇게 말씀하셨거든요. 차 에서도 내내 조용하고 또 연잎을 따줄 때까지 조용했는데...ㅠ;;

마름을 보더니 해리가 너무 좋아하면서 말문을 틔웠어요. 마름을 할아버지 댁에 가면 볼 수 있대요. 할아버지 댁에서 제사 지낼 때 마름을 봤고, 또 어른들이 그걸 먹기도 했다면서 말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답사 때 마름을 밤 대용으로 이용한다고 했던 것들이 기억이 나서 아! 맞다. 해리야. 어떻게 제사에 이용하는 것도 알았니? 하면서 해리를 칭찬해주었지요.
마름 사건 이후 김밥도 씩씩하게 잘 먹고, 평소 같았으면 다리 아프다고 칭얼댔을텐데 그러지도 않고. 암튼 해리가 정말 갑자기 활발해졌어요. ㄷ ㅏ~ 마름 덕입니다.ㅋ

그리고 또. 얌전히 가만히 있던 다예도 덩달아 활발해진거예요.
뭘 알려주면 조용히 받아적던 아이가 먼저 선생님, 이건 뭐예요? 라고 적극적으로 물으면서 다가왔어요. 아이들이 먼저 물어보니깐 활동에 생기가 돌고 즐거웠지요.

아이들의 눈에 보이는 변화가 저를 행복하게 했던 활동이었어요^-^*

10월이 기다려져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