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는 습지보호지역, 야생동식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보호한다면 한편으로는 달성습지와 대명유수지 옆으로 4차순환도로를 건설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자연을 잘 지켜서 먼 미래까지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는 지자체는 없을까요?

 

달성습지를 지키기 위해 풀뿌리단체들과 시민단체들이 만든 '달성습지친구들'이 순천을 찾았습니다.

순천만은 이미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으로도 알려진 생태관광지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이야기를 듣고 순천만의 아름다움을 직접 만나기 위해 지난 8일(일) 순천만으로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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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PRT. 그러나 그다지 친환경스럽지도, 주민친화적이지도 않아 보인다.

 

일찍 나섰으나 순천에 도착하니 벌써 점심시간이 되었네요. 점심을 먹고 순천만으로 가는 동안,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만으로 이어지는 길에 대구도시철도3호선을 축소해놓은 듯한 고가교가 동천을 따라 나란히 놓여 있고, 그 고가교를 따라 차량이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국내 최초의 소형무인궤도열차인 PRT(Personal Rapid Transit)로 순천만정원에서 순천만까지 '관광객'을 실어나르기 위해 만든 것이라고 하네요. 민자사업이지만 사업비가 610억이나 들어갔다고 합니다. 순천시는 친환경 수단이라고 광고를 한답니다. 타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상 10미터 위에서 순천만정원과 동천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어 좋겠다 싶지만, 밖에서는 참 흉물스러워 보입니다. 이왕 돈을 들이는 거라면 관광객을 위한 눈요기용이 아니라 지역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대중교통수단을 확충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하는 이야기를 참가자들이 하시네요.

 

순천만 입구에 도착했습니다.

주차장에서 안내하시는 분들이 차에 배낭을 두고 내릴 것을 요청하네요. 쓰레기나 음식물을 순천만 안에 버려질 것을 우려해서 그런다고 합니다. 물 정도는 괜찮다고 합니다.  이런 세심한 주의사항! 용산까지 올라가면 아이들 힘들겠다 싶어 과자를 챙겨가려했는데 그 얘기를 듣고 기쁜 마음으로 가방을 다시 내려놓았습니다. 이런 정도는 자연에 드는 사람들의 에티켓이지요.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좋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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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생태관에 들어가 순천만을 지키기 위한 순천의 환경단체들의 노력과 그것을 받아들인 순천시의 정책에 대해 들었습니다. 


순천만 역시 과거에는 '개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고 합니다. 갯벌을 매립해 논으로 만들고, 하도정비와 홍수예방을 명분으로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을 직강화하고, 골재채취 허가까지 내 주었답니다. 

본격적으로 골재채취 반대운동을 하면서 순천만 생태의 가치를 알게 되었고, 끈질긴 주민설득 과정을 거쳐 결국 골재채취 허가증을 반환하게 만들었답니다.  

이러한 과정이 모여 작년에는 ‘순천만 습지 보전관리 및 지원사업 등에 관한 조례’가 만들어졌는데 이 조례에는 순천만 연안습지를 ‘시민참여형 관리체계로 전환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순천만 생태관 입장료가 1인당 7,000원이라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이 입장료의 30%가 순천만 생태조사와 주민생활을 위해 쓰이게 된다고 하니 입장료가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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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관 안과 밖에서 모두 해설사들이 시민들에게 생태해설을 한다.

 

생태관 1, 2층을 둘러보았습니다. 해설사님이 계셔서 자연스럽게 갯벌 생태와 철새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어른 아이 모두 신기해하며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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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에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천 마리를 넘어섰다. 반면 낙동강 유역에는 눈에 띄게 줄었다.

 

생태관을 나와서 논 쪽으로 보았더니 검은 점같은 것이 보였는데 해설사님이 초점 맞춰 주신 필드스코프로 보니 흑두루미들이 낙곡을 먹는 모습이 선명히 보였습니다. 모두들 감탄하며 필드스코프 앞으로 줄을 섰습니다. 

흑두루미는 러시아에서 산란 후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와서 겨울을 나고 다시 러시아로 돌아갑니다. 과거에는 낙동강 길을 따라 모래톱에서 쉬며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활동을 하면서 월동하거나 이동하는 중간기착지로 삼았는데 4대강 사업 이후 모래톱이 사라지고 강 수위가 높아지면서 두루미들이 서해안 길을 택해 낙동강에서는 흑두루미 모습을 찾기 힘들어졌습니다. 반면, 서산이나 순천만을 찾는 흑두루미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에 드디어 순천만을 찾은 흑두루미가 천 마리를 넘어 천학(千鶴)의 도시가 되었다고 순천은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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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에는 벌써 봄이다. 구멍마다 게들이 들락날락한다.

 

무진교를 넘어서 갈대숲 사이로 놓인 데크를 따라 용산 전망대까지 올라갔습니다. 

순천만으로 드는 동천의 모습이 무진교를 기준으로 위쪽은 직선, 아래쪽은 S자로 되어 있어 물어보니 위쪽은 직강화 사업을 한 곳, 아래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하네요. 역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허리를 굽혀 벌 가까이에 고개를 들이밀어보니 작은 구멍마다 게들이 나왔다 들어갔다 합니다. 벌써 봄이 왔음을 부지런한 게들이 먼저 알고 움직입니다. 그런 모든 게 내륙에 사는 우리는 신기할 따름입니다. 사진도 찍고 가는 걸음을 멈추고 오래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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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명물 갈대. 베어준 아래쪽과 베지 않은 위쪽이 다른 모습이다.

 

순천만 갈대는 겨울 끝자락에 일부를 베기도 하고, 그대로 두기도 하는데 위의 사진에서 아래쪽은 작년 이맘때 벤 자리에 새로 난 것이고,  위쪽은 매년 그대로 둔 것이라네요. 베어낸 갈데는 철새들에게 사람들이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울타리를 치는 데 이용하거나 나 순천만 안에 있는 건물의 지붕이엉으로 쓴다고 합니다.  또 이런 세심한! 이런 생각들이 행정가들만의 것은 아니었겠지요?


DSC07621.JPG  베어낸 갈대를 이용해 울타리나 지붕 이엉으로 활용한다. 아름다운 순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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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망대에서 바라본 순천만

 

용산 전망대에 올라 순천만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참 멋지지요? 참 부럽기도 합니다. 어쩌면 작은 부분으로 치부할 수 있는 것조차 세심하게 신경쓰는 것은 주민들과 시민단체, 행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협력하며 지켜낸 결과가 아닐까요?  

 

순천시민들이 순천만을 잘 지켜 누구나 가고싶어하는 순천만을 만든 것처럼, 우리도 달성습지에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야겠습니다.  대구에는 달성습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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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습지에는 물억새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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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성습지의 낙조, 참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