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나가본 낙동강에서 물고기 떼죽음을 목격했습니다. 

녹조가 창궐하는 한여름도 아니고, 

한겨울철에 목격한 것이라 처음에 눈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그 소식을 함께 나누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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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하다


헉, 이게 무슨 광경인가요? ‘녹조라떼’가 피는 한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물고기가 떼죽음한다는 게 믿어지는지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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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를 맞아 2월 7일(일) 나가 본 낙동강에서 물고기가 떼죽음한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칠곡보 우안 1킬로미터 아래 부분 대략 200미터 구간에서 정확히 강준치 47마리가 떼죽음해 있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강변에서 확인한 것만 47마리로, 강물 속에는 얼마나 더 많은 물고기가 죽어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살아있는 물고기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군데군데 반점과 상처가 있는 물고기가 허느적거리며 강물 속을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곧 죽어 떠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방금 죽은 듯한 물고기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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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으로 겨울이 오면 녹조현상을 일으키는 조류도 사멸하고 물도 맑아지면서 물고기가 살기에는 더 좋은 환경으로 변합니다. 그런데 올 겨울 낙동강에서 만난 강준치 떼죽음 현상은 필자의 눈을 의심하게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한겨울 낙동강에서 왜 강준치가 떼죽음한 것일까요?


7일 나가본 낙동강은 꽝꽝 얼어 있었습니다. 특히 칠곡보 상류는 두터운 얼음이 꽝꽝 얼어 있었습니다. 보로 막혀 흐르지 않는 강은 이렇게 쉽게 얼게 됩니다. 그와 반대로 하류는 비록 조금씩이라도 물이 흐르고 그 흐름 덕분에 강이 얼지 않았습니다.


그 얼지 않은 칠곡보 하류를 걷다가 강준치가 떼로 죽어있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200여 미터 강변을 죽은 강준치가 강변으로 밀려나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이곳은 한여름인 2014년 7월 말 강준치가 떼죽음한 바로 그곳입니다. 한여름 녹조가 범벅이 된 곳에서 강준치가 떼죽음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한여름도 아닌 한겨울에 강준치가 떼로 죽음한 것입니다.


강이 썩어가며 죽어가고 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강물 속을 살아 돌아다니고 있는 강준치에게서 그 원인의 일단을 짐작해보게 됩니다. 살아서 강물 속을 흐느적거리며 돌아다니고 있는 녀석들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군데군데 반점이 있고, 상처가 있는 녀석들이 한두 마리가 아니었습니다.


민첩성이 떨어진 강준치가 사람이 다가가도 피할 줄도 모르고 강변으로 밀려와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아픈’ 녀석들이 강물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지요. 죽음이 곧 임박한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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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낙동강의 녹조현상이 위험한 것은 남조류가 창궐하기 때문이고, 그 남조류에는 맹독성물질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조류가 사멸할 때는 독성물질을 더 많이 내뿜기 때문에 조류가 사멸하는 겨울철이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부산대 김좌관 교수(환경공학)의 진단이 떠올랐습니다. 조류가 사멸하는 겨울철이 더 위험하고 그로 인해서 겨울철에도 물고기가 죽을 수 있다는 진단인 것이지요.


또 한 녀석은 배에서 창자 같은 것이 흘러나와 배에 매어달고 흐느적거리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창자가 아니라 그것은 기생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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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치가 많이 죽어 떠오더라구요. 그물에 잡혀 올라오는 것도 죽어 있고요. 그래서 배를 갈라봤습니다. 그랬더니 배 안에 기생충이 가득하더라구요. 아, 그래서 강이 정상이 아니구나. 강이 죽어가고 있구나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낙동강에서 만난 한 어민의 증언이었습니다. 그 어민의 증언에 따르면 물고기의 씨가 말랐다고 합니다. 일부 잡히는 것도 대다수 죽어 올라와 조업만 해서는 먹고 살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낙동강 어민들이 지난해 두 차례나 선상시위를 한 이유이겠지요.


어민의 증언대로 강이 지금 정상이 아닙니다. 보로 막힌 강은 해가 갈수록 심각한 녹조현상이 나타나고, 그 안에서 맹독성물질이 흘러나오고, 기생충이 들끓고 있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백점병, 수퍼바이러스 등등의 병원균이 들끓고 있는 것이 지금의 4대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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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의 철새 한 마리는 그런 강준치 한 마리를 낚아챘습니다. 만약 녹조의 독성물질이나 병원균에 감염된 물고기라면 철새 또한 위험에 노출된 것입니다. 2차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현장인 것이지요.


더 늦기 전에 4대강 보의 수문을 활짝 열어라


“고인 물은 썩는다” 했습니다. 4대강이 막혀 흐르지 못한 지가 올해로 벌써 5년차입니다. 해가 갈수록 강은 점점 썩어가고 있고, 그 안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병균들이 창궐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이 점점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강만이 죽는 것이 아닙니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입니다. 식수원 낙동강이 썩어가며 죽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강이 썩어가며 죽어 가면 결국 우리 인간도 죽을 수밖에 없는 이치인 것입니다.


“녹조라는 것은 원래 일정시간 수온이 올라가서 며칠이 경과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 녹조가 생기는 것은 수질이 나아졌다는 뜻이다”


그 유명한 MB의 어록입니다. 해마다 녹조가 창궐해도 수질이 좋아졌다 합니다. 4대강사업을 강행한 MB께 다시 한번 묻고 싶습니다. 해마다 녹조가 창궐하고 해마다 물고기가 이렇게 떼죽음을 해도 수질이 나아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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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맹독성 남조류가 창궐하는 녹조현상이 되풀이되고, 물고기가 떼로 죽어나고 있는 4대강입니다.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고 있어야 할까요? 우리는 ‘생명그물’이라는 거대한 그물망에 얽혀 살고 있습니다. 물고기의 죽음은 바로 인간의 죽음과 연결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늦기 전에 4대강 보의 수문을 열어 강을 흐르게 하는 것이 4대강을 되살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2016년 올해는 4대강 보의 수문이 활짝 열려야 하는 이유입니다. 새해 벽두 칠곡보에서 만난 강준치의 떼죽음이 이 나라 정부에게 강력하게 전하고 있는 메시지입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