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어요, 우리는 음식이 아니에요"

[현장] 615,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 발족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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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5일 대구시청 앞,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발족 기자회견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



"사실 이 기자회견에 나왔어야 할 존재들은 따로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잔혹한 이기심으로 지금도 어디에선가 죽음을 기다리고 있고 물건 취급당하는 동물들입니다. 저는 오늘 그 동물들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병원 연구실에 있는 실험용 쥐예요. 저희 교수님이 이번에 연구비를 못 타오셔서 저희 실험실이 해체가 됩니다. 그래서 저와 친구들은 이제 필요 없게 되어서 내일 중으로 죽게 되었어요."

 

"저는 달성공원의 코끼리예요. 제가 서 있는 공간이 너무 좁아서 뒤를 돌아볼 수가 없네요. 시멘트 감옥에 갇힌 저는 계속 똑같은 행동을 반복합니다. 이제 곧 여름이 다가오는데, 이 더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의 합성어)에서 땡볕 밑에서 어떻게 견딜지 너무 걱정입니다. 희망이 없지만, 밥을 잘 챙겨 먹어요. 제가 없으면 또 다른 친구가 동물원에 들어와야 하니까요."

 

"저는 수컷으로 태어난 병아리예요. 저는 수컷으로 태어나서 쓸모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닭이 될 때까지 먹는 사룟값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병아리 때 죽여버려요. 마대자루에 저와 친구들을 넣고 발로 꾹꾹 밟아요. 맨 밑에 깔린 병아리가 '삐약' 소리가 계속 들리네요. 저희는 이렇게 죽어서 다시 사료가 된답니다."

 

"저는 박쥐인데요. 동굴에 살죠. 인간들을 볼 일이 없었는데 제가 있는 곳을 개발하면서 인간과 마주할 일이 많아졌죠. 그런데 코로나라는 바이러스 녀석이 저희를 숙주로 저희한테 있었는데 인간에게 옮겨가서 지구촌이 발칵 뒤집혔어요. 그래서 지금은 저희를 박멸한다고 난리에요."

 

"저는 젖소예요. 송아지를 낳으면 바로 또 임신을 시켜요. 그래야 우유가 계속 나오니까요. 태어난 자식 녀석을 한 번도 제대로 보지도, 느껴보지도 못했어요. 태어나는 순간 어디론가 데려가 버리고 평생 볼 수 없게 하거든요."

 

"저는 칠성 개시장에 곧 팔려 갈 개입니다. 저는 뜬 장에서 지냅니다. 배설물이 통과될 만큼의 크기로 구멍이 나 있어서 발이 자꾸 빠져요. 중심 잡고 서 있기가 힘이 드네요. 밑에 쌓인 배설물이 자꾸 차올라서 제가 있는 곳까지 곧 올라올 거 같아요. 저는 사람들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먹어요. 그런데 음식이 아닌 걸 음식물쓰레기에 버리는 바람에 속이 아플 때가 많답니다."

 

"저는 다들 말하는 명품견이었어요. 예능 프로그램에 저와 같은 종의 친구가 나왔는데 그리고 얼마 후 저의 보호자가 저를 구입했죠. 그런데 같이 지낸 지 몇 달도 안 되어서 보호자와 제주도 여행을 갔어요. 제주도 여행을 한 바퀴 시켜주더니 보호자는 혼자서 비행기를 타고 떠났답니다."

 

"저희를 컨베이어 벨트 위에 볼트와 너트로 취급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살아갈 공간도 조금 더 내어주세요. 공존을 넘어 공생의 길로 갈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 주세요."



615, 대구시청 앞에서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여러 참여 단체의 발언이 차례로 이어지고, 마지막 백소현 정의당 대구시당 환경위원회장의 발언이 자꾸만 머릿속에 그려졌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에서 '동물'이 어떤 식으로 소비되고 죽임을 당하는지, 외면했던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됐습니다.

 

국내 마지막 개시장, 대구시장은 폐쇄 약속 지켜야

 

2016년 성남 모란시장, 2019년 부산 구포가축시장이 문을 닫은 이래로 국내 3대 개시장 중 유일하게 남은 곳은 칠성 개시장입니다. 20197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개 식용 문제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고 개 도살장이 대구 도심에 위치해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 "상인들의 생업 대책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며 2020년까지 개시장 정비를 약속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전면 폐쇄'가 아니었습니다. 올해 초 도살장 2개소가 폐쇄했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시장정비사업 명목으로 구역 내에 들어가는 일부 업소만을 대상으로 한 부분적인 정비 계획만이 마련됐을 뿐입니다.

 

동물권단체 카라에 따르면 '보신탕집 5개소와 건강원 10개소 중 행정구역상 시장에 포함되는 보신탕집 3개소와 건강원 1개소에 한하여 2025년까지 폐쇄 완료하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을 뿐이라고 합니다. 구역 밖 나머지 보신탕집 2개소와 건강원 9개소에 대해서는 계획이 전무합니다.

 

최근 10개 업소가 대구시가 지원하면 업종 전환을 희망한다는 의사를 서명을 통해 밝히기도 했습니다. 상인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의해야 할 북구청과 대구시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소극적인 행정이 이를 수용하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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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15일 대구시청 앞,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 위한 연대’ 발족 기자회견 ⓒ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

 

15개 정당 및 시민단체로 구성된 '마지막 남은 칠성개시장 완전 폐쇄를 위한 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지자체동물권단체상인 포함한 추진체 구성', '모든 개식용 업소 포함한 전환대책 수립', '개시장 연내 폐쇄 이행', '동물학대 전담 특사경 도입 및 단속' 등을 촉구했습니다.

 

향후 활동으로 폐쇄 서명(bit.ly/2021칠성개시장완전폐쇄)을 온오프라인으로 받고, 민원 참여를 독려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반려동물과 손을 잡고 사진영상을 찍어 '#2021칠성개시장완전폐쇄', '#식용견은없다'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서 SNS 공유하는 '내 손을 잡아 챌린지'를 진행합니다. 이를 취합해서 한 달 후 중간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의 개시장이 대구에만 남아 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뜬 장 속에 갇힌 개는 전시 중이고 토막 난 개의 살점이 팔리고 있습니다. 오명을 벗으려면 '완전 폐쇄'라는 대구시의 결단과 적극적인 행정력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 [서명 하기] bit.ly/2021칠성개시장완전폐쇄 

 ☞ [민원 참여] 대구시와 북구는 칠성 개시장을 전면폐쇄하라! 

 ☞ [SNS 챌린지] #내손을잡아챌린지 #2021칠성개시장완전폐쇄 #식용견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