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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런두런 환경인문학 12월 강연 풍경)


한 달에 한 번 운영회의 때 드문드문 만나는 한병인 선생님은 소박한 분이었다. 신경외과와 신경과를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문외한인 내게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건강법의 허와 실’은 뭘지 무척 궁금했다.


‘허와 실’이라고 하면 ‘거짓과 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은 의사 선생님께 제대로 된 건강법을 배워 보겠구나 싶었다. 특히, 건강염려증 환자에 가까운 사람을 가족으로 둔 나는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서 꼭 바른 건강법을 전해줘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건강 소식을 날마다 집으로 가져오는 그 사람 덕분에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이었다.


강연이 끝나고 집에 가면 잘난 척 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인생은 녹화 방송이 아니라 생방송이다. 7시를 조금 넘겨 한병인 선생님이 띄운 PPT 화면에는 떡 하니‘건강법의 허(虛와) 실(失)’이라고 쓰여있었다. 허와 실? 헛되이 잃어버림, 혹은 헛되고 헛된 것?


강연은 바로 공중파와 케이블을 비롯한 각종 방송과 신문 지상에서 소개하는 ‘건강법’이 과연 일리 있는 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중요 영양소, 각종 운동, 몸에 좋다는 건강식품 등 이면에는 마케팅 효과를 노린 상술이 자리하는 것이다. 무엇이 몸에 좋다는 소식이 언론을 타면 순식간에 실시간 검색어와 홈쇼핑에 등장하는 실태를 꼬집으면서 강연자는 사실 우리가 자발적으로 건강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라고 문제의식을 던졌다.


모두에게 좋은 건강법이 내게도 좋으란 법은 없다. 보편 논리, 혹은 평준화하는 논리에 한병인 선생님은 개인마다 다른 신체와 다른 상황에 맞는 즉, 자기 몸에 맞는 건강법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또, 헬스 센타와 건강식품과 각종 약을 챙겨먹지 말고 생활 속에서 몸을 움직이고 좋은 먹거리를 찾고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얘기하셨다.

 

한 병인 선생님의 강연은 중간에 슬쩍 던지는 농담에 뼈가 있었고,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결론을 주는 내용이 아니었다. 그의 강연은 질문을 던졌고, 질문을 집으로 가져가서 더 생각해 보라는 의미였다.


다른 날보다 조금 이른 퇴근을 하면서 우연히 한 병인 선생님과 같은 차를 탔다. 인문학 강연 제의를 받았을 때, 당황스러웠다고 솔직하게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인문학이 뭐, 별건 가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는 ‘두런두런 환경인문학’의 기획의도를 정말 잘 인지했다. 사람에 대한 배움으로서 인문학, 그것은 대학 강단이나 인문학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인문학은 한 병인 선생님의 말씀처럼 “뭐, 별게 아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다.” 더 잘 살고, 더불어 함께 살기 위한 이야기 나눔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