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책, 사람을 만나는 일은 기대와 두려움, 떨림으로 심경이 복잡했습니다. 가을이 시작하는 9월에 <두런두런 환경인문학>은 한 사람이 만난 여러 삶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겸손한 강연자께서 화려한 홍보를 자제해 달라고 부탁하셨기에 부득불 조용한 자리를 마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강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강연자의 지인들이 한두 분씩 함께 하셔서 2층 강의실이 비좁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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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은 모든 사람은 책이다라는 주제 아래 강연자 박종하 선생님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사람 책을 소개받았습니다. 먼저 어린 시절 다녔던 동네 교회의 목사님 책은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하신 분이라고 합니다. 우리 삶에서 첫 만남이 향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다면, 박종하 선생님이 목사님이란 책을 만나 그분의 삶을 읽으며 앞으로 자신의 종교 생활에 대해 고민하지 않았을까 추측했습니다.

 

두 번째 책은 고등학교 시절 역사 선생님과 그분을 통해 만난 아동문학가 고 권정생 선생님이었습니다. 평범한 촌로(村老)의 차림새에서 특별함을 느낄 수 없었지만, 특별강연을 통해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으로 만난 권정생 선생님이란 사람 책의 비범함에 충격을 받았으리라 여겨집니다.

 

세 번째 책은 박종하 선생님의 건강이 안 좋을 때 만났던 소아마비와 뇌성마비 환우 두 분 이었습니다. 그분들과 인연은 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녹색대학에서 공부하고, 공부 벗들과 지속적인 배움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의 삶은 저마다의 플롯으로 이뤄진 하나의 텍스트입니다. 장편소설 한 권 분량의 이야기이거나 대하소설이 되기도 합니다. 삶이란 서고에서 제목만 훑고 지나간 책도 있고, 존재하는 지도 몰랐던 책이 있고, 너무 가까이 붙어 있는 무거운 책도 있고, 책을 접하자마자 밤새워 읽고 싶은 책도 있습니다. 하지만 끝없이 쏟아지는 책의 홍수 속에서 독자가 읽지 않는다면 세상에 나온 책은 의미 없는 책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 책읽기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볼 줄 아는 현명한 독자가 되지 않는다면 책읽기는 그저 시간 때우기에 불과할 것입니다.

 

박종하란 사람 책이 읽어낸 다른 사람 책은 대부분 책장의 낮은 곳에 위치하고 금박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민 책이 아니라 소박한 책들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고를 줄 아는 안목과 책읽기가 의례적인 일이 아니라 삶의 자양분으로 작용케 했다는 점에서 박종하란 사람 책은 훌륭한 독자이기도 합니다.

 

강연이 끝나고 이어진 질문 중에 박종하 란 사람 책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을 이루었어도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생이불유(生而不有): 만들었지만 소유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새로운 단체를 만들고 그 자리를 떠납니다. 탈영토화를 몸소 실천하는 유목민, 진정한 자유인을 박종하란 사람 책을 통해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