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메르스 공포가 대구를 점령한 파장은 두런두런 인문학에도 밀려왔습니다. 강연 공지 후 문자로 참석을 신청했던 분들의 참석 불가 연락이 강연시간을 앞두고 하나둘 도착 했습니다. 뜻하지 않게 평소에 못 미치는 소박하지만 세미나 같은 분위기가 연출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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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두 선생님의 강연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붐에 대한 언급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정의의 개념에서 환경정의라는 특수한 정의 개념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정의의 실현과 부정의한 사회, 정의가 실현되는 대안적 사회, 이를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품는 경로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미리 주신 자료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정의는 삶의 지혜이며 실천의 기준으로 삶의 지향점입니다. 그래서 정의란 기본적으로 사람들 간의 관계, 즉 사회적 정의를 의미하고, 이는 흔히 분배적 정의를 주요 영역으로 설정합니다. 재화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문제와 관련 있는 분배적 정의는 재화를 가공했을지라도 자연에서 얻어진 자원이란 점에서 환경적 정의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정의가 우선적으로 환경에서 얻게 되는 편익과 부담(비용)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론이라면 생태적 정의는 특히 인간과 자연 간의 생태적 관계에 우선적인 초점을 둡니다. (피터 벤츠, 환경정의, 한울아카데미)

  또, 정의는 배분의 절차에 있어 공정성을 기준으로 하는 절차적 정의와 배분의 결과에 있어 공정함을 우선시하는 실체적 정의로 나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환경정의는 무엇일까요? 인간과 자연을 구성하는 요소(동식물, 무생물, 집합체로서 자연 등) 간의 정의로운 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생태적 정의까지 포함하는 환경정의는 흔히 환경을 개발하고 이용함에 있어 발생하는 혜택과 부담(피해)의 배분과 관련되는 이슈를 전제로 합니다. 사적 소유를 인정하지만 공익에 반하는 소유권을 제한하는 자유주의 정의론, 피해를 줘도 경제적으로 보상하면 된다는 자유방임주의 정의론, 탄소배출권제와 개발 양도권으로 사회적 정의를 이루고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목표하는 공리주의 정의론 등 다양합니다. 이렇게 각양각색의 정의론은 우리 사회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고 힘센 집단의 기준이 정의의 기준을 바꿔놓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신자유주의 사회로 접어들면서 눈에 띄게 부정의가 판치는 우리 사회가 권력 집단에 의해 정의의 기준이 바뀐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혼란 상황에서도 정의는 부정되거나 폐기되어야 할 개념이 아닙니다. 모든 사람은 동등한 기본적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평등한 자유의 원칙과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차등의 원칙’, ‘기회균등의 원칙을 내세운 자유주의 전통에 입각한 <롤즈의 정의론>, 사회문화적 차이의 인정에 바탕을 둔 페미니스트 이론가 아이리스 영과 인정론에 대한 반론으로 재분배의 정의가 여전히 중요하다는 낸시 프레이저 같은 <포스트모던 정의론>, 사회적 구조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정치경제학적 정의론>정의론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중요한 가치임을 보여 줍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환경정의는 도덕적 규범을 전제로 한 사회적 이데올로기로서 환경 정의에 대한 이론적 이해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천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환경정의 운동은 탈핵 운동에서부터 동물학대 반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실천은 환경부정의에 대한 비판과 반대에서 출발하고, 환경정의는 사회적 부정의, 계급, 여성, 인종 문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환경정의는 부정의한 사회의 대안을 위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읽은 책의 저자 혹은 역자가 가까이에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두런두런 인문학네 번째 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제게 최병두 선생님은 읽다만 그렇지만 책장에 꽂혀언젠가는 읽고야 말 책의 역자 이십니다. 강연 후 이어진 뒤풀이 자리에서 선생님은 대구환경운동연합이 탄생된 과정을 들려 주셨고, 짧은 만남을 아쉬워 하셨습니다. 평소 만나고 싶었던 작가의 팬 미팅 자리 같았던 제게는 이후 시간이 주어진다면 신자유주의와 환경에 대해 더 듣고 싶었습니다.


*강연자께서 추천하신 책

1.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2. 환경정의 / 피터 벤츠 / 한울아카데미

3. 비판적 생태학과 환경정의 / 최병두 / 한울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