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이 넘쳐나는 시대다. 인문학의 홍수에 하나 더 보태는 무용한 일이 아닐까 생각하며 기획했던 두런두런 인문학첫 강연이 무사히 끝났다.

 

사람 (), 글월 (), 배울 ().

 

사람 인()은 한자 시간에 숱하게 들어 짐작하겠지만, 인간이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 ‘은 여러 의미가 있다. 글자, 문장, , 빛깔, 무늬, 학문이나 예술, 예의, 결 등 사전에 등재된 뜻이 무려 25가지다. ()은 인간의 생각을 싣는 도구이며, 생각을 교환하는 과정에 그이의 결이 드러나게 된다. 공자는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고 배움()의 기쁨을 말했다. 그렇다면 인문학은 사람이 자신의 결을 형성하는 기쁜 배움이어야 한다. 그래서 우리 사는 세상과 더불어 자신의 결을 살펴봐야 한다.

살핌으로서 배움은 어떤 경계가 없을 것이다. 출발은 내게로부터 당신, 친구, 이웃은 물론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이루는 모든 구조까지 아우를 것이다.

 

어제 강연자 김진국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라는 질문이 없는 집단적 사고에서 벗어나 ?”라고 묻는 시간은 고독하다. 그렇지만 두런두런 인문학고독을 함께 나누고 각자 자신의 공간으로 돌아가 한번 더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그런 배움이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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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강연은 지금 행복하십니까?’로 시작해서 본인의 직업이 포함된 전문가 집단을 돌아보고, 한국 사회의 변화와 가족, 나이듦, 죽음의 의미를 짚어보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한국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의 권위는 독점과 권력에 의해, 법과 제도가 부여해 주거나 강요된 권위이다. 그들의 전문성은 숙달, 능력, 우수함의 은유적 의미이다. 본질적으로 전문은 배타적 독점 권력의 성격과 경제적 의미를 내포한다. 가히 전문가 신화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열병은 아이들의 꿈도 장래희망란에 전문가로 넘쳐난다. 선생님은 우리 사회의 전문가 집단의 이기적인 행태가 신념화 된다고 말씀하시며 슬쩍 풍자의 유머를 던졌다. 그의 유머는 그들에게 사회적 병리 현상의 책임을 묻는 듯 했다.

 

가족이 흉기로 변해버린 우리 사회는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자살률이 높다. , 급격한 사회변화는 노년층을 불안에 떨게 하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시킨다. 에밀 뒤르켐을 인용한 자살의 예방력은 가족이란 말이 가진 위력이 우리 사회에 통용될 수 있을 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나이듦은 일종의 시간개념으로 나이듦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절대보편성이다. 반면에 늙음지금’‘ 바로’‘ 여기에서시간이 정지된 공간 개념으로 타자와 비교된 그 사람의 상태이다. 비교 대상이 존재함으로 나이듦의 자연스러움은 초라한 늙음으로 변한다.

 

종교학자 정진홍 교수의 삶은 죽음을 해산하기 위한 죽음의 회임기간. 그러므로 삶이 도달한 마지막 삶이 죽음이다라는 문장은 어제 강연의 핵심이다. 결국 죽음의 문제는 삶과 불가분의 관계인 것이다. 그래서 김진국 선생님은 위와 같은 한국 사회의 변화 가운데 죽음에 대처하는 의연한 자세는 바로 공부라고 말씀하셨다. 이때 공부는 내가 바뀌는 것과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이 별개의 것이 아닌차원이다. 어떻게 잘 되겠지 하는 뻔뻔스러운 낙관주의를 벗고 쉼없이 배우고 익히는 자세, 그것은 공부의 뜻이 수도자의 수도에 기인한 것과 같다.

 

선생님이 계시는 요양병원에서 만났던 환자와 가족의 생생한 에피소드, 가족의 죽음을 얘기하시는 모습이 소탈해서 강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특히, 도시 노인과 시골 노인의 치매에 대한 대조를 듣고,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고 일하고 생각하며 살아야겠구나 싶었다.

 

죽음을 잉태한 삶을 잘 마무리하기 좋은 팁을 얻은 시간이었다. 비록 좁은 공간에서 앉은 자세로 듣는 불편이 참석자들에게 너무 미안했지만, 환경운동연합 인문학 강연 두런두런의 정신은 소박하게 삶을 돌아보는 쉼표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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