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상주보 수문 개방 현장엘 다녀왔습니다. 지난 3월 9일부터 열리기 시작한 상주보로 인해 그 상류로 낙동강의 수위가 1미터 가량 내려가 있었습니다. 상주보가 제일 상류에 위치한 보인지라 수심이 단 1미터만 내려갔을 뿐이지만 강의 변화는 컸습니다. 그 현장 소식을 전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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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 열자 낙동강 상류에서도 깔따구 유충과 썩은 펄

[현장]물이 빠지자 드러난 낙동강의 진면목 .... 그래도 강이 살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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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상주보 수문이 열리자 강물이 세차게 흘러내리고 있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물은 힘차게 흘러가고 있었다. 상주보 제1번 수문이 열린 채 수문을 빠져나온 강물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아래로 힘차게 흘러내린다.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15일 오후 나가본 낙동강의 풍경이다.

 

지난 39일 수문개방을 시작한 상주보는 15일 현재 수위가 대략 1미터 정도 내려가 있었다. 그러나 상주보 주변에서는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은 없었다. 단지 수문이 열렸고 그 아래로 강물이 흘러갈 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큰 변화의 시작이다. 드디어 낙동강 상류에서도 흐름이 생겼다는 것이니 말이다.

 

낙동강 상류도 시궁창 뻘로 뒤덮이다

 

흐르는 강을 뒤로 하고 낙동강 제1경으로 유명한 경천대를 거쳐 그 건너 마을인 회상리로 접어들었다. 회상리 강변에 다다르자 비로소 나타난 넓은 모래톱. 반가웠다. 드디어 낙동강의 옛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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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경천대 앞 회상리 회상들에서 만난 반가운 모래톱. 그러나 그 위를 썩은 뻘이 뒤덮고 있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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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모래톱 위를 뒤덮은 뻘. 그 위를 조개들이 기어다닌 흔적이 뚜렸하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러나 기쁨도 잠시 가까이 다가가자 시궁창 냄새가 올라온다. 하류 낙동강에서 맡아본 익숙한 냄새다. 보로 막힌 강이 정체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 중의 하나인 강바닥이 썩은 시궁창 뻘로 뒤덮이는 현상이 상류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상류는 그래도 상대적으로 중하류보다는 수질이 낫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은 덜 하리라 예상했던 기자의 예상이 보기 좋게 빗나갔고, 보면서도 사실 놀라게 된다. 더욱 기자를 놀라게 하는 장면은 그 뒤에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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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뻘밭을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조개가 입을 벌리고 죽어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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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뻘밭 속에서 캐내 강물 속으로 넣어준 조개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뻘로 뒤덮인 모래톱을 이리저리 휘젓고 다닌 흔적들이 널려 있다. 그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녀석들은 바로 조개들이다. 그 조개들이 강물이 빠지자 물길을 찾아 이러저리 휘젓고 다니다가 결국 뻘 속 깊이 몸을 들이밀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미리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입을 쩍 벌린 채 죽어있는 녀석들도 보인다.

 

낙동강 상류, 수질 최악의 지표종 깔따구까지 발견

 

살아있는 녀석들도 이대로 물이 더 빠져서 강이 바짝 마르게 되면 모두 하나같이 입을 쩍 벌리고 죽어가게 된다. 그것을 막기 위해 뻘 속에 박힌 녀석들 캐내어서 강물 속으로 던져줄 요랑으로 뻘 속의 조개를 하나 집어든 순간 보인 또다른 생명이 모습을 드러낸다.

 

익숙한 붉은 빛깔이 도는 자그마한 생명체가 나타났다. 순간 두 눈을 의심했지만 바로 그것은 깔따구 유충이었다. 기자가 살고 있는 대구의 낙동강에서 숱하게 보아온 바로 그 생명체였다. 깔따구 유충은 강물 수질을 1~4등급으로 나누었을 때 수질 최악의 등급인 4급수의 지표종(환경부 지정)인 생명체이다. 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환경은 시궁창과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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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뻘밭으로 몸을 기어들어가고 있는 말조개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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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7- 조개를 캐내다가 뻘밭 속에서 발견한 붉은깔따구 유충. 수질 최악의 지표종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낙동강 상류인 상주 이곳의 수질 또한 4급수로 전락한 순간이다. 4급수라, 이곳 상주지역 낙동강은 4대강사업 이전만 하더라도 1급수를 자랑하던 곳이었다. 모래톱이 발달한 이 일대는 공장도 없고 오염원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늘 1급수 수질을 유지해오던 곳이다.

 

특히 이곳 회상리는 모래톱이 더 넓게 발달해있기 때문에 경관도 빼어난 곳이다. 그래서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던 곳이다. 낙동강 제1경인 경천대에서 바라보이는 이곳 회상리 강변의 뻘로 뒤덮인 강바닥에서 나온 깔따구 유충, 이것은 정말 충격적인 사실이다.

 

4대강사업의 적나라한 폐해를 그대로 목격하게 된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만고의 진리를 낙동강 상류인 이곳에서도 그대로 증명이 된다. 하루속히 낙동강 보들을 전부 개방해야 하는 이유다.

 

부유물 둥둥 .... 이것이 낙동강 상류의 취수원?

 

회상리를 뒤로 하고 다다른 곳은 상풍교 바로 위 낙동강변이다. 이곳은 신 풍양취수장이 들어선 곳이다. 이곳에서 취수한 강물이 풍양지역 주민들의 식수가 되는 것이다.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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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8 - 신 풍양취수장 추구구 앞의 낙동강.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며 수질 상태가 최악이다. 이것이 상류 취수원 낙동강의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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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9- 위에 덮인 모래를 치우자 썩은 펄이 나온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그런데 그곳의 강물을 내려다보는 순간 또 눈을 의심하게 된다. 강물의 상태가 저 중하류의 그것보다 더 나빠 보이기 때문이다. 부유물이 둥둥 떠다니고 드러난 강바닥은 시꺼먼 시궁창 뻘로 뒤덮여 있다. 이 물이 이 지역 주민들의 식수원이라는 사실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이런 모습을 이 지역민들이 보면 도대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다. 사실 상주뿐만이 아니라 이 일대 주민들은 대부분 4대강사업을 찬성하신 분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에 감빡 속아넘어간 주민들은 지지난 대선에서 그를 선택해줬고, 그가 밀어붙인 사업에 일체의 반대가 없던 지역이 이곳이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시궁창 냄새나는 강이자 부유물 둥둥 떠다니는 식수원이다. 이 지역 주민들이 강으로 나와서 이 충격적인 모습을 봐야 한다. 그래야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어떤 짓을 했고, 4대강사업이 얼마나 강을 죽여놨는지를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드넓은 모래톱에 강물이 힘차게 흐르며 낙동강이 살아나고 있다

 

이 충격적인 모습을 뒤로 하고 또 다다른 곳은 영강 합수부 낙동강이다. 이곳에서 내려다본 낙동강의 모습 또한 놀라운 것이었다. 드넓은 모래톱이 드러나 있는, 4대강사업 이전의 낙동강의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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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0- 상주보 수문을 열자, 영강 합수부 바로 위 낙동강에 드넓은 모래톱이 되돌아왔다. 낙동강이 살아나고 있다.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고작 상주보 1미터만 열었을 뿐인데, 상주보로부터 20킬로미터 상류인 이곳에서는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모래톱 곳곳에 박힌 수많은 발자국들은 야생동물의 그것들이다.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발자국들이 어지러이 널려있다. 춤을 추고 있는 야생동물들의 모습이 그대로 그려진다.

 

얼마나 기쁠 것인가. 강 이쪽과 저쪽이 깊은 강물로 완전히 달절돼 있다가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다시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건너갈 수 있는 강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서식처가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니 어찌 기쁘지 않을 것인가.

 

바로 그 위 영풍교에서는 강물이 더욱 세차게 흘러내린다. 상주보가 막혀 있을 때는 상주보로부터 제법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강물의 흐름이 없었다. 정체된 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던 이곳에 세찬 강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강이 비로소 생명을 되찾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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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1- 넓은 모래톱이 드러난 낙동강 상류. 영강 합수부 바로 위쪽 낙동강의 모습이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이고 그 위를 맑은 강물이 흘러간다. 강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드넓은 모래톱 그리고 날아든 새들이 만들어주는 풍경은 바로 낙동강의 옛 모습이다. 진짜 낙동강의 모습. 그렇다. 낙동강이 비로소 낙동강다워지고 있는 것이다. 낙동강이 춤을 추면서 '4대강 재자연화'란 희망의 씨앗이 비로소 발아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낙동강이 흘러간다. 낙동강이 춤을 춘다. 뭇생명들이 함께 화답하고 있다. 생명의 강 낙동강이 되살아나고 있었다